리뷰[Review]/기타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2011) 리뷰

시북(허지수) 2013. 1. 24. 22:40

 호빵맨의 원작자 야나세 다카시는 무려 69세에 유명한 만화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호빵맨을 발표한 것도 쉰이 넘어서, 53세에 처음 시작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의 말을 시작으로 오늘의 리뷰의 막을 열까 합니다. "지금까지 방송, 라디오, 작사, 잡지 편집, 캐릭터 작업 등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는 정신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다. (중략) 열심히 노력했다면 설령 실패하더라도 나중에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젊을 때에는 금방 실감할 수 없겠지만 인생은 늘 그런 것이다"

 

 오늘 이 리뷰는 인생을 참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헌사입니다. 제 젊은 날의 다짐은 "오늘을 낭비하지 말자" 였습니다. 무의미하게 흘러가 버리는 시간들이 너무나 아깝다고 자주 생각했었지요. 그래서, 이것 저것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소유보다는 경험을!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만큼 열심히 살지 못했음을 자책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저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그저 대충 시간가는대로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곤 합니다. 소수의 누군가를 제외하고는요. 오늘은 그 소수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어서 애니메이션 속으로 출발해 봅시다.

 

 

 애니메이션 원제 : 魔法少女まどか☆マギカ / 제작년도 : 2011년 / 제작 : 샤프트 / TV판 총 12화 편성

 

 ※이제부터의 내용은 애니메이션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보시지 않은 분은 절대 주의하세요

 

 저는 호무라 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캐릭터를 참 좋아했습니다. 이유는 한가지, "열심히 살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는데까지 끝까지 밀어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면, 제가 좋아하던 사람들은 대게 그러했습니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에도, 의욕을 강하게 보이고, 자신의 가치관대로 끝까지 밀고 나갑니다. 저는 동경했던 것이지요. 이런 근사한 삶을 말이지요. 가끔 이런 사람들을 보면 반갑고,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그들의 말을 귀기울여서 듣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만큼 즐거웠지요.

 

 호무라 라는 캐릭터는 등장부터 지나치리 만큼 근사하고, 절제되어 있습니다. 필요한 말만 하고, 행동도 굉장히 차갑고 냉정하게만 보입니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한 인생의 살아가는 방식"으로도 바라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그 방식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는 후반부의 충격적인 반전입니다. 그래요. 호무라는 한 마디로 수줍은 많은 소녀에 불과했던 거지요. 머리를 땋고, 안경을 쓰고, 중요한 일을 앞에 두고서도, 정작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것 투성이였던 소녀. 그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삶이 바뀌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인상적이고,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꿈은 "남에게 도움을 받는 인생이 아니라", 이제는 "남을 도와주고 지켜줄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했습니다. 한 마디로 "힘"을 가지기를 원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 힘은 하루 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을 매우 예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근본적으로 "힘"이라는 것은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결정하고, 그것에 책임을 지고서 열심히 살아갈 때, 마치 근육처럼, 몸에 조금씩 생겨나는 것임을 엄중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요.

 

 어떻게 본다면, 마법 이라는 판타지를 통해서, 한 방의 인생역전을 다루고 있어야 하는 애니가 되어야 보기에 편할텐데, 어쩐지 이렇게 노력해서 근사해지는 호무라를 보고 있자니, 보기에 불편하고, 부끄러워지고, 눈물까지 흐릅니다. 다시 말해, 철저하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천성의 "재능"보다는,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얼마나 진지하게 자신의 인생을 대하고 있는지, 되묻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입니다. 단 한 가지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 수 없이 반복한다는 호무라의 말은 정확히 "장인정신"을 말하고 있습니다. 깨고, 또 깨고, 또 깨어 가면서, 길을 찾아나가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되묻겠지요. 열심히 살아봐야 고생이지, 그래서 결국 세계라도 바꾸었냐고 냉소적으로 되물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서두에 호빵맨의 원작자 야나세 다카시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대답은 이렇습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나중에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열심히 살아가려는 그 태도야말로 인생에 근육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아, 어쩌다보니 단 한 캐릭터를 주제삼아서 장문이 되어버렸는데, 마도카 마기카는 다크판타지로 불리는 작품입니다. 밝은 희망 보다는, 어두운 절망을 주제로 하고 있는 작품이지요. 그런데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의외로 "무거운 터널의 시간"이라는 것을, 최근 저는 몇 번이나 생각해 보곤 합니다. 인생에서 제일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묻는다면, 한 마디로 최고의 하루가 언제였느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해방감"을 손꼽습니다.

 

 왜 그토록 호무라가 마도카를 위해서, 우정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단연 이 해방감이야 말로 최고의 경험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드디어 긴 터널을 지나서,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상냥한 친구가 있다 라고 느낄 때의 그 감정. 이 감정은 그야말로 축복이라는 말 외에 저로서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축복받은 인생은, 그 자체로 세상이 달라보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이제와는 다른 세계가 열리고,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그런 뜻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서 지내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행운이고,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마무리를 지어야 겠네요. 거꾸로 생각해본다면, 이렇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는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도전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잘 안 되고...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습니까. 아주 중요한 것을 배웁니다. "나는 ㅇㅇ은 될 수가 없구나" 이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해서는 안 될 때, 다시 재시도, 그리고 또 재시도, 일어나고 또 재시도. 그렇게 노력해 나가는 사람은 분명 자신의 길을 찾아서, 그 분야의 장인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오늘의 애니메이션을 위장한 (웃음) 인생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앞으로 종종 애니 리뷰도 써봐야겠네요. 역시 좋아하는 분야다 보니, 무척 즐거운 글쓰기네요. / 2013. 0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