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어글리 트루스 (The Ugly Truth, 2009) 리뷰

시북(허지수) 2013. 2. 6. 01:13

 로맨틱 코미디 영화 어글리 트루스 이야기 입니다. 제작비 3천8백만 달러로, 흥행수익 2억 달러 이상을 올린 잘 만든 로맨스 영화지요. 불편한 진실 정도로도 이해하면 재밌겠네요. 여자는 내숭? 남자는 짐승? 이라는 국내 표지의 재밌는 말처럼, 이 영화는 시작부터 여자의 판타지를 무참하게 박살내면서 시작합니다. 음, 여자의 본심이라? 일단 잘 생겨야 하고, 의사이면 좋고, 몸짱에다가, 와인을 좋아하고... 극중의 제라드 버틀러 (마이크 역) 의 말이 정말 솔직합니다. "여자는 사람을 사랑하는게 아니고, 조건을 사랑하는거 아냐?"

 

 아 물론 여자 입장에서는 억울합니다. 남자들의 단순함에 열이 받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이해를 못하고, 대화 좀 하자고 하면, 입을 닫거나, 도망치기 일쑤 입니다. 싸우고, 잔소리하고 해도 이 인간은 뭐하나 변하는 게 없는 것 같고, 또 똑같은 이유로 나를 화나게 합니다. 발전 없는 이 사람 때문에 지쳐갑니다. 아, 너무 적나라하게 썼군요. 여하튼, 남자와 여자는 그렇게 너무 다른 걸까요? 제 방의 책장에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 뭐 유명한 책도 꽂혀 있는데 (아, 제가 산 책은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는 당장 그 책부터 던져버리라고 마이크가 말합니다!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따로 있다고요? 아, 궁금하시다면 백원...! 이 아니고 아래에서 (...)

 

 

 저는 이번 리뷰를 쓰면서, 별다른 욕심은 없고, 다만 즐겁고 경쾌하게 썼으면 좋겠습니다. 남녀관계를 복잡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저는 역시 "남자"인가 봅니다. 그래서 흔히 쓰는 개그를 좀 더 덧붙이자면, A : "저기 편의점에서 김밥하나 사왔는데..." 친구 B의 대답은 : "그 알바생 예쁘냐?". 예쁘냐 부터 물어보는 것, 그것 말고는 잘 묻지도 않는다는 개그. 남자들의 세계란 정말 이런걸까요. 하아 (...)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남자의 하트를 사로잡아보자! 그래서 마이크는 남자를 잘 사귀지 못하는 캐서린 헤이글 (애비 역) 에게 비법을 전수합니다. 예쁜 여PD 애비를 위한 마이크의 특별 코치가 시작됩니다! 무조건 남자의 눈을 만족시키면 된다는 것입니다. 머리를 풀고, 답답한 옷 대신에 산뜻한 옷을 고르고, 잔소리를 하지 말고, 바쁜 척 하고 등등. 한 마디로 남자의 판타지를 만족시켜주면, 남자는 애태우면서 넘어오게 된다고 직설적으로 조언합니다. 더욱 재밌는 것은, 애비가 마이크의 조언을 따라서, 열심히 노력하자, 정말로 남자, 그것도 잘 생긴 의사가 넘어오는 재치 넘치는 장면들입니다. 누구라도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 마이크의 말처럼 남자는 예뻐 보이는 여자에게 약합니다 (...)

 

 이렇게 쓰면 또 불공평해 보이니까, 좋은 말도 써야 겠습니다. 웃는 여자는 예뻐 보입니다. 이거 명심해야 합니다 :)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도, 차갑게 얼음공주처럼 있다보면, 좋은 사람 금방 금방 지나간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매력적인 여자라면, 외모를 뛰어넘어서 누군가에게 끌림을 줄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외모는 중요할지도 모르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그런데 마이크의 경우 사실은 사연이 좀 있습니다. 30대까지 오면서, 진짜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마이크는 사귀는 사람도 있었고, 사랑이라 믿었던 청춘의 날들도 있었지만, 사실은 "그녀들은 조건을 사랑했던 것" 이었지요. 여러 번, 상처를 겪고 나서, 그는 이른바 "나쁜 남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열렬히 연애하다가 마음이 깨지고 상처받을 바에야, 차라리 가볍게 하룻밤의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살게 되었던 겁니다. 저질 변태남 마이크지만, 그가 처음부터 그랬다는 게 아니라는 점, 이점이 영화의 후반부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걸 반동으로 봐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마이크는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진짜 사랑을 찾고 있었던게 아닐까요. 자신이 좀 못나고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순수한 관계를 추구하고, 그런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PD 애비는 너무 예쁘고 똑똑하고 사랑스럽습니다. 게다가 이제 그녀 곁에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의사가 있습니다. 비극은 마이크가 이제 히로인 애비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뭐, 조금 뻔한 전개이긴 합니다만. 웃음)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던게 남자의 심리도 너무 잘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과거에 노래방에서 남자들이 잘 부르는 노래 순위 같은거 본적이 있습니까? 물론, 고전적인 고해 같은 것도 나오지만, 의외로 예전에 겁쟁이 라는 노래가 노래방 인기곡이었습니다. 남자들 사실 겁쟁이 입니다. 상처 받을까 두려워 하는 건, 여자 뿐만 아닙니다, 저렇게 마초처럼 보이는 마이크 마저도 중요한 순간에 겁쟁이가 되고 맙니다. 하기야, 라이벌 상대가 너무 강하네요. 젊고, 잘생긴데다가, 의사에, 차는 BMW 컨버터블... 마이크는 애비를 좋아하는 감정을 발견하고, 그래서 솔직하게 표현하기 바로 직전에, 겁을 먹고 도망을 선택합니다. 아, 이 남자들의 나약함과 용기 없음이여!!!

 

 이제 애비의 시점으로 돌아가 봅시다. 재밌게도 이 의사남친 역시 애비를 좋아하는 이유가 확실합니다. "그녀의 조건이 좋아서, 잔소리하지 않고, 지배하려 하지 않고, 편안하게 잘 맞춰주기 때문" 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들 모두가 훈련된 애비의 연기였지요. 실제의 애비는 어떻습니까. 잔소리쟁이에, 지기 싫어하는 불같은 성격입니다. 애비는 여기서 현실을 깨닫고, 과감하게 판타지를 발로 차버립니다. 나는 내 모습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찾겠어! 라는 것이지요.

 

 사랑은 본디 마법같은 것입니다. 서로의 마음이 통한다는 것, 이것이 마법이니까요. 애비는 보기 좋은 남친 대신에,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주는 아저씨 같은 마이크를 선택합니다. 마이크 그래도 알고보면, 조카를 잘 보살피는, 나쁜 남자(?)의 자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상함이라는 단어 참 좋지 않으신가요 :) 한 번 도망쳤던 찌질남(?) 마이크는 두 번째 기회에서는 과감해 지기로 합니다. 뭐, 물론 두 번 다시 애비처럼 매력적인 아가씨를 보기도 힘들테니까요! 그렇게 두 사람은 연애에 돌입한다는 그런 이야기!

 

 재밌는 로맨스 영화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아무리 조건 좋은 사람과 함께 지내더라도,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이고. 또한, 사랑이란, 만나면서 알아가고, 그 사람의 매력을 좋아하는 것이야말로, 애정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남녀관계의 비결은 언제나 쉬운 것 같습니다. 실천만이 어려울 뿐... / 2013.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