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리뷰

시북(허지수) 2013. 3. 4. 16:32

 모래 위에 집을 짓는 행위는 어리석음을 말해주는 좋은 예입니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라고 질문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모래 위에 집짓기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바닥을 이루는 것은 가치관을 의미합니다. 가치관이 텅 비어 있다면, 모래와 비슷하다면, 아무리 돈을 많이 모으고 성공을 이루었다 해도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됩니다. 가치관이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을 때, 싸이의 노래식으로 말하면, 사상이 울퉁불퉁, 생각이 맑을 때, 어떤 순간에서도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가치관을 형성해야 하나요.

 

 정답은 없다지만 힌트는 분명합니다. 박경철 선생님은 아주 핵심적으로 단단히 말합니다. "끊임없이 질문해보자.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자신에 대해서 질문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때, 우리는 보다 튼튼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선생님은 20대의 시간을 질주의 시간이 아니라, 비축하는 시간이라고 조언합니다. 지구력과 근력을 키우고, 스스로를 다스리며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밭을 가는 시기가 있어야만, 우리는 힘차게 달려나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20대 때 화려한 성공을 맛보았다면, 상당 부분 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는, 선생님의 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삶에 대한 겸손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저자 : 박경철 / 출판사 : 리더스북

 출간 : 2011년 10월 01일 / 가격 : 16,000원 / 페이지 : 400쪽

 

 

 제가 이 책을 좋아하고, 여러 번 곁에 두고 읽어 보는 것은, 자기혁명이라는 꽤 폼나는 주제임에도, 그것은 치열한 준비와 노력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번뜩이는 영감과 아이디어로 스스로를 단박에 변화시키기 보다는, 차분하게 공부하고,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서, 사람은 조금씩 변화할 힘을 비축해 간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고난의 행군, 고통스러운 순간을 거쳐서, 우리는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 깊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정직히 말하자면, 저는 요즘 너무 쉽게 글을 쓰고, 너무 가볍게 표현하는게 아닐까 반성할 때가 많습니다. 몇 번이나 다듬고 공을 들이기보다는, 일단 쓰고 발행하는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이것 역시 또 다른 현실안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저는 30대가 훌쩍 넘었으니까, 달려나가고, 마음껏 발산해도 좋을 시기라고도 생각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 혼자 시끄럽게 떠들어서 소음을 만드는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습니다. 저의 잦은 생각의 방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입니다. 달려야 하나, 멈춰서 생각을 해야 하나, 거의 매일 고민하기도 합니다.

 

 이쯤에서 파스칼의 한마디가 있습니다. "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 제1의 천성을 파괴한다." 놀라운 말이지요. 결국 타고난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자신이 만들어 가는 행동, 그 습관이 아닐까요. 어떤 행동이 지속되어서, 습관으로 몸에 익숙해지면, 이것은 천성까지도 압도하게 됩니다. 일기나, 운동을 예로 들자면, 처음 일주일과 그후 이주일째의 고비를 넘기고서 꾸준히 하게 되면, 그 뒤로는 그 행동을 오히려 안 하는게 불편하기 시작합니다. 운동을 6개월 동안 거르지 않았던 지인 K양은 재밌는 표현을 했습니다. "이제는 안 하면 찝찝한 마음이 남아서, 비가 세차게 내려도 일단 가고 본다고..." 게으른 편이라는 그녀 역시, 습관을 하나 익히게 되면,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이지요.

 

 저 역시도 확실히 게으른 편이라, 한 번 페이스가 다운되면, 길게는 6개월 넘게 블로그에 단 하나의 글도 쓰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몇 번 노력해서 매주 글을 쓰게 되면, 저절로 편하게 글을 쓰게 되지요. 다시 말하지만, 천성이란, 사실 변명이고 핑계일 때가 많습니다. 또한 얼마든지 자신의 행동에 따라서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변명만 늘어놓으면서 언제까지 같은 인생을 살면서, 난 왜 이러나, 라고 자책만 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지금 당장 좋은 습관을 위한 행동들을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참 좋아하는 대목은 "나쁜 습관을 버리는 데서부터 시작하자" 라고 제안하는 박경철 선생님의 엄격한 이야기 입니다. 우리는 단점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는 나약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나쁜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 조금씩 노력하는 행위가 반복되다보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곽금주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훨씬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질 것입니다. 긍정적 마인드와 맑은 자신감이 저절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쁜 습관은 스스로를 서서히 갉아먹는 행동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식으로 말하자면, 천상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모두가 타고 나더라도, 나쁜 습관에 물들게 되면, 결국 매력적인 모습조차도 점차 상실하게 되는 비극적 상황이, 나쁜 습관을 반복했을 때 얻게 되는 처참한 결과물이 됩니다. 자기 자신의 주인으로 사는 법, 거기에는 습관을 통해서 자신을 다스릴 수 있음에, 그 비결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혁명성의 고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혁명성이란, 안주하려는 인간의 속성과 달리,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길을 가면 인간은 편합니다, 서너번만 반복해서 같은 길을 경험하다보면, 별다른 긴장감 없이도 그 곳을 향해 자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익숙한 행동을 통해서, 즐거움까지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능숙해지는 것을 바라보면 흐뭇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회의합니다. "계속 이래도 되나?"

 

 삶의 주인공으로 산다는 것, 박경철 선생님은 아예 대놓고 "혁명가로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진취적이고, 의욕적으로 살아가는 것, 혁명가로 살아갈 때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아름다움입니다. 저는 평소 회의하는 자세로 살아갈 때가 많은데, 여기에 대해서 선생님은 "지금 현실에 적당히 안주하고 있는게 아닌가?" 라고 되묻는 듯 합니다. 마음이 뜨끔합니다. 두려움으로 미리 판단하고, 머뭇거리는 제 모습이야 말로, 혁명가와는 너무나 대비되는 안일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재능은 어떻게 발견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책 속에서 좋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서, 자신이 얼마만큼의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설령 모든 일을 직접체험하지 못하더라도, 독서나 문화예술, 여행 등을 통해서 간접체험으로도 자신에 대해서 보다 더 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매일 글을 써보는 것으로도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명확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겠고요.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라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호기심을 잃었다는 것은, 재능을 찾을 수 있는 열쇠를 잃어버린 것과 같습니다. 호기심을 바탕으로, 체험을 통해서, 자신에 대해서 계속해서 알아가는 것,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성공에 대해서도 헤밍웨이는 이런 해석을 합니다. "사람이 이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성공적인 삶이다. 어떤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요인은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일을 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교육학에 잘 나와있듯이 우리가 칭찬해야 하는 것은 그의 재능, 결과물이 아니라, 태도와 노력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이 이상을 가지고 노력하는 태도를 유지해 나간다면, 그 삶은 그 자체로 성공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노력하는 태도란 과연 즐겁고 멋있는 행동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외의 다른 것들은 모두 이것에 종속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라고 헤밍웨이는 단언합니다. 노력하는 태도는, 쓸데없는 것을 모두 포기하는 태도와도 같은 말입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그렇게 말했겠지요. 탁월해지려면, 한 가지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만 한다.

 

 지나친 장문이 되기 전에, 이제 리뷰의 마무리를 준비합니다. 시간 활용에 대해서, 박 선생님은 계획보다 금기를 세우라고 일관되게 말합니다. 많은 계획으로 녹초가 되고 자신을 탓할 바에, 작은 직접적 행동들이 쌓이는게 더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EBS의 인상적인 짧은 실험에서, 우리가 TV를 계속해서 켜지 않는다면, 조금씩 주변상황이 눈에 보이고, 어쩐지 한가하게 느껴져, 청소를 더 세심하게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신문과 책 같은 활자에도 시선을 두게 됩니다. 시간 때우기식의 TV시청은 눈과 귀를 사로잡으므로, 정작 침묵으로 생각할 시간을 앗아가 버립니다. 인터넷도 중독 되다보면, 서핑하고 쇼핑하느라, 순식간에 무심하게 시간이 확 지나가 버립니다. 이 모든 이유는 금기를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고, 스스로를 과신했기 때문입니다.

 

 한 번 뿐인 삶을, 누군가의 노예로 살아갈 필요는 없겠지요. 미디어의 유혹에 하루를 끝없이 낭비하다보면, 모래 위의 성처럼, 어느 순간 허무함을 만날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습관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나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해 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풍요롭게 추구하고자 한다면, 그 삶 자체가 참 아름답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공이 아닐까 싶네요. 역시나 두서 없는 글이었다고 자책하지만, 여하튼, 오늘은 여기에서 마칠까 합니다 :) / 2013. 0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