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킬 빌 (Kill Bill: Vol.1, 2003) 리뷰

시북(허지수) 2013. 3. 22. 13:15

 봐주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잔혹 액션 영화라면, 역시 킬 빌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약간의 블랙 코미디 요소도 상당합니다. 참혹함과 아이러니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묘한 느낌은 킬 빌이 주는 색다른 매력이지요. 여주인공 더 브라이드는 자신을 절망에 빠뜨린 암살조직 "데들리 바이퍼스"를 찾아서, 철저하게 피의 복수를 선보입니다. 악한 인간들에 대해 조금의 동정도 없이, 일직선으로 쭉 나가는데, 심지어 88대 1로도 맞짱뜨는 유쾌함이 인상적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만화 같은 영화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장면이 들어가 있고, 카메라의 구도나, 화면이 전개되는 방법이, 초현실적인 느낌이 확 납니다. 제게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절묘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액션 만화 같은 영화 였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킬빌 1,2부를 찍으면서 6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3억3천만달러가 넘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킬 빌의 존재감을 전세계에 화려하게 알리기도 했지요.

 

 

 솔직히 킬빌의 리뷰는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하하. 좋아하는 분들은 액션 영화의 혁명이라고 까지 좋아하는 작품이며, 오덕 감독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는 평도 널리 통용되고 있지요. 일단 SF나, 판타지 장르로서 접근해 들어가는 편이, 글을 쓰기에 쉬울 듯 합니다. 무엇이든 벨 수 있다는 칼 하나 들고, 88대 1로 싸워서 이긴다는게 말이 안 되잖아요! 게다가 유혈이 낭자해서, 영화관에서 보는 도중에 나가는 커플이나 여성 관객이 있었다는 것도 다 실화입니다. 액션 영화 치고는 보기 드물게, 화해의 코드가 일절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브라이드의 머리는 "오직 복수"가 전부입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한 가지만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보고 싶네요. 브라이드는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녀가 당했기 때문입니다. 킬빌 1부의 악역 주연으로 볼 수 있는 오렌 이시이도 마찬가지 였지요. 이시이도 어린 시절 당했던 것을 철저하게 복수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살고 돌진합니다. 둘 다 암살 분야의 특급 전문가 이기도 하네요.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복수의 힘으로 일어나는 모습이 선명하고 강렬합니다. 이 의지력은 움직이지 않는 다리까지도 불과 13시간만에 재활시키기도 합니다. 놀랍지요 :)

 

 간단히 말해, 참을 수 없었던 거지요! 나를 절망의 밑바닥에 밀어넣은 인간들에게 날리는 시원한 복수극은 다 이유가 있다는 점이 숨은 매력입니다. 악당들의 필살기술인 "미안하다" 혹은 "다 지난 일이야" 라는 변명을 날리다간 그대로 칼 맞을 뿐입니다. 브라이드는 조금도 고뇌하지 않고, 망설이지도 않습니다. 싸우다가 몇 대 맞아서 넘어지면, 잠시 숨을 고르고 금방 또 일어나서, 복수극을 이어나갑니다. 멈추지 않는 칼처럼, 지치지 않는 아주 튼튼한 마인드는 적들을 종이를 찢듯, 가볍게 쓱쓱 없애버립니다.

 

 이 모든 장면들이 음악과 어울리며, 마치 뮤직비디오 풍으로, 새로운 감각의 느낌을 선물합니다. 긴장감도 음악에 맞추어서 진행되고, 마지막 장면까지 영상미와 음악의 신선한 믹스는 경쾌한 기분을 전해줍니다. 그렇기에 킬 빌은 어중간한 평점보다는 갈림길에서 확실한 아군과 적군을 얻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지!" 라는 감탄 혹은 비난 으로, 똑같은 말을 해도 그 느낌은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입니다.

 

 갈림길 앞에서 대부분은 포용하고 화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보통 영화계에도 청소년관람불가로 판정되면, 당장 관객수가 상당부분 줄어들기 때문에, 적당히 장면들을 타협하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21세기 트렌드 중 하나는, 선한 사람도 나쁜 모습이 얼마든지 있고, 나쁜 인간에게도 마지막에는 좋은 점도 있다는 식으로 그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려는 모습도 있습니다. 그런데 심리극은 다 걷어차고, 킬 빌은 그냥 거침없이 솔직합니다. 악당은 그냥 악당이지 뭐, 악당이 왜 반성하냐, 라고 되묻습니다. 한 번 만 살려달라고, 혹은 다음에 두고보자 식의 악당코드가 전혀 없다는게 놀라운 점입니다. 각오해라! vs 좋다 덤벼라! 퍽퍽퍽. 한 쪽이 끝날 때까지. 반복. 반복.

 

 한 가지만 생각한다는 것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역시 "되돌아 가지 않는 느낌"입니다. 과거를 바꿀 수 없으니, 현재라도 뒤집어 주겠어 라는 그녀의 질주는 한 번 보면 그 캐릭터가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합니다. 영화제목 범죄와의 전쟁을 빌려온다면, 이 영화는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아니라, 킬 빌 - 나쁜 놈들 끝장나는 시대가 됩니다. 목표 지정, 목표를 향해서 이동, 준비물 구하고, 달려가 공격. 군더더기라고는 전혀 없습니다. 쉬운 구도로 명쾌하게 그려낸 복수극의 최절정판이 바로 킬 빌 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느낌을 위해서라도 액션 팬이라면 한 번쯤 볼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물론 잔혹한 내용이 싫다면, 피하는게 맞습니다)

 

 마무리하며, 영감적인 측면에서 상상력을 보태면, 나약함에 맞서서 두려움 없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찰해 봅니다. 저에게 인상적인 장면은 철퇴를 휘두르는 녀석과 한 판 승부를 펼치는 장면이었는데요. 인간의 나약한 마음과 자기비하의 마음은 마치 철퇴처럼 자신의 내면을 파고들어 올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피하려고 해도 뒤통수를 치면서, 자꾸만 자신감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마음의 절망이 계속되다보면, 마치 목을 조여오는 듯한 괴로움으로, "나는 대체 뭘먹고 사나" 라면서 몸부림치기도 합니다. 이 때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것은, 과감한 측면돌파! 라고 생각합니다. 정면으로 승산이 없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상상해봄으로서, 얼마든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능성에 집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게으름과 이정도면 되겠지 라는 대충주의 앞에서, 우리는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도전하고, 일단 해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한 번 경험한 이후로는, 계속해서 좋은 방향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주의를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킬빌의 시작점에 나오는 속담 "복수는 식혀서 먹어야 맛있는 음식과 같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응시하면서, 서서히 행동하는 것이 철저한 복수겠지요. 그렇다면, 철저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적당히 사는 습관과 지독하게 싸워서 없애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2013. 0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