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링컨 (Lincoln, 2012) 리뷰

시북(허지수) 2013. 4. 14. 23:48

 영화 링컨은 다양한 이유로 보기 괴로운 작품일 수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임기 중에 암살된 인물이며, 너무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서 실천하던 인물입니다. 그를 단지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무엇인가 멋진 이미지를 기대하고 있었다면, 이 작품을 보면서 그 시각이 박살날지도 모릅니다. 엄청난 고생으로 인해서, 수척해진 링컨의 모습과, 그의 작은 어깨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한 때 유행했던 노래제목처럼,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우리는 영화에서 존경받는 링컨을 보기 보다는, 신념을 밀어붙이고, 포기하지 않고 설득해 나가는 정치가의 추진력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파들은 링컨에 대고 이렇게 야유합니다. "독재자 링컨"

 

 두번째 이유로는, 링컨은 재미 있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영화, 인생 최고의 영화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혹자에게는 "지루한 영화"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 대해서 이렇게 평하겠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전진하는 고독한 인간의 위대성" 링컨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은 보기 힘들고, 다만 절대로 좌절하지 않는 모습만이, 계속해서 펼쳐집니다. (오래도록 실패로 범벅이 되었던 링컨이지만, 영화 속 그의 인생 클라이막스를 보고 있으면) 모든 인간이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모두는 계속 살아나가야 한다고 강하게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올곧은 마음이 얼마나 힘있는가를 느껴보기에도 좋습니다.

 

 

 이 작품은 링컨의 일생을 다룬 것도 아니며, 13조 수정 헌법, 다시 말해 영원한 노예 해방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고 헌신하는 그 짧은 부분을 굉장히 집중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에 앞서, 저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노예를 재산으로 보던 사회에서, 노예 해방이라는 것은 기득권 세력에게는 상당한 치명타가 될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링컨은 그 의회를 설득해서 "2/3 찬성"이라는 어려운 투표를 승리로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노예가 해방된다면, 노예들 입장에서는 마침내 평등한 삶이 법적으로 보장되었겠지만, 가진 자들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반발이 일어날 것은 당연했습니다. 아까 언급했듯이, 독재자라고까지 비난받던 링컨이었습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링컨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영리하게 동원해 나갑니다. 우선 자신이 속한 공화당의 투표수를 하나씩 단속하기 시작합니다.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협상하고, 법안 통과 찬성이 될 수 있도록 굉장히 섬세하게 노력합니다. 뭐 여기까지야 일반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반대지점에 있는 민주당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4년에 걸친 미국남북전쟁을 당장 끝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자신의 기득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노예제 폐지에 결단코 반대합니다. 노예제를 없앴다가는 흑인이 대법관이 되고, 백인들의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발끈합니다. 게다가 계속된 남북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링컨은 수정 헌법 통과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상당히 링컨이 미워보였을 수 있습니다.

 

 상황적으로는 당시 흑인인구 대다수가 남부에 살았기 때문에, (북부 정치인) 링컨이 강력하게 공화당의 힘을 얻어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국사람들이 이상주의적인 사람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약간 모순이겠지요. 공화당을 비롯한 북부 보수파 세력들은, 남부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또한 남부세력의 기반을 무력화 시킬 의도도 있었다고 봐야합니다. 어쨌든 그걸 감안하더라도, 링컨 입장에서는 대단히 힘들고 피곤한 정치적 결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주장은 단지 상황적인 용단이 아니라, 정확히는 평생을 걸고 싸워온 "약속"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약속은 "비인간적 노예제도는 폐지시켜야 한다" 입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꿈을 위해서, 그가 싸워왔기 때문입니다. 고위 인사들이 등장하는 회의장면에서 링컨은 혼신의 의지로 간결하게 이야기 합니다. 바로 지금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고 말합니다. 수백만명의 노예해방을 넘어서, 앞으로 태어날 수백만명의 노예들까지도 우리가 해방시킬 수 있다고 마치 칼과 같은 태도로 강조합니다. "인간평등"을 위해서,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미국을 위하여, 그는 엄정한 태도로 지금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필요하다면 링컨은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반대파들까지도 직접 찾아가서 호소합니다. 동시에 그러면서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한 현실적 시나리오까지도 충실하게 준비해 놓습니다. 이 치열한 정성스러움이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전보 하나를 보내더라도, 상황을 면밀하게 생각해 보고, 마지막 대목을 변경하는 등 철저한 계획성에 감탄이 절로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진정성 있는 대통령이 되고, 사랑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가? 링컨을 보면 우리는 그를 미워할 수 없습니다. 치열함으로 가득 차 있던, 또한 피로감 가득한 일들로, 링컨은 너무나 수척해졌고, 그 자신은 행복하고 호화로운 삶을 별로 누리지 못했지만, 그로 인해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새로운 자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링컨의 태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진정성" 이었습니다.

 

 조금 조심스럽지만 소신있게 쓴다면,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보여줬던 토론회 장면을 평생 지울 수 없습니다. 누군가 직설적으로 질문했습니다. "대통령님, 왜 더 살기가 어려워 진 것 같죠?" 그 질문에 대통령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백으로 답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좀 살만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대통령은 심해지는 양극화, 벌어지는 빈부격차를 막지 못했음을 자책하던 느낌이었습니다. 그 날 저녁 저는 얼마나 가슴이 먹먹했는지 모릅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그 태도와 말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기에, 너무 슬펐기 때문입니다. 뻔뻔한 거짓말로 둘러대지 않았고, 아픈 현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 너무 슬펐기 때문입니다.

 

 링컨이 존경받는 까닭은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그는 역경에 굴하지 않았고, 실패해도 재도전하는 인생으로 유명합니다. 노예해방을 이루어냈다는 역사적 의의는 찬사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보고나서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저는 이렇게 쓸 것입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절대적으로 노력한다, 만에 하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것을 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인간이고, 또한 약속을 가볍게 여기고, 적당한 변명부터 생각한다면, 그는 나쁜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시작했던 것을 잘 마무리 하지 못하는 편인, 저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 보여서,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계속 눈물이 쏟아져서 힘들었습니다. 저렇게 인생을 멋지게 살다가, 끝내 총성으로 쓰러지는 거인을 보고 있으면, 인생에 대한 예의를 분명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대충대충 막 살 것인가? 한 걸음이라도 더 올바른 삶을 추구할 것인가? 링컨은 유명한 연설문을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에 의한, 사람들의 정부가 지구상에서 죽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의 헌신은 오늘날 민주국가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함으로서, 미래가 바뀐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201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