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이프 온리 (If Only, 2004) 리뷰

시북(허지수) 2013. 4. 19. 21:03

 따뜻한 감성 충만 영화라면, 이프 온리가 정말 좋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복잡한 질문을 아주 명쾌하게 정리해 주기 때문입니다. 키워드 형식으로 표현하면, "적극적으로!", "바로 지금!", "완벽한 하루를 만들라!" 입니다. 오늘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생각하고 살아보라는 것은 현명한 교훈이지만, 실제로는 실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별로 와닿지 않는 뜬구름 잡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늘 바쁜 남자, 잘 나가는 남자 이안은 오늘도 바쁘고, 서둘러야 할 것이 많습니다. 숨가쁜 현실 앞에서 낭만적인 하루 따위를 상상하기는 이미 끝장났고, 어떻게 하면 실망한 그녀의 마음을 맞춰줄 수 있을까 라고 뒷처리를 끙끙대는, 연애에 지친 남자 입니다.

 

 영화 내내 웃음소리가 사랑스럽게 들리는 사만다 양은 어쩐지 불만족스러운 날들입니다. 특히 내가 사랑하고 있는 대상들을, 이 남자가 무심하게 바라보는 게 특히나 싫습니다. 소박하고 작은 바람들도, 연인 이안이 워낙 바쁜 탓에 자꾸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세컨드 걸"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일이 퍼스트고, 그녀는 세컨드. 더욱 슬픈 것은, 이런 생활에 익숙해 져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과연 두 사람의 삐걱거리는 사랑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는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불화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그리고, 중간에 한 번 커다란 사건이 터지지요. 그리고 완전히 다른 삶이 펼쳐집니다.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길로 걸어감으로서, 다른 하루를 만날 수 있다! 이 점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의 마무리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세계 속으로 진행됩니다. 매력적인 전개 덕분에, 이프 온리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여러 번 봐도 감동적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라 할 수 있지요 :)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저는 극중에 등장하는 택시 기사야 말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생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 없이 자꾸만 목적지로 가려고만 하지 말고, 잠깐 멈춰 서서 다른 선택을 생각해 보라고 권합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권합니다.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존재에 대하여" 감사를 표현하라는 그의 주장은 거의 현자의 가르침 정도로 좋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매일 매일 "당신이 있어서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지 몰라요" 라고 말하기! 그런데 왜 이것이 중요할까요? 영화는 아주 극단적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이야기 해줍니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반부터 펼쳐지는 이안의 적극적인 삶의 방법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해주고, 멋진 삶은 지금 부터 가능할 수 있다고 보여줍니다. 참, 중요한 영감입니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좋은 날을 만들겠다는 생각. 이것이 그에게 적극성을 불어넣어주고, 전에 없던 용기를 줍니다. 마침내 이안은 다른 선택을 해보기 시작합니다. 권태로운 삶을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선택을 과감히 당장하는 것입니다. 그는 사만다를 설득해서, 기차 여행을 떠나고, 시골 집을 가보고, 관람차를 탑니다. 모든 것이 전에 해보지 않았고, 낯설기만 한 결정입니다. 돌아오는 사만다의 답변은 더욱 놀랍습니다. "퍼펙트 데이" 입니다. 완벽한 순간이, 준비 없이 펼쳐지는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통찰이 너무 인상적이었네요.

 

 두 사람이 소박한 시골에서 나누는 달콤한 순간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시간" 입니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고, 그 어떤 호화로운 성공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만 있다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채워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경험해 보는 것들은, 그것이 무엇이라도 행복함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만다에게는 두려움이었던, 관람차 경험까지도, 이안이 있다면, 극복될 수 있지요. 서로가 있음으로서,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너무 사는 것이 바쁘다는 핑계로, 메마르고 무심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무 말도 표현하지 않은 채로 말이에요...

 

 사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던 이안은,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서, 마침내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극중에서 제가 느낀 사랑의 정의는 "존재 자체로 사랑 받는 것이며, 충만함으로 이어지는 것이며, 오늘을 특별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가 혹은 그녀가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이 특별함으로 가득차서 황홀하게 빛난다면, 이것이 사랑입니다.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지만, 뭐 좋잖아요. 차가운 현실에 지쳐 있다면, 이처럼 동화같이 아름다운 사랑을 보고, 감미로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위로와 치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미뤄두었던 꿈꾸는 일들이 있다면, 바로 지금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본다면 어떨까요? 물론 피곤해 질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바쁘고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 사로 잡혀서 시간만 낭비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어느 책에는 이런 짧막한 문구가 써 있습니다. "인터넷을 오래도록 사용하다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덜 중요한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이게 결코 다른 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바쁘고, 빠른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보면, 오늘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잊어버리고 만다는 경고입니다. 이안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었고, 그 시간을 충실함과 사랑으로 가득채움으로서, 비로소 "후회 없는 하루"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면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을 이해할 것입니다.

 

 "인생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무 기적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매일 매일 특별한 순간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출발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것임을 기억한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마무리를 이렇게 해야 겠네요! 소박한 블로그에 놀러와 주시는 분들께, 오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표현은 참 중요합니다. 그 작아보이는 표현조자도, 누군가에게는 평생 씩씩하게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응원하는 사람, 격려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 201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