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2013) 리뷰

시북(허지수) 2013. 5. 21. 18:38

 사실 5월 16일, 개봉 당일날 극장으로 달려가서 보았던 작품이었는데, 이래저래 생각할 시간을 갖느라 리뷰를 이제서야 쓰네요. 드라마임에도 1억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 그리고 호화로운 파티장면과 이면의 허무까지 담겨있는, 영화로 보는 명작소설이라 할 수 있겠네요. 평가에 관해서는 우선 다소 호불호가 갈린다고 생각하는데요. 개봉 당일 영화관에는 모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여러가지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1. 모처럼 영화같은 영화였다. 2. 2시간 20분동안 잘 잤니? 3. 기대가 너무 컸었나 4. 괜찮았는데 지루한 듯... 등등 개인적으로 사심을 담아 평하자면, "호흡이 긴 영화"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희망을 품에 안은 주인공 개츠비를, 긴 호흡으로 그리며, 인생을 살아가는 장면들을 상당히 정중하고 느리게 담고 있습니다.

 

 제가 해외 이야기들을 살짝 조사해본 결과, 미국 고교 과정 특히 영문학 쪽에서는 "위대한 개츠비"가 참 비중있게 다루어진다고 합니다. 헤밍웨이도 있고, 존 스타인벡도 있겠지만, 피츠제랄드의 개츠비가 중요한 것은, 아메리칸 드림이 이루어지고, 뒷면의 그림자 까지도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21세기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가능한가? 라는 어려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개츠비를 생각해보고, 탐구해보면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인간의 도덕성이 땅에 추락해져 가는 세상, 1922년 미국 사회인지, 2013년 한국의 현재인지, 사뭇 신기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저는 무명블로거일 뿐이며, 전문적 평론가가 아닌터라, 영화의 완성도 보다는, 작품이 저에게 말을 건네는 부분들 위주로, 정직하면서도 적나라하게 써보는게 좋을 듯 합니다. 상당히 인상을 강력하게 주는 장면이 몇몇 있었습니다. 포스터에 나와있는 7번째 캐릭터, 그러니까 신의 눈을 가진 거대한 간판에 먼저 주목해 보고 싶습니다. 눈동자를 또렷하게 뜬 채로, 세상을 지켜보고 있다는 분위기를 주는데요. 이런 눈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점은, 다양한 의미를 던져줍니다.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나쁜 행동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자기검열을 작동시키게 합니다. 요즘도 길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듯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면서 눈을 그려놓은 것을 볼 수 있지요. 심리학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눈을 그려놓으면 인간의 행동이 실제로도 약간씩 통제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개츠비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개츠비가 "위대한" 까닭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불행하게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그 운명을 거부하고, 개츠비는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움켜쥐기 위해서 움직입니다. 아메리칸 드림은 가능하며, 지금 이 순간의 결단에 달렸을 뿐이다 라고 개츠비는 속삭입니다. 그러므로 신의 눈이 감시하고, 바라보고 있던 말던, 그는 개의치 않았고, 자신이 꿈꾸는 삶을 이루기 위해서 모든 힘을 다 쏟아붓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맺어지기 위해서, 그는 창가에 서서, 녹색 불빛을 움켜쥐며, 마음을 가다듬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도전하고, 무엇이든 해보려는 개츠비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한없는 긍정만이 마치 아우라 처럼 그를 감싸고 있을 뿐입니다.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닉도 거기에 초대 받으면서 개츠비와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알면 알수록 개츠비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이미 결혼해버린) 데이지와 훈남 개츠비가 비오는 날 데이트를 하는 장면은, 관객들을 웃음으로 이끕니다. 가난한 군인이었던 그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고,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진하게 괴로워했는지 조심스럽게 느껴볼 수 있습니다. 하기야 그녀를 위해서 집도 일부로 가까운 곳에 얻었으니까요.

 

 그런데 데이지 남편인, 톰은 너무 강한 상대였습니다. 부족함 없이 잘 나가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데이지를 설득하면서, 저런 정체모를 녀석(=개츠비)과 만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내용이 진행되면, 스토리라인이 다소 비극적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츠비는 가난으로 출발해서, 마침내 사회적 성공을 이루었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과는 함께할 수 없으며, 중요한 순간에는 높은 사람에게 불려가야 하고, 숨길 수 없는 과거는 조금씩 드러나기 마련이고... 저는 이걸 과연 그의 "허세"나 "위선"으로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과거를 정직하게 이야기 하면, 볼품없는 인생만이 그에게 주어질텐데, 솔직히 이걸 정면으로 걷어차는 개츠비의 용기가 더 돋보였습니다.

 

 그래서 닉은 과감하게 이런 칭찬을 선물합니다. "당신은 그 썩은 인간들을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이야." 다들 끝없는 이기심에 휘청대고 있고, 겉으로는 핸섬한 척 위장하지만, 실제로는 돈잔치와 섹스에 탐닉하고 있을 때, 개츠비는 순수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모든 걸 겁니다. 닉은 그래서 인간다운 헌신적인 개츠비에게 유일하게 박수를 보냈던게 아닐까요?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낙관을 잃지 않는 태도가 참 인상적입니다.

 

 부족한 리뷰는 이쯤에서 정리하며, 개츠비 처럼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움켜쥐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또한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끝으로 절망 앞에서도 긍정의 날을 꿈꾸는 몽상가적인 희망도 읽을 수 있습니다.

 

 고백하건대, 저의 삶은 이와는 정반대 지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많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젊음을 낭비하였고, 몇 번 해보고 중도포기가 많았습니다. 빠른 계산으로 현실성과 가능성이 없다며 속단해버리는 경우는 얼마나 많았는지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왔기에, 삶이 전혀 위대해지지 못했음을 이제와 개탄할 뿐입니다. 성공에 오염되어 가는 인간이 뒤늦게 순수한 사랑을 좇아서 올인하는 모습이 개츠비라면, 저는 그에게 잘못을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의 변곡점에서 회피하거나, 포기해 왔던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매번 변명부터 내놓지 않았는가 되묻게 됩니다.

 

 화려한 파티가 끝나고, 정작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그 누구도 참석하려고 하지 않았고,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 영화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진실" 아닐까요. 그리고 개츠비 역시 진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파티는 단지 그녀를 위해서 준비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번뜩이는 통찰"이 들어가 있으니까요. 거품 가득한 인기 보다는,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 참 맑아보였습니다. 데이지의 마지막을 보며, 절친은 재치 있게 말했습니다. "그러게, 왜 데이지 같은 여자를 사랑해 가지고..." 재밌게 리뷰 마치며, 역시 사람은 짝을 잘 만나야 하지 않나 싶네요. 하하. / 2013.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