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Fast Five, 2011) 리뷰

시북(허지수) 2013. 5. 22. 23:05

 단순히 스피디한 액션과 질주를 상상하고 보았다가, 의외로 감탄이 나왔던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영화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입니다. 제목을 확 바꾸어 쉽게 접근하면, 분노의 질주 5탄 이야기 입니다. 브라질을 무대로한 화끈하고 시원스러운 액션 영화로 탈바꿈 했고, 전통의 노선이었던 자동차 배틀 장면은 본편에 길게 등장하지 않고, 엔딩 크레딧에 그냥 휙 넣어버렸다는 파격적인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제작비는 1억달러가 넘고, 흥행 수입도 6억 달러가 넘습니다. 자동차를 유려하게 질주시키는 건 여전하지만, 특히 싸움의 이유가 제대로 되었다! 라고 호평하고 싶습니다.

 

 권력의 검은 돈을 좇아서 한 탕을 노리는 역발상이 재치 있습니다. 정말로 시대를 예언한 듯, 요즘 어둠의 경로로 탈세를 일삼았던 일부 재벌가의 충격적 비리가 폭로되고 있는데요. 자본의 속성이, 책임을 망각한채 이윤극대화만을 추구해야 하는지 말문이 막힐 정도입니다. 러시아와 중국 다음으로 조세회피가 많았던 나라에서, 마침내 진실이 밝혀지게 되다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용기 있는 사람들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영화 자체는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례대로 보지 않고, 바로 5탄만 감상하더라도 즐기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법 꼼꼼하게, 각 인물들에게 캐릭터를 잡아주는 정성도 들어가 있고요. 모임의 대장격인 도미닉이 한 탕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영리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상당히 폼나게 그려집니다. 또한 특유의 리더십도 인상적이었고요.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브라질의 거대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악당은, 시작부터 재밌는 비유를 소개합니다. 실제로도 남미의 거대한 땅을 생각해보면, 오른쪽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왼쪽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여담으로, 아르헨 출신 축구스타 메시가 스페인리그에서 뛰는 건 우연이 아닐지도요. 많이 잡으면 약 5억명이 사용하는 스페인어를, 왜 브라질에서 만큼은 실패했는가? 악당은 이렇게 묘사합니다. 참 노골적이기도 합니다. 하하. 스페인 애들은 총부터 겨눴지, 하지만 포르투갈 애들은 거울과 각종 호화로운 선물을 주었던거야. 결국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쓰지. 내가 하는 역할이 바로 그런거야. 학교를 짓고, 공공시설에도 투자하고, (좋은 이미지와 결탁을 함으로서 나쁜 일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거지)

 

 이런 위선자가 도시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빈민가의 삶의 질은 일정 부분 이상 높아질 수가 없습니다. 더욱 뼈아픈 것은 정의가 실종된다는 거지요.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고, 경찰이 거물을 비호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정말 슬픈 모순의 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나요, 숨겨뒀던 악당의 비밀거래 리스트가 도미닉 팀에게 들어갑니다.

 

 쿨한 도미닉은 제안을 바로 해버립니다. 이거 한 번만 더 털고, 끝내자. 1억 달러는 될꺼야! 말이 1억 달러지요, 원화로 계산하면, 멤버들에게 골고루 분배해도 개인당 100억원이 넘는 돈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로또가 따로 없고, 엄청난 거액이다보니, 액수에 놀라서 동참하려는 친구도 있습니다. 적당한 개그가 살짝씩 들어가 있는 것도 재밌고요. (물론 어느정도 서양식 개그에 호흡을 맞춰야 할지도요! 선탠 했다고 정색하며 우기는 센스라든지... 하하)

 

 뭐, 악당도 도시의 지배자 답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밤의 대통령과 싸우는게 어디 쉽나요. 안전하게 분산적으로 재산을 나눠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도미닉 일당의 화끈한 아이디어로 인해서, 모든 돈이 더욱 안전한 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충격적이게도, 그 곳은 경찰서... 자본권력과 공권력이 손잡아서 퐁짝퐁짝 하고 있을 때, 미친 세상이 올 수 있음을 가볍게 풍자하는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 도미닉 일행들 이제 어떻게 하나요? 이거 정말 멘붕 아닌가요. 아놔, 지금 비자금 보호해주는 경찰서를 털어야 하는 상황인데...

 

 미친 짓이라고 간단 명료한 표현으로, 다들 만류하지만, 도미닉은 물러서지 말자고 멤버를 설득합니다. 그만둘 사람은 차라리 지금 빠지고 가라고 권하기까지 합니다. 놀랍게도 영화는 후반부터 정부 요원 홉스가 도미닉 일행을 적극적으로 돕기로 결단하면서, 더욱 새롭게 펼쳐집니다. 이건 홉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홉스가 볼 때, 고급 자동차를 털어간 도미닉 일행들이 나쁜 녀석이고, 손을 봐줘야 하는건 명분상 맞지만, 실제로는 도시의 흑막으로 군림하는 개XX 들이, 막무가내로 정부 요원들까지 우습게 여기고 죽여버리자, 마침내 칼 끝을 돌리는 겁니다. 대차게 싸워왔던 도미닉과 홉스는 중요한 순간, 서로 손을 잡고 임시 휴전을 하고, 진짜 나쁜 놈을 쳐부수기 위해서, 정면돌파라는 승부수를 던집니다. 어디로? 당연히 경찰서로 말이지요!

 

 고출력의 아메리칸 머슬카 닷지 챌린저 2대를 이용해서, 금고를 털어버리고, 화려하게 운전기술을 선보이는 장면들은 말로는 설명해봐야 무용지물 입니다! 이들에게 절대로 운전대를 잡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홉스의 이야기는 전혀 과장이 아니었네요. 무적의 도미닉, 브라이언 콤비는 임무를 완수했고, 도시의 악당은 홉스에 의해서 최후를 맞습니다. 홉스 같은 정부 요원이 진짜로 추구해야 하는 일이 사실은 이런게 아니었을까요? 숨은 악덕 착취자를 발견해내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지요.

 

 자, 이제 일을 끝마쳤으니 도미닉 일행은 잽싸게 튀어야 합니다. 상당히 억울해 보이는 "정리상황"에서도, 이상하게 여유가 넘치던 도미닉이었는데, 마지막 도망까지도 재치 넘치는 결말이었네요. 리뷰를 마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악당도 당연히 문제지만, 그들이 주는 "떡값"을 받게 된다면, 결국 비판하는 능력을 잃고, 종처럼 추락하기 쉽구나 라는 거지요. 부패한 자본+권력이라는 "막장의 끝판대장"과 거의 불가능한 싸움을 재밌게 펼쳐준 도미닉 일행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도미닉은 엄청나게 훈훈한 대사를 날려주는데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는 거야. 중요한 건 지금 나와 같이 있는 식구들, 한 가족이야." 실제로도 조카까지 섬세하게 배려하는 장면을 잊지 않았기에, 괜시리 코끝이 찡하기도 했습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을 가족이라 부르고, 실제로도 잘 챙겨준다면, 그 얼마나 좋은 사이 입니까. 꽤나 낭만적인 도미닉 공동체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 2013.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