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조국의 만남 리뷰

시북(허지수) 2013. 5. 25. 16:11

 조국교수님을 가만히 보면, 열정이 넘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참여하면 변화는 온다. 당신이 움직이면 세상이 바뀐다." 라고 말하며,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며 실천합니다. 무엇보다 교수님이 좋았던 것은, 변함없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 노동야학에서 활동하기도 했다는 점이 제게는 더없이 친절하고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야학이 있었기에, 애정을 듬뿍 받으며 학업을 마칠 수 있었으니까요. 자신의 시간은 물론이고, 때로는 일해서 버는 돈까지도 아낌없이 써가면서,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저는 항상 감동스럽습니다.

 

 이 책은 한겨레에서 연재되었던 인터뷰를 모아서 엮은 책입니다. 친숙한 김태호PD, 만화가 강풀, 핫한 가수 이효리 등 잘 알려진 사람들에게, 영감이 듬뿍 담긴 이야기들을 생생하고 재밌게 들을 수 있어서,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특별히 인상적인 몇 사람의 인터뷰를 중점으로 해서, 리뷰를 후다닥 써내려 갑니다.

 

 저자 : 조국 /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간 : 2013년 03월 20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328쪽

 

 

 언제나 노력을 강조하는 소설가 조정래 선생님의 이야기부터 해보지요. 젊은 시절 투쟁에 동참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인 글쓰기로 싸우겠다고 주장했다가, 욕도 엄청 먹었다는 조정래 선생님. 그러나 오늘날은 입장이 상당히 바뀌어서 여전히 조정래 선생님은 "황홀한 글 감옥"에 갇혀서 매일 매일 글을 쓰고 있고, 사회 변화를 위해서 싸웠던 사람들은, 어느덧 현재 사회의 주류가 되거나, 변방이 되거나, 그렇게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짧은 대목에서 저는, 사람은 자신이 걸어갈 길을 정하고 거기에 온전히 몰두하는 태도로 살아야 함을 재차 느낍니다. 특히 변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꿈에 대해서는 진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반성하게 됩니다. 집필에 들어가면 12시간 이상은 물론이고, 하루 18시간씩 글만 쓴다는 조정래 선생님의 별명이 도깨비 라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 비범함을 선택하고, 의지적으로 밀어붙일 때, 거인이 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블로그에서 이리저리 잡문들을 조금씩 써내려가는 저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분명히 슬럼프도 있을 테고, 하기 싫을 때도 있을 테고,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생길텐데, 과연 조정래 선생님은 어떻게 극복하는가? 친절하게도 선생님은 애정어린 조언과 고백을 들려줍니다. "몸부림치다시피 해서 스스로를 이겨내 쓰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쓰는 부분이 나온다는 거지요. 이것을 황홀함으로 표현하셨는데, 저는 굉장히 감탄스러워서,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기백이라고 쓰고 싶은데 - 안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 몸부림 치면서 자신의 사명 앞에 서고, 끝까지 이겨내려는 모습에 절로 장인의 아름다움이 흘러나와서, 존경과 부러움이 가득 들었습니다. 변명과 미루기 전문(?)인 저는 너무 부끄러워서 책을 덮어두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만일 18시간을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면, 식사와 잠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이 차단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확하게도 "감옥"이라는 표현이 등장했겠고요. 하루에 단 한 가지만을 12시간 이상 집중하는 삶을 반복한다면, 사람은 누구라도 둔재에서 천재로 성장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 한 가지를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가 중요하겠지요. 여기서 의미 있고, 아름다운 것을 선택하는 용기와 결단이 있다면 너무나 좋겠고요. 인터뷰 끝에 빅토르 위고의 말이 나옵니다. "예술은 아름답다. 그러나 진보를 위한 예술은 더욱 아름답다." 더욱 아름다운 것, 이를테면 "사회의 진보를 위한 문학"을 자신의 갈 길로 정하고, 치열하게 죽을 때까지 정진하는 선생님의 태도는 평생토록 마음 깊숙히 남을 듯 합니다.

 

 다음은 무한도전 김태호PD의 인터뷰 장면! 인상적이었던 것은 "본질을 중시"하는 태도 였습니다. 단순히 말해서, 투수가 공으로만 승부하면 되고, 가수가 노래를 잘하느냐로 승부하면 되는거 아니냐 라는 거지요. 이런 저런 사연과 에피소드를 집어넣는다거나, 우리는 알고, 너희는 모르니까 알려준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저는 크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이 투수는 실은 청소년 때 육상꿈나무 출신으로, 100미터 11초대를 질주하고, 축구도 소질이 있는 다재다능한 유망주로서... 자, 사람들이 보고 싶었던 것이 과연 이런 겉가지 였을까요? 우리가 보고 싶었던 것은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시원스럽게 공을 던지는가, 지금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가를 보고 싶은 거지요. 저는 거품이나 위장처럼, 쓸데없이 곁가지를 덧붙이지 않아야 겠다고, 내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비주류에서도 얼마든지 뛰어난 걸작이 탄생할 수 있음을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음에도 영화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님이 있고요. 만화교육을 정식으로 받지 않고도, 탄탄한 구성과 기발한 발상을 보여주는 만화가 강풀 같은 분도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안정적이며, 쉬운 길을 추구하기 쉬운데, 실제로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모난 돌을 순화시키기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요.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적당히 스스로를 포장하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아가려는 저같은 사람들에게, 김기덕, 강풀 같은 사람들은 "가능성은 언제라도 있다" 라고 살아가는 인생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마지막까지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승효상 선생님의 이야기를 음미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가짐보다 쓰임이 더 중요하고, 더함보다 나눔이 더 중요하며, 채움보다 비움이 더욱 중요하다." 한 번, 두 번... 열 번 정도는 깊게 생각해 본다면, 분명히 훌륭한 통찰을 준다고 확신합니다. 한 권의 책에서, 사람들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무엇인지 잘 담아냈다는 측면에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 지금까지 "조국의 만남" 이었습니다. / 2013.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