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한국사

신분제의 동요 1편 - 공명첩, 이름 적고 양반 하기!

시북(허지수) 2013. 9. 4. 16:49

 한국사 정리, 조선 후기 사회 파트 입니다. 음, 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과 경제를 함께 생각해보면, 한결 접근이 수월해집니다. 복습을 겸해서, 서론은 천천히 시작해 봅시다. 조선 후기 정치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붕당, 환국, 탕평, 세도로 이어지는데요. 특히 환국 정치의 모습, 일당 전제화 되는 걸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 다 해먹고, 맘대로 하는 행태는 끔찍하잖아요, 반대파에 사약을 내려주고 말이에요. 그래서 폐단을 없애고자 영조, 정조 때 탕평책이 등장하지만, 이또한 총명한 왕, 강한 왕이 사라지자마자, 일당전제화가 왜곡되면서, 급기야 소수가문에 의한 세도정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치가 살벌해졌다 라는 느낌을 이해해 두시고요.

 

 이를테면, 조선 전기의 선비들은, 비록 물질적으로 가난해도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겠다는, 검약과 지조의 정신이 돋보입니다. 그런데, 조선 후기의 선비들은 그에 비한다면 훨씬 더 돈과 가깝고 친합니다. 돈의 달콤함과 편리함을 맛보았기 때문이지요. 돈의 맛을 알고, 그렇게 편안하게 살다가, 다시 불편함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이거이거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선 후기의 권력자들은 쥐고 있는 기득권의 "절대수호"를 추구하는 겁니다. 권력? 이걸 놓치면 우리 삶이 엉망이 되버려! 역시 살벌해 졌습니다. 하하.

 

 자 그러면, 경제는 어떻게 되었나요? 농법의 변화가 굉장했지요. 이앙법의 일반화로 생산력이 대폭 증가! 그 이후, 자급자족형 시스템이 무너지고, 상품화폐경제로 변화하는 흐름이 대세가 됩니다. 돈이 되는 작물을 심고, 쌀은 (먹기도 하지만) 내다 팔고, 기억나나요. 하하. 그 외에도 조세가 전세화 되었고요, 또 광작 경영이 가능해지면서, 농민층이 분화되고 등등... 이런 모습 속에서 사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이번 문서를 시작으로, 본격 살펴보도록 합시다!

 

 조선후기 사회의 가장 "핫"한 특징은 [양반수의 증가와 상민,노비수의 감소] 를 들 수 있습니다. 10%도 되지 않던 소수의 양반은, 경제 변화와 함께 급기야 19세기 중반에는 70%를 넘어갈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조선은 양란을 겪으면서, 국가 재정의 감소라는 심각한 사태 에 빠집니다. 정부는 (기득권을 다소 양보하는 등)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특단의 카드를 여러개 꺼내드는데, 그 중에는 "납속책"이 있었습니다. 공물을 납부하고, 양반직을 얻게 해줍니다. 대표적으로, [공명첩] 이 있습니다. 한자를 풀어쓰면 이름이 비어있는 임명장 입니다! 여기다가 "이름이 뭐에요~? 전화버... 이름을 쓰세요~!" 그러면 양반 되는 겁니다. 국가 재정은 충분히 확보될 수 있었고, 양반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만 갑니다. 합법적으로 양반이 되는 길이 있었던 겁니다.

 

 사실은 이와 같은 정책은, 스스로 기득권을 거의 나눠주는 형태이고, 이미 지위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모습일 겁니다. 양반왈, "아니!? 저...저!!! 상민(상X)이 돈 좀 냈다고 양반이라니, 그게 말이 돼!?" 그러나, 이미 국가 재정은 심각할 정도로 삐걱대고 있었고, 현실적으로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이른바, 역사의 수레바퀴는 점점 모두가 평등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랄까요.

 

 또 하나 생각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양반은 특권이 있었습니다. 역을 면제 받았습니다! 공명첩이 인기(!)리에 발급되었던 것은, 이러한 양반의 특권을 원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돈을 주고 양반이라는 신분을 살 만큼 충분한 매력이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양반도 다 같은 양반이 아니었습니다. 양반층도 분화가 일어납니다. 권반, 향반, 잔반으로 나눠집니다. (※여기서 이해를 위해, 잠깐만 조선 전기로 가봅시다.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양반은 그 자체로 권력이었습니다. 굳이 중앙에서 화려하게 활동하지 못하더라도, 지방에 오면 충분히 대우받는 신분이었지요. 얼마든지 떳떳하고 향촌에서 힘도 있고 말이지요.) 그런데 조선 후기 격변의 정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 후기는, 중앙에서 밀려나는 그 순간 "종말", "끝장"이 되고 맙니다. 밀려나면, 그대로 몰락해 버리고 마는 양반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배경을 이해하고 본다면,

 

 권반은 여전히 중앙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양반을 의미합니다. 향반은 향촌에서 양반 행세하고 있는 사람들이지요. 예전만해도, 이 둘은 그렇게 커다란 차이가 있지 않았습니다. 권반이 향반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향반이 권반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조선 후기는 다릅니다! 한 번 향반으로 밀려나버리면, 어떻게 되나요? 그대로 기회가 박탈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심지어 "몰락한 양반"이라는 잔반까지 등장 하게 되었지요. 잔반은 농민들과 별반 다를바 없이 삽니다. 사는 모습은 비루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양반이지요. 조선 전기 사람들이 몇 세기 후로 와서 본다면 정말 깜짝 놀랄 모습입니다. 헐, 잔반??? 당신 신분은 양반이라면서요??? 뭐야 저렇게 고생이에요 ㅠㅠ...??? 이제 생활고를 겪는 초라한 양반이 있다는 거, 체크해 둡시다.

 

 이제 중간 계층 사람들, 이른바 중인들의 삶을 살펴봅시다. 당대 차별의 아이콘 서얼이라든지, 기술직에 종사하던 사람들의 삶 말이에요. 네, 이들도 변화가 있습니다! 중인들은 대대적으로 신분상승운동을 전개해 나갑니다. 첩의 자식 - 서얼들이 대규모 "상소운동"을 외치며, 차별을 철폐해달라고 주장합니다. 더욱이 정조 때는, 개혁 흐름에 힘입어, 규장각 검서관 (왕실도서관) 에 서얼들이 대거 등용되기도 합니다.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같은 사람들이 활약했고, 훗날 박제가의 경우 청나라 사신으로까지 활동하기도 합니다. 기존 지배층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이렇듯 꿋꿋하게 활동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요. 시대는 변하고 있습니다!

 

 기술직 중인들도 소청 운동(*시위 운동) 을 전개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보지만, 이들은 실패로 끝납니다. 다만,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는데는 충분했지요. 중인들도 충분히 힘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들입니다. 중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신분 상승을 해달라, 가로막는 차별을 없애달라고 주장하고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신분제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음을 잘 알 수 있고요. 그렇습니다. 이제부터는 사실상 신분 보다는 "돈"이 더 중요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간단히 말해, 성공적인 부농이 몰락해버린 잔반보다는 훨씬 더 잘 살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

 

 여기까지를 정리해본다면 - 조선 후기 사회는, 지배층 자체가 돈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납속책과 공명첩으로 신분을 팔기 시작했고, 또한 그들 스스로는 일당 전제를 끝까지 집착하고 있잖아요. 자, 이런 모습들을 과연 백성들은 모를까요? 그럴리 없습니다. 이제 더이상 양반은 "기품과 절개의 선비"가 아니었습니다, 양반의 권위는 계속해서 추락해 갔고, "뭐야 나도 돈 내고 양반 하고, 특권을 누릴래" 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나갑니다. 우리도 신분 상승 시켜달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기도 합니다. 딱 줄여서 "신분제의 동요" 입니다. 다음 문서에서는 이어지는 2편, 어떻게 일반 사람들이 양반이 되었나를 더 살펴볼께요. 족보를 사고 팔고, 위조하는 모습. 조선 후기의 풍경이라 하겠지요. 다음 회에 계속~

 

 오늘의 영감 -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다양하게 적용되곤 합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위기 앞에서는 더욱 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위기가 주는 유연성이라고 표현해도 좋겠네요. 지난 문서에서 생산력이 발달되었음에도 (누군가에는 가혹할 뿐이고) 고른 분배가 되지 않았음을 볼 수 있었다면, 이번 문서에서는 재밌게도 국가의 재정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회가 좀 더 평등의 방향으로 문을 열게 되었음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전 어느 실험에서 원숭이를 잡을 때는, 손에 바나나를 쥐어주고, 그 후 철장을 덮어버리면 간단히 끝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나나를 놓아버리면 얼마든지 살 수 있을텐데, 눈앞의 그 달콤함을 포기하지 못하는 원숭이... 그런데, 인간은 충분히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걸 붙들고 있으면 망하기에,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문을 열어젖히는 능력, 사람이 참 멋져 보이는 순간입니다.

 

 머리가 복잡한 순간, 이것저것 엉켜서 답답한 순간에는, 이처럼 손에 쥐고 있는 불필요한 욕심을 비워낸다면, 덜어낸다면, 한층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가열차게 힘낼 수 있기를 응원하며!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