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관찰의 힘 리뷰

시북(허지수) 2013. 9. 15. 23:39

 최근 한 주간 너무 신경을 많이 썼던 터라, 정신적 과로에 시달렸습니다. 가만 보면, 항상 스스로 일을 잔뜩 만들어 놓고, 끝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고요. 네, 저는 관찰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세계에 대한 관찰, 자신에 대한 관찰, 사물에 대한 관찰까지, 통찰력은 없지만 나름대로 끙끙대며 열심히 들여다보는 타입이지요. 그런데 정말로 관찰을 하면서, 결론을 끌어내고, 이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있기에, 관찰의 힘이라는 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대목 몇 개를 가져와서 리뷰를 써보면 유익하겠다 싶네요.

 

 책 도입부에서는 인간은 언제 행동하는가를 알기 쉽게 말합니다. 배고플 때, 불편할 때, 짜증날 때, 오히려 행동하려고 한다는 거지요. 서비스업계에 꽤 오래 몸담았던 저는, 재밌는 풍경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어느 고객이 제발 좀 쇼핑 그만하고 집에 가자고 가족들을 부추기는 모습이었는데요.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너무 무덥고, 지금 씻고 싶으니까, 집에 가자! 고 우기는 겁니다. 강력한 동기 뒷면에는 "불편함"이 있다라는 게, 꽤 묘한 통찰이라 하겠네요. 이야기 아래에서 이어집니다~

 

 저자 : 얀 칩체이스,사이먼 슈타인하트 공저 / 야나 마키에이라 역 / 이주형 감수 / 출판사 : 위너스북

 출간 : 2013년 06월 10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304쪽

 

 

 갑자기 휴대폰에서 진동이 느껴진다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꺼내서 확인해보려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때로는 꺼내면 곤란한 상황 (가령 회의중이라든지) 에서 조차, 우리는 일단 주변의 시선을 피해서, 휙 확인하고, 대출 스팸 문자임을 확인하고 분노하기도 하고요. 하하. 제 경우 그래서 평소에는 거의 인터넷 메신저를 쓰지 않습니다. 한 때 꽤 열심히 네이트온이니, MSN이니 썼지만, 흐름을 방해하는 쪽지나 대화가 오는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한참 바쁜 경우, 아무 답장을 안 하고 외면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런 행위 조차도 "어쩐지 불편함"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기술의 발달으로 이제 카카오톡이 일상화 되어가고 있으니, 스마트폰이 편리함과 함께 피곤함까지 동반한다는 이야기도 등장하고 있고요. 71p에 있는 간단한 대목 "소비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마다 정신적 에너지가 어느 정도 소모된다." 고민하고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지쳐갈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차라리 완전히 무시했다가 한 번에 몰아서 처리하거나, 혹은 확인 하자마자 바로 대답을 하든가, 어느 정도 행동을 자동화 시켜놓아야 "적응"될 수 있겠지요. 게다가 사회적으로 늦은 답변은 "짜증유발"을 한다는 압박까지 받으므로, 우리는 어쩌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좀 더 피곤한 상황으로 노출되고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주말과 휴가 때, 누구나 원하잖아요. 제발 직장에서 연락 오지 않기를! 그냥 좀 내비둬!!!

 

 한편 책 내용 중에는, 어떤 물건에 있어 - "진실 (혹은 성능) 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며, 겉모습이 핵심이다" 라고 힘있게 주장하기도 합니다. 아주 좋아보이는 명품 옷을 입고 설문조사를 나서면 응답률이 대폭 상승한다는 것은, 겉모습이 가지는 힘을 실감하게 합니다. (책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사회적 편견은 몇 개 더 있습니다. 같은 아이라도 사진 배경이 비싸고 화려한 공간이면, 그 아이가 더 똑똑해 보인다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진실은 정말 중요한 게 아닌건가요. 하하.

 

 예컨대 태국 십대 소녀들은 저렴한 가짜 치아교정기를 착용함으로서, 스스로 가난한 아이가 아니라고 증명하고 싶어합니다. 뭐, 우리나라라고 예외겠어요. 오래전 나이키, 아디다스 가방과 신발로부터 시작해, 최근 노스페이스 패딩으로 도배하는 문화를 보면, 괜히 비난받지 않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목격됩니다. 다만 태국이 1,400원짜리 가짜 교정기라면, 한국은 수십만원이 필요하다는 차이는 있겠네요. 물론 이러한 과시욕망은 공통적으로 목격되는데, 영국의 경우 화장실에 놓여있는 읽을거리가 사회적 계층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중상 계층은 화장실에 작은 서재를 차리다시피 해서, 멋져 보이는 집안의 끝을 장식해 줍니다.

 

 미래 사회에 대한 저자의 진단은 명료합니다. "기술은 행동을 증폭시키고, 선한 일을 하려는 사람은 더 선한 일을 할 수 있고, 악한 일을 하려는 사람은 더 악한 일을 하도록 (기술이) 도울 것이다" 사례는 멀리 가볼 필요도 없습니다. 요즘 휴대폰 소액 결제 신종 사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휴대폰 소액 결제 기능을 이용해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기도 쉬워졌습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얼마든지 알 수 있게 되었고요. 더 많은 가능성의 세계가 되었고, 더 많이 자랑을 하는 세계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겠지만, 진실인지,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하겠고요.

 

 끝으로, 깔려 있는 인프라만 보지 말고, 그 본질이 무엇인지 검토해 보라는 이야기와 함께 책은 마무리 됩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란, 안전과 입출금의 용이성이 본질이라고 파악하는 겁니다. 그래서 미래 사회가 이 대목에 대해서 해결하게 된다면, 스마트폰이 그 자체로 은행 같은 기능으로 작동될 가능성도 있겠고요. (현실적으로은 보안의 취약성이 폭로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날이 쉽게 대중화 될 가능성은 꽤 멀어보이긴 합니다만;)

 

 재밌는 반전은 순수하게 본질만 파고들어서,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를 내놨다가 실패했다는 게 유익합니다. 사람들은 가장 싸구려 차의 주인이 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본질을 검토할 때, 겉모습도 고민해보며,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까지도 잘 관찰할 필요가 있겠네요. 요구조건이 조금 까다롭다는 느낌도 들었네요. 단순하고, 본질에 충실하며, 겉모습이 중요한! 삼박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생각해볼 수록, 저자가 참 관찰을 열심히 했구나 싶었고요. 이 대목을 제가 다른 식으로 써본다면, "단순해서 직관적으로 사용하기 쉽고, 본질이 분명해서 기대만큼 정확히 반응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만큼 매력적인 껍데기가 있어야 한다" 로 풀어써볼 수 있겠네요.

 

 어떤 제품이 선택되고, 사랑받는가, 또한 사람이 얼마나 사회에서 인정받고 대우받기를 원하는가를 생각해 보기에도 괜찮았던 책입니다. 다만 외서 번역이다보니,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가독성이 조금 불편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처럼 비즈니스 관련 책 리뷰 였네요. 결국 미래 사회는 끝없이 소비를 유도하는, 편리함을 돈으로 사라고 압박받는 사회가 될 듯 해서, 그 점은 다소 씁쓸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디로 다니는지 위치 정보가 추적되고 있어서, 맛집을 찾을 수도 있고, 물건을 분실 했을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역으로 그 정보가 그대로 "더 편리한 라이프 스타일"을 위해서 연구되고 있다는 것! 편리하지만, 피곤해지는 미래 사회, 그래서 (각종 감시와 압박으로) 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가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두서없는 리뷰는 이쯤에서 마칩니다 :) / 2013. 0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