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한국사

근대 태동기의 문화2 - 중농학파, 중상학파 이야기

시북(허지수) 2013. 9. 18. 01:00

 조선 후기 비주류였던, 실학자들은 가난했습니다. 이를테면, 유득공, 이덕무 같은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도 힘들어 했고, 그래서 이덕무의 경우 집에 있던 맹자 같은 책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이걸 보았던 친구 유득공은 "나도 춘추좌씨 책을 팔아서 술이나 한 잔 해야겠네" 라면서, 같은 처지를 공감하기도 하고요. 우정이란, 참 멋있지요. 여하튼 이번 문서는 권력에서 멀어져 있는, 가난한 비주류 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뤄봅니다. 잘 알려져 있고, 시험에도 친근하게 등장하는, 중농학파 및 중상학파 이야기 입니다. 굉장히 중요하고, 흥미롭고 인상적입니다!

 

 중농학파 (=경세치용학파) 를 살펴봅시다. 경기 남인들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토지분배"를 하자는 겁니다. 토지를 나누고, 자영농을 키우자는 주장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중농학파가 분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뒤에 나올 중상학파의 경우 생산 (그러니까 성장) 을 비중있게 생각합니다. 분배냐 성장이냐 이 축을 가지고 고민하는 모습은, 오늘날과 정말 흡사합니다. 그래서 실학자들의 이야기는 참 재밌고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자, 과연 우리는 어떤 쪽이 더 중요한 거 같나요. 저는 이번 문서 역시 단정 짓지 않으며, 여백의 공간을 남겨놓겠습니다. 다만 그들의 주장만큼은 아주 귀를 기울여서 들어보도록 합시다!

 

 중농학파의 대표적 인물들은 ① 유형원의 반계수록이 있습니다. 토지제도에서 균전론을 들고 나오는데요. 토지를 나눠 갖자는 개혁 이론 입니다. 다만 균전론에 대단한 평등사상이 담겨있는 건 아니고요. 땅을 신분에 따라서 차등지급을 하자는 것 입니다. 사농공상이라는 신분에 따라, 관리, 선비, 농민들에 각각 땅을 주고, 재정을 튼튼히 해서 부국강병으로 간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문제점은, 현실적으로 지금 양반들의 땅을 일단 몰수를 해야, 재분배가 될터인데, 이게 가능할 리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상주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제자 이익이 나오니까요. 실현가능성을 올려서, 더욱 업그레이드 된 이익은 어디보자~

 

 ② 이익의 성호사설이 있습니다. 성호사설 → 성호가 개인적으로 사사로이 이야기 했다는 그 내용, 들어봐야겠지요! 균전론의 한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익은 한전론을 주장합니다. 토지에 제한을 두자는 이론입니다. 한전론의 핵심은 "영업전을 설정한다"는 취지인데요. 다시 말해, 내 토지 중에서 일부분은 영업전으로 놔둬서, 절대로 매매할 수 없게 만들자 고 주장했습니다. 조선 후기는 농민들이 몰락하고 토지에서 떨어져나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일부 농민들은 임노동자가 되기도 하고요. 이 곤란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균전론식) 몰수 후 재분배는 불가능하니까, 한전론을 통해서, 현재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농민들이 몰락해, 생계를 박탈당하는 "최악의 상황은 방어해주자" 라는 관점입니다.

 

 영업전을 설정해두면, 이 토지만큼은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니까요. 한전론은 실현가능성이 있었고, 점진적인 개혁적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고요. (저는 이 대목이 가끔 사자성어인 석과불식과 겹쳐보입니다. 마지막 씨과실은 먹지 않고, 보존함으로써, 새로운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모든 것을 다 먹어치우려는 행태는, 어떻게든 막아놓자는 이익의 성호사설, 이 얼마나 근사한가요!!!)

 

 또한, 이익은 조선사회를 말아먹는 여섯가지 좀이 있다며 매섭게 까발립니다. 과거제, 양반제, 노비제, 미신, 승려, 나태. 이것들이 조선을 가로 막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기존 기득권 세력의 특권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토지 제도니, 신분 제도니, 정면으로 개혁하려는 이익의 당찬 모습. 이러니 어찌 비주류라고 해서 그 외침을 안 들을 수 있습니까! 이익의 한전론, 그리고 영업전 설정이라는 보호막! 꼭 체크해 둘 대목입니다.

 

 ③ 유명한 정약용의 경세유표, 목민심서가 있습니다. 정약용의 주장은 초기에는 "여전론"을 들고 나옵니다. 어쩌면 굉장히 과격한 주장이었는데요, 공동으로 노동하고, 노동한 양에 따라 분배해서 가지자는 건데, 상당히 사회주의적 마인드로도 볼 수 있네요. 하하. 토지의 사유화와 빈부 격차 문제가 해소되기를 바랐고, 양반도 노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셈인데, 참 대단한 혁신안입니다. 뭐, 어떻게 보면 노력을 많이 한 사람에게 많은 배당 곡물을 줘야 한다는 게 당연한 이야기인데, 지금도 그렇지만 현실이라는 게, 열심히 해도, 그 과실을 다른 이가 가져가는 이상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걸 보다 공정하게 바꿔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고요.

 

 그리고 정약용은 시간이 흐르면서, 정전제로 바뀌게 되고요. 정전제는 우물 정(井)자 처럼, 구획을 나눠놓고 각자가 경작하되, 토지 가운데 부분에 한해서는 그 경작물로 세금을 내고, 공동의 여비로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중농학파 실학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펴본다면, 그것도 하나의 통찰을 줍니다. 비주류의 주장이다보니, 눈에 딱 찍히면 유배를 간다거나 했고, 또 그러면서 기층 민중들의 엉망된 삶을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이렇게나 고단하게 살고 있으니, 대안을 고민해 보았던 것이지요. 그 열정과 태도가 참 근사하다고 생각하고요.

 

 이제 중상학파 (=북학파,이용후생학파) 이야기로 들어가봅시다. 주로 노론의 자제들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생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성장을 중시합니다. 또한, 청의 문물도 적극적으로 수용하자고 주장하고요. 유수원의 우서가 있습니다. 사농공상의 직업 평등을 강조한다는 특징 이 있습니다. 사실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에도 전문직과 비전문직의 임금격차가 확연히 존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이 심각한 상황이니... 이렇게 직업마다 차별이 심한 상황에서는, 특정 직업에 몰빵 우르르 몰리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근본적으로 직업 평등의 대안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라는 통찰이 있습니다. 한편 유수원은 농업과 상업을 경영하는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요. 상당히 자본주의적 마인드가 느껴집니다. 경영이 중요하다! 는 거지요. ② 홍대용의 임하경륜이 있습니다. 신분 제도 철폐를 외치며, 문벌제도에 대해 비판했고요. 자 그리고,

 

 ③ 대표적인 인물인 박지원이 있습니다. 열하일기를 들 수 있고요.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수레와 선박, 화폐를 적극적으로 쓰자는 겁니다. 박지원은 청나라 문물을 보고 왔는데, 엄청난 물자들이 운반되고 활성화 되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선, 아! 이게 답이구나! 싶었다 랄까요. 정말 생활이 편리해지는 측면이 있더라. 따라서, 생활의 풍요로움 - 그 모습을 조선에도 도입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박지원 역시 한전론을 주장합니다. 다만 박지원의 한전론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한계, 즉 최대한의 토지를 정해놓고, 그 이상은 못 가지게 하자는 것입니다. 토지상한제라고 볼 수 있는데, 훗날 남한의 농지개혁과 유사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까지만 토지를 가질 수 있다 라는 것!

 

 (그러므로, 중농학파, 중상학파를 굳이 나눠서 비교한다거나, 혹은 문제로 나온다거나 한다지만, 완전히 딱 선을 나눠서 구분한다는 것은 다소 규격화 시키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박지원은 상공업 개혁뿐 아니라 토지문제에 관해서도 주장을 했다는 걸 여담으로 이해해두면 좋겠습니다.)

 

 ④ 열정 넘치는 박제가와 북학의가 있습니다. 정조가 총애했던 서얼 출신의 박제가!!! 서얼임에도 중국에 사신으로 파견되기도 했던 그 박제가 입니다! 한마디로 발탁된 낙하산의 끝판왕! 그래서, 질시도 많이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하튼 박제가의 주장은 - 스승 박지원과 닮은 점이 있어서, 수레와 선박, 그러니까 유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시각은 현재에도 얼마든지 유용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먹고 사는 역량은 세계를 상대로 하는 유통 - 넓게 파악해 보면 "수출"이 대단히 중요하니까요. 게다가 보세요. 수레와 선박? 어 자동차와 조선업! 네, 이게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상당히 신기하지요. 무려 200년 전부터, 수레와 선박을 중시해야 삶이 개선될 수 있음을 꿰뚫어 본 그 통찰력, 역시 굉장하다는 생각입니다. 하하.

 

 특히 박제가의 주장 중에 대단한 대목은 "소비론" 입니다. 절약보다는 소비를 해야한다는 놀라운 주장인데요.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인데, 한 번 재미삼아 생각해 보세요.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와 커피를 주문하자, 아주 품질 좋은 케이스와 고급스러운 컵에 음식이 담겨져 나옵니다. 이걸 1회용으로 쓰고 버리기에도 아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에요. 그래서 이건 좀 낭비 같아서, 미국인에게 물어보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당신이 이걸 쓰고 버려줘야, 이걸 만드는 노동자들이 잘 먹고 살 수 있잖아요" 그야말로 이런 태도가 자본주의적인 마인드이자, 돌고 돌아야 결국 다들 부유해질 수 있다는 생각인 거지요. 아, 정말 인상적입니다. 좀 더 박제가의 목소리에 주목해 봅시다.

 

 박제가 왈, "제발 좀 낡은 주전자 좀 버리고! 새로 질러! 구입합시다! 그래야 만드는 사람들도 살고, 그러다보면 좀 더 의욕적으로 잘 만들어지고, 서로 서로 도울 수 있는거에요!" 소비를 통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마인드! 장난 아닙니다! 다만, 함께 생각해 볼 대목은, 박제가는 정말로 청나라의 문물 수용에 거의 열광했던 사람이라서, 조금 오바(!)한 측면도 있는데, 이를테면 우리도 과감히 중국어를 공용어로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는 걸, 같이 파악해 둘 필요는 있습니다.

 

 (*아, 요즘도 그런 사람들 있지요. 우리도 생활 언어 문화를 바꾸고, 어릴 때부터 집중 교육시켜,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국제 경쟁력도 키우고, 영어로 생활을 하자는 주장입니다. 이른바 강대국의 질서를 빨리 따라가서, 경쟁력 있는 모습이 되자는 취지인데, 여하튼 저는 처음 언급한대로 여백을 남겨 놓겠습니다. 판단은 읽는 사람의 몫이어야 하니까요.)

 

 여하튼, 박제가는 참 인상적 측면이 있습니다. 보통은 청나라의 화려한 문물 앞에서, 감탄하거나, 그저 바라보는 것에 그칠텐데, 박제가는 얼마든지 우리도 노력해서 적용한다면 그렇게 잘 살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일단 놀라게 됩니다. 끝으로, 생각을 하게 해주는 묘한 반전이 있습니다. - 정말 신기한 건, 박제가 그 이후에 청나라에 파견된 사신들은 같은 청이라도 묘사관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청의 문화? 찌질하다! 사치스럽고 건강하지 못하다! 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수용할 필요도 없다! 라고 해석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와 같은 모습들이, 우리를 더욱 놀랍게 해줍니다. 사람의 시야라는게, 어느 특정한 세계관에 지나치게 갇혀 있으면, 그 틀과 그 기준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해 버리고, 때로는 공격까지 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듣는 겁니다. 우리도 혹시 그런 모습이 있는건 아닌지, 경계하고 돌아보는 성찰과 지혜. 저는 이게 정말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문서는 더 길어지기 전에 이쯤에서 끊고, 다음 문서에서는 국학 연구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영감 - 저는 가난하거나 힘든 환경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박재희 선생님의 표현을 빌려오면, "남보다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에 오히려 마음가짐과 생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고, 남보다 몇 배 더 고민하고 조심하기에 결국 큰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뜻" 그래서 맹자는 외로운 신하와 소외받는 서자가 오히려 생각이 깊어질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실학자들은 가난했고, 긴 유배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공감 능력과 더 많이 볼 수 있었던게 아닐까 감탄하기도 합니다.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주저앉거나 낙담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 도전하고, 분발하고, 생각이 깊어질 수 있음을 격려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역경 속에서도 꽃은 피어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절박하기 때문에, 화려하게 피어날 수 있습니다. 푸시킨의 유명한 시를 덧붙입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여전히 한 번 뿐인 인생은, 가능성의 존재이므로, 결코 일희일비 하지 말고, 성실히 노력하는 인생이기를 응원합니다.

 

 여담으로 19세기 영어책으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진보와 빈곤에서는, 결국 생산력 증가의 혜택을 토지소유자가 가져간다는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게 볼 때, 박지원이 상공업 발달만으로는 모두가 즐겁지 않을 수 있기에, 박지원 나름의 토지상한제를 들고 나왔음을 생각할 수 있겠지요. 현대사회도 비슷한 측면이 있어서,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수치적 경제성장률 보다는,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 지나친 탐욕을 얼마만큼 막아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