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공부하는 힘 리뷰

시북(허지수) 2013. 9. 29. 23:56

 수년 전, 처음으로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이라는 책을 읽고, 커다란 영감을 얻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 주변 지인에게도 많이 소개했었고요. 몰입에 대하여, 아주 압축해서 이야기한다면, "단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것이 실제로는 대단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으며, 희열을 동반한다는 주장이었는데요. 저는 그 이후로,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하나의 주제를 오래도록 생각하는 것을 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요즘도 동호인 모임에서, 질문하는 인간, 철학하는 인간 으로 놀림(?)받을 정도로, 끈질기게 생각을 해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황농문 교수님이 한 발 더 나아간 파격적인 책을 선보였습니다. 몰입하고, 파고드는 경험을, 하기 싫은 일, 예컨대 공부 같은 일에도 적용해서 놀라운 성취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 라고 제안하는 것이지요. 분명히 몰입하기 쉽지 않은 것일지라도, 여기에만 집중한다면 특별한 희열을 마주할 수 있다는 주장! 굉장히 흥미로운 생각이었습니다. 가령, 개인적으로 저는 좋아하는 일 - 블로그 글쓰기 등 - 을 할 때는, 시간을 잊고서 하나의 포스팅을 완료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잠깐 집중한 것 같은데, 반나절이 지나있을 때도 있고요. 한 가지에만 완전히 빠져드는 신기하고 멋진 경험이지요. 자, 과연 공부에도 몰입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자 : 황농문 /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출간 : 2013년 08월 09일 / 가격 : 14,000원 / 페이지 : 288쪽

 

 

 황교수님은 책의 후반부에서, 하기 싫은 일을 집중해서 잘하는 비결로 놀랍게도 "정신적 성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가령 어떤 사람들은 경험 앞에서 한결같은 결론을 내리는데요. "이번을 계기로 최선을 다해 연구해야겠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라고 했다가, 또 다른 일을 만나서도 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최선을 다해야 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수한 학생의 비결이라고 합니다. 계속해서 동기나 자극을 찾는다는 점입니다. 놀라울 만큼 부러웠고, 굉장히 감탄한 대목이었습니다. 같은 경험을 해도, 누군가는 변명부터 찾아서 회피하기에 바쁜데, 누군가는 정면으로 맞서며 더 노력해야겠다고 결단한다니... 생각할수록 굉장합니다.

 

 헬렌 켈러가 이렇게 잘라 말했습니다. "인간의 정신은 편안한 생활 속에서는 발전할 수 없다" 그리고 심리학적인 접근을 해보아도, 인간은 불편함을 느끼고 난 후 행동에 나설 때가 많습니다. 예컨대 매일 사람을 만나는 직업을 가졌다면 상대적으로 외모가 더 깔끔하고, 매일 집에만 있는 사람이라면 외모에 덜 신경쓰는게 인간이니까요.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정신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할텐데요. 실제로도 힘든 환경이 엄청난 구동력을 만들기도 한다는게 놀라웠습니다. 예컨대 선조들의 뼈아픈 고통의 역사를 생각하며, 삶을 이렇게 태만하게 살 수 없다고 스스로 자제심을 발휘한다면, 그는 성숙해 질 수 밖에 없잖아요. 삶의 한시성을 깨닫고, 오늘을 바라보는 시야를 가진다면,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게된다는 견해에 아주 공감했습니다.

 

 책의 핵심은, - 불편한 상황 속에서, 열심히 생각합시다 -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고력이 높아질 수록, 같은 경험을 해도 훨씬 더 많은 깨달음을 얻고, 수준 높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대목은 중요한 통찰을 주었습니다. 조금 바꾸어 말하자면, "생각하는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무엇을 경험한다고 하더라도,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론은 매우 따끔하고 명확합니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하고, 고통스럽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을 1만 시간 넘게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면, 그것이 바로 재능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때 우리에게 힘이 되는 한 가지는 낙천적인 마음가짐 입니다. 모차르트의 사례가 나와 있는데, 그가 새로 작곡한 곡으로 오페라 공연을 했는데, 청중이 고작 10명... 그 때 모차르트의 편지는 이러합니다. "오늘 공연은 정말 대성공이었고, 날아갈 듯한 기분이라오! 10명의 관객들도 감격의 박수를 보냈다오." 다시 말해,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실패를 견뎌내며, 계속해서 정진해 나갈 때, 우리가 더 좋은 날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소한 성과 앞에서도, 단순하고 소박하게 기뻐할 줄 아는 감탄하는 마음가짐. 그렇게 품에 안은 에너지로 계속 앞으로 갈 때, 우리는 놀라운 지점까지 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여기까지 생각에 닿자, 저는 당장에 시도해 봐야겠다는 매우 강한 소망이 들었습니다. 평생에 꼭 한 번 이루어 보고 싶었으나, 하기 벅차서, 혹은 두려워서, 그동안 쌓아놓았던 게 제법 많이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시도하던 일들이 대부분 중단되고, 중도포기 되며, 흐지부지 되었던 것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뒤늦게 깨닫는 것이 있다면, "다른 생각이 너무 많았기 때문"으로 간단히 정리될 수 있습니다. 단 한 가지에 미친 듯이 몰입해서, 성과를 내보자는 뚜렷한 목표지향이 번뜩이며 지나갔고, 그 생각을 꼭 붙잡고 있습니다.

 

 저자 황 교수님은 논문을 쓸 때, 독한 지도교수님 때문에 죽을 만큼 고생했던 것을 회고합니다. 한 편 완성 하는데 몇 년이 걸리는데, 여덟 번 이상 퇴짜를 맞았으니, 그야말로 불가능한 수준의 벽에 부딪히며, 무참히 깨지는 경험들이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결국 그 시기를 통과하며 황 교수님은 "교육의 힘"을 믿게 되었다고 놀라운 역설을 이야기 합니다. 왜냐하면, 그 기간 동안 처절하게 노력하고 생각하며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 능력의 한계가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기!] 그래서 저는 이 목표를 30대가 가기 전에 반드시 이루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30대의 버킷리스트 맨 윗 대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말 바보 같게도,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면, 스스로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제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번의 경험이 쌓이다보니, 쉽게 할 수 있는 것과 하기 버거운 것들을 구분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점점 편한 방향으로, 생각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나중에는 점차 무감각하게 변해가며, 눈물과 감동이 메마른 삶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이 황량함이 내 모습이었구나 하고 처참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 얼어붙은 마음에 도끼를 들어 찍어버릴 날이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어야 합니다.

 

 사고력이 더 탁월해 지고 싶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앞서 저는 고민하고, 질문하는 인간임을 언급한 바 있었는데, 저는 "매일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라고 오래도록 바라왔습니다. 이번 한 해 동안, 영화나 책을 참 가까이 하면서 지내기도 했는데, 때때로 소화력 부족을 절감하면서, 슬펐던 때가 있었습니다. 영감을 좇아, 역사노트까지 들여다보며 통찰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매일 새로운 영감을 위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찾고, 또 찾아다녔던 것입니다. 제가 미학적 감각이 있었다면, 아마 미술이나 음악계를 찾아다녔겠고요.

 

 황 교수님의 몰입 이야기는 어쩌면 프로바둑기사 조치훈9단의 발언과 겹치는 측면이 있습니다. "나는 바둑 한 수, 한 수에 목숨을 건다" 평소 잡기(雜技)에 능해서 바둑까지도 손을 대 보았던 저는 조치훈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도 생각났습니다. 조치훈은 한 때 교통사고로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바둑은 둬야한다며 "기권을 하느니 차라리 바둑판 앞에서 죽겠다" 라며, 휠체어를 타고 바둑을 둔 일화가 있습니다. 한편 다른 일화로는, 대국을 견학하던 원생이 잡담을 하자 곧장 패트병을 집어던지며 분노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결국 교수님은, 한 가지를 치열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몰입에 이르게 해주는 길이라고 강력하게 언급합니다.

 

 그러므로 리뷰의 마무리는 두 가지의 질문으로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첫째, 항상 공부만을 생각함으로서, 어떤 상황 앞에서도 공부부터 생각할 치열한 각오를 가지고 있느냐? 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둘째, 도중에 불필요한 잡념이 인풋되어 들어올 때, 강력하게 저항하며, 지금의 일만을 순수하게 붙드는 끈질긴 태도가 있느냐? 를 생각해야 합니다. 황 교수님은 한나절이면 몰입도를 30~40%까지 올릴 수 있다고 표현합니다. 계속 훈련한다면, 우리는 일주일이면 한 가지에 온전히 파고들어가는 경험을 시도할 수 있을테지요. 거기서부터 눈부신 발전은 시작되는 것입니다.

 

 반성적인 마무리가 되겠지만, 저의 접근법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빠르고, 쉽게 영감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최적의 방법론과 안일한 운에 기대는 태도란, 다시 생각해봐도 부끄러울 뿐입니다. 오늘날, 하나의 발견과 깨달음을 위해서, 수십, 수백번씩 생각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해 내는 단 하나야 말로, 어쩌면 영감의 다이아몬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볍기만 한 영감의 양보다는, 오랜 고민에서 길어져 나오는 진심의 표현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머리 속 무대에, 원하던 꿈을 주인공으로 올리고, 거기에만 몰두할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노력한 사람 중에서, 못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라는 말이 진실이라면,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이만하면 괜찮겠지 라면서 노력을 게을리하는 자기합리화의 태도와 싸워야 할 것입니다. 최고의 연주자들은 꼭 스스로를 돌아보며 철저한 개인연습을 시도하며,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저 높은 기준에 비춰보며, 될 때까지 노력하는 삶이 된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조용히 두 손 모아 당신의 꿈을 간절히 응원합니다. / 2013. 0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