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문서도 분량이 짧다보니, 여담으로 시작합니다. 올해 봄에, 정말로 가볍게 시작했던 국사정리가, 어느새 가을이 되어서 (근대 태동기까지의) 전반기 마지막 문서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많이 놀랐고, 힘이 닿는 대로, 조만간 근현대사 이야기도 잘 정리해놓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역사에 대해서 유시민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역사를 보면 진보주의는 패배를 거듭한 끝에 가끔씩만 승리해요. 수없이 많은 저항과 반란이 참혹한 패배를 당하고... 그 끝에 겨우 하나의 혁명이 성공하고요. 그런데, 그 혁명 다음에는 흔히 보수의 반동이 찾아듭니다." 저는 국사정리를 올해 틈틈이 고민한 덕분에, 이 말에 너무나 공감이 컸습니다. 그렇다면, 역사는 발전하지 않는걸까요? 수레바퀴는 굴러가는 걸까요? 유선생님은 답합니다.

 

 "그러면서도 사회와 문명은 새로운 방향으로 진전되었어요. 진화적으로 새롭고,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진보적 사상이 거듭되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더 널리 퍼지고 일상의 행위 양식에 녹아들어가요. 그렇게 문명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는 거에요.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더 정의로워지고요." 근대 태동기까지 왔고, 여기서부터 인류는 이후 많은 차별을 없애버립니다. 인종차별, 신분차별, 남녀차별이 법적으로 사라졌고, 지도자까지도 투표로 선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해진게 그리 먼 역사가 아닙니다. 소수파로 몰리거나, 당시에는 패배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훗날 재해석, 재평가 되면서 광해군을 다룬 영화는 천만명이나 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역사가 흥미로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소수파에 선다는게 그리 나쁜 일이 아니라는 점, 제가 역사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 중 하나 입니다. 장문 서론은 이쯤하고, 오늘 문서 살펴봅니다.

 

 아, 이번 문서는 회화(그림)와 건축, 공예입니다. 비교해서 파악해 본다면, 조금 신기하게도 조선 전기까지의 회화의 중심 소재는 관념적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니, 산을 그린다면, 상상 속의 산을 그린다거나, 사람을 그리면 난데없이 중국인이 등장하고 그랬습니다. 현실이 아닌 머릿속에 있는 느낌을 그려낸다거나 했었고, 게다가 우리것도 아니었지요. 그런데! 조선 후기가 되면 회화의 중심이 우리것이 된다는게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우리의 자연이나, 우리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왜 그랬을까 한 번 이해해 봐야겠지요? 왜냐하면, 조선 후기에는 오랑캐가 세운 청나라가 등장했기 때문에, 조선 입장에서는 우리야 말로 주인공이다, 우리가 소중화이며, 중심일 수 있다 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됩니다. 조선 후기 회화는 진경산수화가 새롭게 등장하는데, 한자를 풀어쓰면 진짜 경치를 소재로 해서 산수화를 그리자는 흐름입니다. 이제는 상상 그만, 중국 그림책 치워! 입니다.

 

 유명한 화가로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금강전도가 있습니다. 진경산수화의 느낌 그대로~ 우리 자연이 등장합니다. 또한 풍속화로는 김홍도, 신윤복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재가 다양해지고, 당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기존의 성리학적 질서가 욕망을 감추라! 고 했다면, 신윤복의 그림에서는, 그런 허위적인 면을 벗어던지고, 애정을 바라는 여성의 마음 등을 솔직하게 그려내는 겁니다. 그런 욕망까지도 세밀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일품입니다. 한편, 민화가 유행하기도 합니다. 가령 민화 속 호랑이는 전혀 무섭지 않고, 귀엽게까지 느껴지고 익살적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서민의 소박함이 묻어난다랄까요. 그리고, 추사체로 이름을 날렸던 김정희가 있습니다. 독창적 이라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건축은 시기마다 대표적인게 있습니다. 17세기에는 - 금산사 미륵전, 화엄사 각황전, 법주사 팔상전 이 있는데, 잠깐 여기서 의문이 떠오르지 않나요. 조선 같이 성리학의 나라에서 다 절이 대표적인 건축물이라니요? 왜 이렇게 절이 많이 지어지나요? 물론, 지배층은 유교를 가지고 다스리려고 하지만, 조선 후기로 가다보면 더욱 더 이 유교의 의도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지배층인 양반들 내부에서도 절을 힘껏 밀어주기도 하고요.

 

 18세기는 부안 개암사, 논산 쌍계사가 있는데, 이 경우는 부농과 상공업자들이 후원을 많이 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무렵쯤 오면 부농과 상공업자들이 많이 등장하고, 성장했구나를 알 수 있습니다~ 끝으로, 19세기에는 대원군의 경복궁 중건(재건)을 체크해 두면 됩니다. (※덧붙여, 유명한 건축물로는 정조가 1796년 수원 화성을 완공하기도 했습니다. 수원 화성은 세계 유네스코 문화 유산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성입니다.)

 

 공예는 사실 백자가 계속 유행했다로 보면 되는데, 조금 고급스러운(?)말로, 백성들도 널리 쓰게 되었고, 백자가 일반화 되었다 라고 합니다. 푸른색 무늬가 있는 청화백자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공예품입니다. 일반 서민들은 질그릇 옹기를 많이 쓰기도 했고요. 여기까지, 근대 태동기의 최종 마무리가 되겠습니다.

 

 분량보다 여담이 더 많아서 조금 민망합니다만, 끝으로 세 가지 여담을 깊게 생각해 봅니다. ① 우리가 자신만의 주장과 세계관에 갇히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생각에 대하여 관용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볼테르의 말을 떠올려보면, 생각의 자유란 "나는 네 말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 입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더라도, 저는 얼마든지 좋은 벗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②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밥을 알맞게 먹어야 하고, 잠을 충분히 자야 합니다. 그렇지만, 사회는 보다 살기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노동시간은 과거에 비해서 줄어들었고, 많은 사회적 권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이게 끝은 아닙니다. 우리의 의식이 계속 성장하고, 깨어 있는 시민이 되었으면 좋겠고, 뒤에서 비난만 하기 보다는, 작은 참여라도 지극히 소중하게 여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작은 의식의 변화에는, 정말로 세상을 바꿀만큼 거대한 가능성이 들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절대로 투표는 잊지 마세요.

 

 ③ 퇴화하는 지식인의 모습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안다고 해서, 그것을 무기로 삼거나,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비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실 저는 모르는 것 자체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배우려고 노력하면, 열심을 낸다면 충분히 만회될 수 있으니까요. 정작 조심해야 하는 것은, 나는 좀 아는데 라는 오만함에 주변을 비난한다면, 혼자 잘난 척 하는 선비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표현 중에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입니다. 근사해 보이는 주장에 무작정 환호하기 보다는,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날카로움이 중요합니다.

 

 혼자만의 지나친 독선에 빠져든다면, 그래서 적만을 만들고 있다면, 썩어빠진 세상을 한탄만 한다면, 한 번쯤 그 생각의 틀을 다시 돌아봤으면 합니다. 세상에 좋은 사람이 하나도 없고, 사랑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정작 살펴봐야 할 것은 오히려 나 자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주기, 내가 먼저 사랑을 나눠주기, 내가 먼저 실천해 보는 것, 그 용기를 저는 한없이 사랑합니다.

 

 올해 봄, 50개 정도로 충분히 정리될 것이라 예측했었는데, 본의 아니게 80개 분량이 조금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저는 최선생님의 폭이 넓은 강의를 문서로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중국집 중에서 제일 맛있는 곳이 최태성 이라는 전설의 B급(?)유머가 있는데, 그말처럼 저는 참 맛있는 국사, 소화하기 훌륭한 국사 였다고 생각합니다.

 

 10월 중순부터는 근현대사 이야기도 읽기 편하게 정리를 시도해 보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친절이란, 겨우 이 정도이고, 정말 국사성적을 잘 받으려면 기출된 문제도 꼼꼼하게 풀어보는 등 스스로 많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힘차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인생을 행복으로 채워가는 멋진 인생이,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자칭 무명 블로거 - by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by 시북 2013.10.10 22:03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