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가이 가와사키의 시장을 지배하는 마케팅 리뷰

시북(허지수) 2013. 11. 19. 19:45

 미국 아마존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가이 가와사키의 "enchantment" 책이 번역서로 나왔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제를 살려 매혹의 기술 정도로 포지셔닝 하는게 더 쉽게 와닿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내용은 무척 간단합니다.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핵심적이며, 실용적인 방법들이 대략 100여가지 정도 실려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즐겁고 유익했던 대목을 발췌해서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가볍게 써보려 합니다.

 

 매력적인 결정이 무엇인가? 저자의 주장은 대단한 설득력을 갖고 있습니다. "멀리 봤을 때 나에게 이롭다면 그 결정은 매력적인 것이다!" 구체적인 비유로는, 싸구려를 살 때 가장 좋은 건, 그것을 살 때뿐이지! 비싸고 좋은 것을 살 때 가장 나쁜 것도, 그것을 살 때 뿐이지! 라는 절묘한 표현이 있습니다. 싼 것을 선택함으로서 쉬운 만족감을 얻기 보다는, 차라리 내가 정말로 바라던 것을 선택함으로서 대가를 치르는 편이 더 매력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저자 : 가이 가와사키 / 노지양 역 / 출판사 : 모멘텀

 출간 : 2013년 09월 01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280쪽

 

 

 전략에 대해서는, 사람을 매우 중시하는 접근을 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최고의 전략은 사람이다" 라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평화란 그 사회의 중간 계층이나 일반 시민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리더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라는 점. 그러므로 조직에서도 중간 계층과 일반 대중의 뜻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리더가 아니라 바로 이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므로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깊이 있게 듣고자 노력하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또한, 사람을 사로잡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일 수 있다고 접근합니다. 일반적이지 않고, 비상식적인 견해가 재밌었습니다. 과연, 애플 마케터의 발상 답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아이폰 내부 모습까지도 아름답게 배치시켜 놓으려 했으니까요. 분해하지 않는 이상, 내부를 사람들이 볼 수 없다지만, 일단 발상부터가 "결과 지향적이지 않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무엇인가를 내놓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라며 아웃풋이나 출력을 중시합니다만, 사실 대담한 발상과 행동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조직 구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배경과 능력을 지닌 사람들로 채운다, 아니 적어도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채우는 것이다." 라며 다양성을 유독 강조합니다. 저자는, 멋진 프로젝트를 밀고 나감에 있어서, 다양성이 지나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단언합니다. 심지어 악역도 필요하고, 귀중하다는 사고방식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이 악역이 단지 조직의 발목을 잡는 악의적 역할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쓴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반대자들의 이야기까지 새겨 들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것 아닐까 합니다. 당장에야 마음이 쓰리고 아픈건 확실하지만요.

 

 의사결정의 팁으로는,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혹은 몸이 안 좋을 때는 결정을 잠시 미루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컨디션이 나쁠 때, 급하게 하는 선택은 후회를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재촉을 당하는 상황에서 내리는 의사결정은, "도플러 효과(급할 때 어리석은 아이디어가 더 좋아 보이는 현상)"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경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급하게 글을 마무리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조언을 생각하며, 차라리 하루 뒤로 미루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를 오늘 끝내나, 내일 끝내나, 길게 본다면 큰 차이는 없겠지요. 그러나, 급하다고 억지로 추진하다보면,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고 후회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는, 그래서 결론을 강제로 재촉하는 회의가, 종종 이상한 결론으로 끝날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피곤을 부르는 상황 자체를 피하는게 현명한 것이며, 거절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재밌는 예시가 나오는데요. 세일을 하고 있는 아울렛에서, 마눌님 혹은 애인과의 쇼핑은 피하라는 겁니다. 보통은 녹초가 될테니까요. 하하.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는, 부드럽게 거절부터 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친구와 가는게 어때 라면서, 숨겨둔 비자금이라도 좀 아내에게 건네주는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의지를 고평가 하지 않는다는 점이 재밌었습니다. 차라리 푹 쉬고, 재충전을 잘 했을 때, 보다 좋은 과정과 결과로 다가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이것만 봐도 책값이 아깝지 않다고 주장하는 강력한 유머도 들어가 있습니다. "갑자기 아내가 뭔가를 해달라고 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당장 그만두고 재깍 움직여라! 내가 그리는 큰 그림과 아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다르다! 우선 아내부터 위하면, 사랑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할 때는 밀어붙일 줄 알아야 겠지만, 그래도 굳이 사랑하는 사람을 무시해가며 진행할 필요는 없겠지요. 소소한 일상의 팁이지만, 유쾌했고, 실용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가이 가와사키의 지침 -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바로 그 때가 세상에 내놓아야 할 시기다 - 라는 말에 강렬한 자극을 받아서, 인생의 상당한 부분들이 달라졌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꺼내어 보고, 정리해 보고, 논하면서 보다 더 즐거운 일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아래의 질문들을 오래도록 음미해 보려합니다.

 

 1. 내 아이들에게 나쁜 본보기가 되지 않는가?

 2. 다른 사람들이 이 행동을 보더라도 나는 계속할 것인가?

 3.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의 결정을 저지한다 해도 진행할 것인가?

 이 모든 것에 예라고 답하며, 계속 밀어붙일 수 있는 게 존재한다면, 어쩌면 그것이 사명이나, 운명같은게 아닐까요? 그렇게 삶에서 "매혹적인 영역"을 발견해서, 확산시켜 나간다면, 한결 더 즐거움과 행복함이 함께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제 경우는 여전히 "아직 발견중" 이라고 걸어놓고 싶고요. 다만, 그 발견의 비결이 "시작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 있다는 점"은 최근에서야 강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이 한 마디를 되새기며 마칠까 합니다. - 늦게라도 하는 것이 아예 안 하는 것보다 낫다! - 여러 의미에서 변용될 수 있습니다. 늦게라도 감사와 애정을 표현하는게 낫습니다. 늦게라도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는게 낫습니다. 늦게라도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질문이 최근에 보았던 질문 중에 거의 베스트 수준이라고 생각하기에 덧붙여 봅니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무엇입니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지금 하고 있습니까?"

 

 저는 한계를 넘어가보는 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질문을 자주 합니다. 적당한 기준점에서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도 해봅니다. 두렵고 망설여지더라도 그냥 해보는 것. 그렇게 책을 펴보고, 또한 의미 있는 선택을 실천하는 것으로 답하려고 합니다. 돌아보면, 말로 하는 답보다는, 행동으로 하는 답이 남는 것 같고요. 이런 내용들을 20년 전에 알았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라는 뻔한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그 결과는 알 수 없을테고, 놀라운 일들도 계속 만나게 된다고 믿을 뿐입니다. / 2013. 1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