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노무현이, 없다 리뷰

시북(허지수) 2014. 5. 26. 01:25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인데, 심야의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바람은 서늘하게만 느껴지고, 2014년의 5월은 슬프고 아프기만 합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책 중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인, 노무현이 없다 라는 책을 며칠간 들춰보았습니다. 무엇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요. 가장 먼저, 제가 좋아하는 작가 정혜윤PD의 표현을 가져오겠습니다.

 

 "노 대통령은 죽기 전에 성공과 좌절이란 자서전을 썼다. 미완이었다. 끝맺지 못한 생각들로 가득한 메모 같은 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끝맺음 있는 생각들이 또 어디 있겠는가? 완전 종결되는 꿈이 어디 있겠는가? 죽음에 임박한 마지막 순간에는 우공이산이라는 고사성어를 벽에서 떼어냈다. 그 우공이산을 다시 벽에 거는 일은 정치인들이 아니라 우리 몫이다. (p.60)"

 

 이 구절이 저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 하나로 도무지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 평생 깨달았을 테지요. 오히려 원칙을 사랑하다가, 온갖 비난이 돌아온다는 것을 보았을 테지요. 계란으로 아무리 바위를 때려봐야 깨지는 것은 단단한 바위가 아니라, 약한 계란만이 희생된다는 것이 세상이라면, 그는 정말이지 바보 노무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억하고 싶었던 것은... (아래에서 계속)

 

 저자 : 도종환 등저 / 노무현재단 편 / 출판사 : 학고재

 출간 : 2010년 5월 5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252쪽

 

 

 어째서 당신은 충분히 여유롭고 즐겁게 누리면서 세상의 주류로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험난한 길을 자처하면서 마지막까지 그렇게 가셔야 했다는 것인가! 언론과 싸우며, 기득권과 싸우며,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 살았느냐는 것입니다. 청와대에서 찍은 사진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프랑스사 라는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늘 책을 가까이 하던 사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어야 할지 고민하던 사람. 그러면서도 생각이 정리되지 못했던 사람. 그래서 저는 당신을 그토록이나 좋아하고, 당신의 좌절에 속상해하고, 끝내는... 미안해 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짧은 에피소드 하나. "청와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식사를 담당하는 운영관에게, 일주일 내내 고생하고 일요일까지 근무하면 되겠느냐며 고구마와 라면만 준비해놓고 늦게 출근하라고 했다. (p.160)" 타인에게 대접받는 것을 즐기기 보다는, 타인의 삶을 배려하고 돌이켜보는 작은 태도 하나에 저는 참 가슴이 따뜻했습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이런 식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들 때문이야, 더 열심히 하란 말이야 라고 명령하고 복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한 당신들은 좀 쉬어도 괜찮아요, 내가 오늘은 고생하지요. 라는 스스로 책임을 떠안는 태도. 당신의 리더십이 유독 그리웠던 것 같습니다.

 

 수 년전에 작가 유시민이 한국에서는 박근혜가 되도, 문재인이 되도, 누가 리더가 되더라도 경제적으로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고통스럽더라도 잘 견뎌나가고, 이겨나가야 한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저는 그 말이 매우 독특하게 들렸는데, 그것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위대한 리더"에 의해서 변화되기 보다는, "모두의 인내와 근성"으로 변화될 수 밖에 없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제 누군가가 세상을 변혁할 수 없다는 것을 선명히 깨달았다면, 송기인 신부님의 말씀처럼, "그가 우리 각자인 동시에 모두이기를!" 이것이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다음은 송기인 신부님의 이야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이란의 변호사이자 인권 운동가이며 2003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시린 에바디를 위해 이렇게 말했다. [페르시아 시인 하페즈는 7천 년의 기쁨도 7일간의 억압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했다. 에바디는 바로 그 시구를 체화한 사람이다. 오늘 저녁, 여기 있는 그녀가 우리 각자인 동시에 모두이기를! 그녀가 타의 모범이 되기를! 그녀 앞에 어떤 어려움이 놓이더라도 그녀가 사명을 다하기를! 그리하여 다음 세대는 불의라는 단어를 삶에서가 아니라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기를!] 바로 우리가 되새겨야 할 말이다. (송기인.p.124)"

 

 우리가 삶에서 어려움을 만났을 때에도, 사명을 다하고, 여전히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저는 정말이지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불의가 없는 다음 세대를 위하여, 정의가 구현되는 다음 세대를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실천하고, 행동한다면, 세상은 딱 그만큼씩 바뀌어 나가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혹자에 따라서는 거창하고 담대한 일을 꿈꾸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속 좁은 소시민인 터라, 우리가 친절할 수 있기를, 아이들의 눈높이를 잘 맞출 수 있기를, 부당한 일에는 NO 라고 말할 수 있기를, 그래서 스스로가 행복하고, 타인에게 기쁨을 주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고향 봉하마을에서 이경묵PD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담아두었던 질문을 던집니다. 요즘 행복하십니까?

 "아주 행복합니다. 일이 좀 벅차고 몸이 힘들다는 느낌은 있지만 아주 행복하죠.(p.215)" 특별할 거 없는 인간적인 대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삶에 대해서 아주 행복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뵌 적이 거의 없습니다.

 

 어쩌면,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삶이란, 앞이 보이지 않아서 무섭고 불안하거나, 힘들고 고된 일상의 무게로 지쳐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무현 역시 일이 벅차고 몸은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다고 웃을 수 있는 그 여유. 마음 한 편의 여유를 간직한 삶이야 말로, 행복에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이제 노무현은 없습니다. 2014년 5월이 벌써 이렇게 끝나가지만, 올해만큼은 햇살 좋은 5월이 아닌, 컴컴한 밤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무거운 5월이 지금의 모습입니다. 저는 늦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바보 같이 계란으로 바위치는 사람이 있었기에, 우공이산을 실현하려는 우직한 사람이 있었기에, 그나마 세상은 웃을만 했다고. 지금의 세상은 그 때보다는 훨씬 더 지옥이 되어버렸는지 모릅니다. 그것 또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겠지요.

 

 당신처럼, 저도 기회가 닿는대로 프랑스사를 앞으로도 계속 배워가고 공부하고, 좀 더 열심히 살아보려 합니다.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려 합니다. 저는 지독히 별볼일 없고 형편없는 사람이지만, 당신 같은 사람이 있었기에, 삶에서 많은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표현처럼 "그대에게 가는 길 아파도 보이지 않아도 그래도 그대가 길이다 그대가 길이다" 시민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당신의 바람처럼, 누군가는 원칙을 사랑하며, 반칙 대신에 정도를 걸어갈 것이라, 저는 조금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당신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지금은 눈물나게 감사하며... / 2014. 05. 비오는 심야.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