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한국사

일제강점기에 앞서서 - 1910~1945년 일본의 정세 이해

시북(허지수) 2014. 5. 30. 00:55

 이번 문서는, 앞으로 일제강점기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서, 서론의 형식으로 일본의 정세, 세계사의 큰 사건 몇 가지를 배경으로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편안하게 부담없이 읽어내려간다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를 배울 때, 꼭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각각의 시기별로 일제의 정책을 정리해두면 편리합니다. 예를 들어, 1910년대의 정책, 1920년대의 정책, 그리고 1930년대의 정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구분해 낼 수 있다면, 일제강점기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둘째, 더욱 중요한 것은, 일제에 맞서서 우리가 각 시기별로 어떻게 저항의 모습을 보여주었는가! 이 모습들을 잘 기억할 수 있다면, 지난 근대사 만큼이나 의미 있고, 유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담한 현실 앞에서도 저항하는 선조들의 모습. 어쩐지 참 설레이지 않습니까.

 

 자, 그러면, 당시 일본의 정세가 어떠했는가? 한 번 살펴보도록 해요. 일본의 흐름, 세계의 흐름을 미리 배경으로 알아두고 나면, 일본이 채택했던 통치정책들을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출발점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으로 잡아보겠습니다. 대전(大戰), 큰 전쟁, 말그대로 세계가 싸우는 거대한 싸움(World Wars)이었기 때문에, 1차대전은 동맹국(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오스만등등) vs 연합국(프랑스,영국,미국등등)이 맞붙는 그림이었습니다. 누가 이겼을까요~ 연합국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제부터가, 흥미로운데, 승리한 연합국 중에는 무려 "일본"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에 영일동맹도 있었고 하니까, 나름대로 참전할 명분도 좋았겠고요)

 

 여기까지, 일본의 분위기라고 한다면, "일본은 뭘 해도 되는구나" 라는 기세 등등한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조선을 집어삼킨데다가, 연합국 진영에 줄을 잘 섰으니 일본의 국운이 올라가는 시기라 할 수 있고요. 승자의 나라 일본, 말이야 참 좋은 것(?) 같습니다만... 국제정세가 일본에게 유리했다면, 따라서 일본이 동아시아의 독보적 강대국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면, 이런 국제 분위기 자체는 조선에게 있어서는 비극 그 자체였습니다.

 

 왜냐하면, 만약에 일본이 당시 독일 등의 동맹국 편으로 줄을 딱 잘못 섰더라면, 패전국이 되었기 때문에 일본의 식민지배가 매우 일찍 끝났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1919년이 오기도 전에 일제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냉정히 말해,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것은 없으니까. 안타까운 마음에 부질 없는 이야기를 써봤네요. 여하튼, 지금 1910년대의 일본은 연합국 편에 섰었고, 이래저래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시겠지요?

 

 그리고, 1917년에는 러시아혁명이 일어납니다. 이제껏 세계에서 한 번도 시도해 본적이 없었던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이 막을 올립니다. 한편 이 무렵 일본은 러시아 혁명을 한 번 제압해 보려고, 전쟁을 준비하기에 이릅니다. 말하자면, 일본은 워낙 자신만만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이참에 러시아까지 한 번 그대로 밀어붙여볼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유행어를 빌려오면, 1910년대 일본의 패기가 으리으리 한 느낌? (*한 때, 독일이나 일본은 세계와 맞짱 뜨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독일은 반성하고 배상할 줄 안다는 점이고, 일본은 자기네들의 잘못을 부인하고, 여전히 신뢰받지 못한다는 점이 있겠네요.)

 

 여하튼, 1917~18년 무렵, 일본에서 지금 전쟁을 준비한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당장에 쌀 가격에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물자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 따라서, 전쟁 준비로 인해 식료품, 특히 쌀이 참으로 필요할 거 아니겠어요? 필요한 곳이 여기저기 많다보니까, 쌀값도 분명히 오를 것이고 말이에요. 이 상황에서 일본 내의 쌀 판매업자들이, 쌀을 꽁꽁 갖고 있고, 별로 내놓지를 않습니다. 아니, 다들 쌀이 필요한데, 살려고 하면 쌀이 없다? 이로 인해, 1918년 쯤 되면, 일본 내 쌀값이 계속해서 쭉쭉 엄청 오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요즘말로 써본다면, 밥을 먹어야 하는데, 대~박 쌀값이 미쳤어요! 그래서 1918년 "쌀폭동" 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아니, 일본에서 쌀폭동이 일어나든지 말든지 그게 무슨 상관이람? 상관이 있습니다 ㅠ.ㅠ. 지금 조선은 어디까지나 식민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1910년대 후반 일본의 전쟁준비, 이어지는 쌀폭동사건이, 우리에게도 이래저래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아, 일본의 러시아 공격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진 못했습니다.

 

 1919년의 세계정세는 1차대전을 끝내고, 파리 강화회의가 열렸습니다. 앞으로는 인류가 세계적 전쟁을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 평화조약을 만들어보자 라는 취지였지요. 그래서 국제연맹 출범, 각국의 군비축소, 민족자결주의 등이 이야기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민족자결주의" 입니다. 당시 패전한 동맹국들은 식민지를 갖고 있었단 말이지요. 그런데 이 식민지의 민족들은 이제는 자결(스스로 결정!)하라. 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따라서, 패전한 동맹국 라인이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등은 완전 해체 되었고, 유럽 여러 나라들의 민족 독립 보장도 논의되었고요.

 

 그러나, 하필 일본이 이 무렵에 연합국 소속이었기 때문에, 승리한 연합국의 식민지는 당장에는 해당사항이 별로 없었던 겁니다. 즉, 민족자결주의가 등장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는 곧장 얻어지진 않았습니다. 중요한 대목은, 민족자결주의가 1919년 무렵부터 논의되었다는 점, 그래서 비록 당장에 민족자결의 권리는 얻지 못했지만, 이런 세계적 추세에 조선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염두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한편, 일본 국내의 정치적인 측면을 살펴본다면, 1910년대 부터~1920년대 중반까지의 일본은 민주주의 발달 시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때의 일본을 다이쇼 데모크라시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가 발달되면서, 일본에 사회주의 사상도 들어오는 등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럼 여기까지의 분위기를 정리도 할겸, 간단히 되짚어보면, 전쟁의 승전국이었고, 자본주의가 꾸준히 발달되어 나갔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도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때, 우리가 역사를 배워오면서 빼놓지 않고 보았었던 반동적인 장면이 등장합니다. 하하, 옆나라 역사라 해도 별반 다를 바 없어요. 사회가 점차 발전되어 나가는 모습을 모두가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요. 천황폐하가 좋으며, 민주주의를 싫어하는 세력들은, 민권과 자유가 확대되는 게 꼴보기 싫었기에, 여기(=다이쇼 데모크라시)에다가 강력한 제동을 걸기 위해서 법을 만들어 버립니다. 일본은 1925년 치안유지법이 등장합니다. 치안을 유지한다는 명분을 앞세워서, 일본은 사회주의가 퍼져나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기 시작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치안유지법은 조선도 예외없이 적용되었고요.

 

 치안유지법! 처음에는 공산당을 때려잡겠다고 만들었던 법이, 나중에는 사회주의 탄압, 노동운동 탄압, 종교 탄압까지 펼쳐지고, 급기야 이참에 언론까지 장악하겠다며, 반정부적인 언론, 듣기 싫은 소리 해대는 비판적인 언론도 공격합니다. 쉽게 말해, 이제 일본에서 공화제를 하자! 라고 말했다가는, 지금 니가 천황을 부정해? 이러면서 끌려가 죽도록 맞는겁니다. 치안유지법으로 고문당하고 처형당하고 피해를 입은 사람만 7만명이 넘는다고 하니까, 그야말로 막가자는 악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중에는 조선의 민족 독립 운동 역시도, 치안을 유지한다면서 탄압하고요.

 

 그렇게 볼 때, 오늘날 우리가 할 말을 할 수 있는 민주주의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요. 국가를 이끄는 사람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시하고 징계하는 모습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일 수 있는가요. 만약, 현대 사회에서 국가가 시민들에게 절대적 복종을 강요하고 있다면, 그것은 백여년전 치안이 중요하다며, 자국민의 눈과 입을 막아대던 일제의 막나가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는게 아닐까요.

 

 이제 후반부 입니다. 그야말로, 숨가쁘게 달려오고 있네요. 1929년의 세계적 사건이라고 하면, 대공황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경제적 위기 앞에서, 일본의 경우 600개가 넘는 기업이 주저앉았는데요. 그 밖에도, 공황 때문에 대량의 실업자 발생, 임금 폭락 등 자본주의가 발달하던 나라들이 커다란 상처를 입습니다. 메이지유신 이후, 오래도록 일본은 쭉~ 아시아에서 지가 제일 잘나가~ 식으로 하다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된 셈이지요. 여기서 공교롭게도 일본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쟁이라는 카드를 선택합니다. 따라서, 대공황 이후의 일본의 노선은 상당히 달라지게 됩니다. (*구체적 사례로는 전쟁에 반대했던 한 총리는 우파 청년에 의해서 총을 맞는 등, 당시 일본 극우파는 국민들의 경제, 사회 불안을 전쟁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잠재우려고 했던 겁니다.)

 

 군국주의 일본이 시작됩니다. 1930년대부터 일본은 줄줄이 침략을 일으킵니다. 1931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까지. 계속 전쟁을 일으키고, 확장하는 정책을 채택함으로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는 무리수를 선택한 것입니다. 풍자로 설명하자면, 일본이라는 나라는 잘 나가다가 지금 휘청거리네? 그러면, 만주 쳐들어가서 철광석 좀 빼앗고, 전쟁물자 대량으로 만들어서 실업도 확 줄이고, 계속 강력한 정치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막장 뻘짓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요즘에도, 가끔 TV에서 보면 일본 내 우경화 움직임에 대하여, 나이 아주 많으신 일본의 노인 분들이 "전쟁이 웬 말이냐, 일본에게는 평화가 필요하다" 라고 피켓시위를 하시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니? 전쟁을 반대하는 노인들이라니!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 노인 분들이야 말로 일본을 더 아끼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일본은 살펴본 것처럼, 1930년대 이후 전쟁으로 위기극복이라는 노선을 걸었다가 완전히 패망했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걸 똑똑히 겪었음에도 또 삽질하는 아베 정권이 얼마나 위험하고 한심해 보였을까요. 역사에서 도무지 교훈을 얻지 못하는 일본이 아닐까요.

 

 자, 태평양 전쟁까지 일으키며, 지가 제일 잘 나가 라고 우겼던 일본은 1945년 패망하게 됩니다. 독일이 항복하는 등, 이미 태평양 전쟁에서 밀리고 있었음에도, 끝까지 현실을 부정하던 일본 수뇌부의 정신 나간 지도자들로 인해, 1945년 8월에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원자폭탄을 얻어맞기도 했습니다. 다른 나라를 압제하는 태도로, 오만하게 군림하던 나라가, 완전히 패망하고 천황이 직접 항복 선언을 한 것이 1945년 8월 15일 입니다. 여기까지 일본 내의 속사정이랄까, 배경이랄까를 살펴보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이야기를 하기 앞서서, 배경 설명을 길게 다룬 까닭은, 역사에서 "왜?" 라는 질문과 호기심이 생길 때,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본격적인 일제 강점기 이야기, 1910년대 부터 이제 시작해 봅시다. 다음 문서에서 계속...

 

 오늘의 영감 - 저는 역사에서 경계해야할 것 중에는, 미화, 신격화 시키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저는 미술 이야기에 약간의 관심이 있는 편인데, 흥미로운 점이 소개됩니다. 예를 들어, 천년 왕국 로마 지도자의 얼굴 조각을 살펴보면, 초창기에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다가, 점점 미남에 얼짱으로 황제를 표현하기에 이릅니다. 황제는 특별하니까, 후광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10미터가 넘는 황제상을 설치하고, 얼굴은 그야말로 신과 같은 위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신이 다스리는 나라가 되었다 랄까요? 이 무렵 로마 제국은 이미 분열되고,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정말이지 신기했습니다. 지도자를 미화시킬 수록, 나라가 망해간다는 것이 저는 놀라웠습니다.

 

 언론을 노골적으로 탄압하는 길을 걸었던 일본이, 끝내 패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2014년 5월. KBS 양대노조가 함께 파업을 하는 비상사태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자, 이제 우리나라는 지도자들을 미화하고 빛내며 자랑할 것입니까. 아니면 권력 앞에서도 비판적인 자세로 보도할 수 있으며, 외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앞으로 발전하도록 독려할 것입니까. 언론은 지도자를 미화하고 빛내는 곳이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서서 보도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합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받아서 떠들던 독일과 일본이 패망했다면, 우리는 이와 같은 교훈을 통해 언론의 독립성이야 말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