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명량 (Roaring Currents,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4. 8. 26. 01:00

 

 천만명이 넘는 분들이 명량을 보았고, 또 호평도 많은데, 제가 무슨 리뷰를 하나 보태겠습니까. 다만 위화감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나는 것들을 남겨볼까 합니다. 저는 당시의 일본사(史)에도 조금 관심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카리스마의 아이콘 오다 노부나가가 반란 당하고, 또 그 당시 일본의 배들은 각각의 세력들이 있었다는 것, 이런 점들도 명량을 유심히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느낀 위화감은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이순신은 어떻게 영웅으로서 서 있는가 입니다.

 

 이순신은 영화 중반부에서 독백하며 괴로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펼쳐집니다. 그럼에도, 그는 전투에 있어서는 이른바 군신을 떠오르게 합니다. 아군 뿐만 아니라, 적들에게까지 이순신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순신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을까요. 도망가지 않는 마지막 자존심을 배운걸까요? 저는 고독이라는 두 단어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독한 장군 이순신. 어딘지 폼이 나지 않지만, 국가의 지원이 사라진 상황에서, 홀로 결단하는 장면들이 겹겹이 쌓이다보니까, 어쩐지 그의 모습이 고독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도 나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나는 맞서리라. 그것은 결단하는 용장의 그림 같은 모습이었지요. 또한 오늘날 역설적으로 21세기에 요구되고 있는 리더십인지도 모릅니다. 무책임 대신에, 내가 먼저 앞서갈테니까, 무서워도 따라오라는 이순신 장군의 가르침 말이에요.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영화 명량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초전입니다. 아군은 겨우 1척이 일본 배들 앞에서 경이롭게 떠 있고, 일본 내에서도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며, 각자의 자리를 고수하려고 합니다. 서로가 해전의 고수들이라면, 바다가 얼머나 위험한 곳인지 잘 알고 있을테지요. 그래서 이들은 신중하게 맞붙으려고 합니다. 물론, 이순신은 수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검토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진영에서 뱃머리가 파손되는 참사를 겪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진열을 재정비 할 만큼, 계획적인 사람이라면, 또한 각종 기록을 세밀하게 남길 사람이라면, 적의 움직임의 가능성도 하나 하나 미리 생각해 뒀지 않았을까요.

 

 명량은 중반부터, 박진감 넘치는 해전 전개가 이어지는 데, 한마디로 시원하고 일품입니다. 대포의 박력소리와 검과 검이 맞붙는 치열한 전장. 서로 목숨을 걸고 있는 싸움은 치열합니다. 위에서도 치열하고, 아래에서도 치열합니다. 감독의 농담섞인 진중한 부탁처럼, 우리가 역사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자본에도 국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땅을 노리는 구시대의 전쟁 외에도, 금융을 노리는 현시대의 전쟁도 여전하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망각해서는 안되겠지요.

 

 한편 영화 명량에서 위화감을 느꼈던 것은, 대부분의 백성들이 두려워만 하고서,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사유가 있지요. 일본군은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잔혹성을 과시하고, 까불지마라는 암시를 던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영화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시끄럽고, 일본 너네들이나 잘하시지.

 

 역사적으로도 한 사람의 제대로 된 사람들, 몇몇의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얼마나 멋진 장면들이 많이 만들어 졌는지 모릅니다. 제가 의문스러웠던 것은, 왜 이순신을 당시의 조정 사람들은 괴롭혔나 라는 점입니다. 그것은 그가 직설가이자, 때로는 독설가 였기 때문이겠지요. 아첨하는 말을 하기 보다는, 국민을 섬기려고 했으니까, 꼴불견 장군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입니까. 꼴불견일지라도, 국민을 섬기는 지도자 아니겠어요.

 단지 친분이 있다고, 잘 아는 사이라고 해서, 그 사람을 챙겨주는 것이야말로, 패망의 지름길 아니겠어요.

 

 옛 선조들은, 소신 있게 발언하고, 귀양길에 오르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백년이 흘러서, 현대 사회는 그 때보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정신은 발전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소신은 커녕, 내 자리만 지키면 그만이지 라는 마음가짐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말들이 고사성어가 되어버린 세상.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則死 必死則生)

 

 그러나, 죽을 만큼 주어진 자리에서 노력하고, 목숨을 걸고, 자신의 뜻을 구현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21세기의 영웅은 탄생될 수 있다고 저는 감히 기대합니다. 모두가 안전한 자리만을 좇아서 일을 게을리 한다면, 반드시 국가가 패망한다고도 생각합니다. 2014년 영화 명량은 우리가 그 갈림길에 있음을 조심스럽게 알려주고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순서 관계에 대하여 이순신은 이렇게 표현한 바 있습니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지" 제일 뒤에 오는 것이 임금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백성 입니다. 임금을 위해서 모두가 발벗고 나서는 것은 당대에도 구시대적인 발상이 아닐까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백성이 가장 중요하다면, 우리 모두가 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조금씩 노력하고, 그렇게 관심을 모아서, 이 괴물같은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백성이 없으면 결국 임금도 없을테니까요. / 2014. 09. 리뷰어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