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공부 논쟁 리뷰

시북(허지수) 2014. 12. 15. 22:50

 

 올해 하반기, 이 한 권만이라도! 라면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두 번 정도 정독해 나갔습니다. 공부에 대한 독특한 관점이 그만큼 반가웠고, 기뻤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흔히 볼 수 있는 고민들,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앞에서 저자는 가차없이 "전력질주 해봐" 라고 조언합니다. 1년간 뛰어봐야 비로소 자신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이에요. 형제는 사실 거침이 없이 막 던지지만, 그 속에는 충분히 핵심을 꿰뚫는 예리함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1등이 아니면 뭐 어때? 1등이 다른 것도 전부 잘할 것 같니, 그게 증명되었니? 1등 들이 자기들 편하게 구조화 해놓은 이 사회에 쫄지 마! 라고 박력 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더 용감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내 탓으로 계속 돌릴 필요도 없습니다. 자, 이 복잡한 사회 구조에서 우리가 희생자 되기를 집어치우고, 한 번 신나게 살아봅시다!

 

 저자 : 김대식,김두식 공저 / 출판사 : 창비

 출간 : 2014년 4월 15일 / 가격 : 13,800원 / 페이지 : 288쪽

 

 

 "우리 사회에는 다양성과 홀로서기를 두려워하는 문화가 있어요. 혼자만의 생각을 얘기하면 귀양 가야 했던 역사의 흔적일까요. 서양사람 외모를 따라가려고 하는 거예요. 오리지낼리티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거죠." 형 김대식 교수님의 한 방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다양하게 "네 갈 길을 질러"보라고 격려해줍니다. 홀로 자기 집을 지을 때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해 줍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남을 따라하느라 인생을 허비하고, 또 허비하는 노예의 인생보다는 훨씬 아름답고 귀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글만큼이라도 지르는 글을,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자세로 써보고 있습니다. 하하.

 

 한편, 동생 김두식 교수님은 너무나 친근합니다. 이미 여러 책을 보았고, 트위터에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도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해서) 예전에 보고 있었으니까요. 또 창비 라디오에서도 재밌는 이야기를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분명 보수주의자임에도 종종 오해받는게, 나와 비슷하구나 싶어서 반갑기도 합니다. 국정원이 자기들 할 일을 안 하고, 선거 개입하고 잘못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인데 말이지요. 저도 이런 생각들을 충분히 내면화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여러 믿을 만한 분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 본 결과에 좋아요 정도만, 의견공유 정도만 하고 있었지요. 그러니까 항상 남의 뒤를 좇는구나 라고 많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자가 하는 일과 교수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볼 수 있던 것도 유익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놀랬고요. 이 일본인 교수님은 무엇인가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놀림 받던 사람인데, 훗날 노벨 생리의학상을 타는데 (물론 열심히 살았으니 가능하지요), 정작 한국은 노벨상이라는 이름에 집착만 할 뿐, 제대로 된 교육이 되지 못하고 예산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흥미로웠습니다.

 

 오랫동안 생각해 봤었고,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시체처럼 많은 연구자들을 넘어서야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공정한)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특히 독일에서는 5명 중에 1명만 결과적으로 정교수가 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방법적으로는 잔인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큰 그림으로 봤을 때 맞다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 다들 정말 열심히 살아갈 때, 그 속에서 값진 결과물이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또한 이 책에서는, 중고등학교 때 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매우 강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인문학과 이공계의 위기라고 말하기보다는, 이들 학문의 기회라고 다시 되짚어 볼 수 있는게 아니냐고 우리를 반대로 설득하고 있습니다. 너무 열심히 공부만 해서 번아웃된 학생들이 의대와 법대에 진학한 덕분에, 더 호기심 있는 사람들이 학교로 들어온다면, 잘 된 일이라는 창의적 시각이 놀라웠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살자. 이것이야 말로 이 책에서 발견한 가장 큰 키워드였습니다. 어떤 단어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분야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면, 거기서부터가 발견과 여행의 출발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과 매일의 순간 까지도 다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되니까요. 호기심이 계속 이어지는 인생이야말로, 80세 시대에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보다는, 치열하게 겪어보고 냉정한 결과 앞에 설 줄 아는 독립적이고 멋진 사람일 수 있기를! / 2014. 12. 리뷰어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