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로렌조 오일 (Lorenzo's Oil, 1992) 리뷰

시북(허지수) 2015. 1. 17. 15:38

 

 자식이 아플 때, 부모의 마음은 더욱 찢어지게 아픕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고쳐보려고 하지요. 그런데, 이 병이 난치병일 경우에는 정말이지 가슴이 무너지게 됩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로렌조군의 난치병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른바 ALD 라는 병인데, 당시에는 치료법이 없어서 2년 안에 대부분 죽음을 맞이하게 됨을 알게 됩니다. 그러자, 오돈 부부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나서기 시작합니다. 아직 어리기만 한 아들 로렌조는 쇠약해가고, 시간은 흘러가고, 긴박함 속에서 관객은 오돈 부부의 혼신의 노력 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남편 오거스트 오돈은 해결책으로 "필사의 공부"를 선택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ALD 병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아이의 병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연구합니다. 여기에는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ALD 병을 앓는 사람은 소수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의학 쪽에서 지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돈이 되지 않는 극소수의 병을 위해서 약이 개발될 가능성이 낮다는 차가운 현실이 존재합니다. 한 개인의 연구가 과연 성과가 있을 것인지요...

 

 

 아내 미카엘라 오돈은 절대로 아이를 포기할 수 없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박또박 책을 읽어주고, 한편으로는 아이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에, 늘 곁에 있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로렌조에게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렇게 극진한 부성애와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매우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입니다. 물론, 아픈 로렌조의 모습을 보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은 가능성의 영화라는 것에 있습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저는 아무래도 남편 오거스트의 입장이 공감이 되었는데,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수북히 쌓여있는 담배꽁초를 보면,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갔을까를 공감하게 되었고, 매일 저녁마다 책 더미에 묻혀서 노곤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10%, 아니 1%의 가능성을 찾아서 살아가는... 절박한 인생의 어려움이 매우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그렇게 완전히 몰입 상태로 살아가는 오거스트가 갑자기 해법을 번뜩이며 찾아내는 모습에 있었습니다. 완전히 빠져들어가면서, 답을 구하는 인생은 그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게나 괴롭게 해답을 위해 살아갔는데, 방법이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은 어딘가에 존재한다 라는 생각을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감동으로 선물해 줍니다.

 

 아내 미카엘라는 너무 아픈 아이 때문에, 거의 미친 사람처럼 되어갔지만, 역설적으로 그녀가 얼마나 아이를 사랑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툭하면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병을 간호하는 간병인도 자주 자주 해고시켜버리지만, 그녀 역시도 할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아이 로렌조를 위해서 무엇이든 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부모가 가지는 커다란 사랑의 마음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 말로 한다면, 아이를 위해서 부모는 어려움을 견디며 거뜬히 슈퍼맨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2년밖에 못 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로렌조 오일이라는 극적인 처방을 성공시킨, 당사자 로렌조는 거의 30살 가까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2008년에 생명이 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로렌조 오일 역시도 수 많은 찬반 논란 속에서 지금은 ALD 병의 초기 증세에 한해서는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아이에게 영화와 같은 극적인 효과는 없을지라도, 증상이 더 확대되는 것을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는 정도의 기능은 논문으로 발표되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나오지만 오거스트는 명예의학박사를 받기도 했지요. 생각해보면, 사람을 살리기 위한 열정은, 차마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굉장한 힘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제 리뷰를 마치며,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에너지를 너무 분산된 곳에 쏟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진지하게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 한 가지에만 대단히 열중하기 시작한다면, 그 결과는 놀랄만큼 굉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이토록 멋있을 수 있구나, 극한의 인내심과 정신적인 강인함으로 무장한 채, 경이로운 일들을 해나갈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세계는 여전히 만만하지 않겠지만, 그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만큼은 얼마든지 해볼 수 있다는 것. 잘 기억하려 합니다. / 2015. 0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