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리뷰

시북(허지수) 2015. 6. 27. 04:53

 

 글을 잘 쓰고 싶었습니다. 생각을 좀 더 알기 쉽고 명료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제게는 기대 이상의 멋진 책이었고, 실용적인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늘 어렵게 느껴지던 첫 문장 쓰기에 대해서 유시민 선생은 시원하고 명쾌한 답변을 제안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단문으로 일단 내지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단 내지르고 난 다음에 차분히 설명하면 된다." (p.84) 서론을 어떻게 쓰면 좋은 글일까! 글의 도입부를 구성할 때 마다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쉽고 알찬 팁들이 가득합니다. 글을 잘 끊고, 단문으로 표현하라는 대목은 특히 좋았습니다. 군더더기를 없애면 훨씬 담백하고 깔끔해지기 때문입니다.

 

 곧바로 핵심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가? 그 철칙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많이 읽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쓸 수 있다." (p.78) 한마디로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는 것. 자랑은 아닙니다만, 그러고보면 10대 때부터, 20년 넘도록 책과 만화책을 비교적 가까이 했기 때문에, 저는 블로그 글쓰기 생활을 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었고 유익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제 주장이 담겨 있기 보다는, 주로 제가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견해와 정보들이 담겨있으니까요. 말하자면, 지식을 반사해 놓는 것에 저는 만족하는 편입니다. 단, 반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잘 듣고, 잘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읽는 일에 소홀하지 않도록 좀 더 스스로를 격려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쓰기의 철칙은 독서광입니다. 다섯글자로 "읽어야 쓴다" 입니다. 계속해서...

 

 저자 : 유시민 / 출판사 : 생각의길

 출간 : 2015년 04월 10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292쪽

 

 

 두 번째 철칙이 있습니다.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p.81) 훈련이 되고 습관이 되면 한결 글쓰기가 쉽고 편안해 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시민 선생은 무엇이든 많이 써 볼 것을 강하게 권유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유시민 선생을 만든 비결은 어쩌면 이 한 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 작은 스프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뇌리를 스치는 모든 생각을 적으려고 노력했다." (p.224) 청년기에 2년 동안 그토록 혹독하게 연습한 경험 덕분에 글쓰기 근육이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곧바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 내가 너무 느슨하게 글쓰기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구나!" 글을 쓸 때 떠오르는 느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제 경우, 느낌이 선명하고, 인상적인 대목 위주로 글을 써내려가던 습관을 깊이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느낌 있는 것만 쓰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많이 써보는 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티끌 같은 작은 것이라도 계속해서 연습하고 모아나가면 글솜씨가 좋아진다고 격려합니다. 하루 30분씩 3년을 쓰면 450시간을 넘길테고, 그렇게 글쓰기 근육을 꾸준히 키워나간다면 마침내 맛깔나는 글을 우리도 쓰게 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대목도 있습니다. "긴 글보다는 짧은 글쓰기가 어렵다. 중요한 압축 기술은 두 가지.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군더더기를 없앤다." (p.236) 문장을 가능한 짧게 씁니다. 그리고, 압축해서 핵심을 잘 전달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화려한 수식을 덕지덕지 붙이는 것보다는, 담백하게 전하고 싶은 핵심을 절 전달하는 것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훨씬 글이 아름답고 속시원합니다.

 

 아휴, 얼마나 반성했는지 모릅니다. 저는 분량을 맞춰본다고, 억지로 내용을 갖다 붙인 적이 제법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늘리기 보다는 깔끔하게 줄이기가 훨씬 더 중요한 것입니다. 되돌아보면, 하나의 글에서 한꺼번에 다양한 이야기를 하려는 욕심을 가졌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글은 저절로 늘어지고, 읽는 사람이 피곤해 졌다고 생각합니다. 말하고 싶은 요점만을 콕콕 집어서 이야기 하는게 정말로 중요하구나 싶었습니다.

 

 "읽기가 힘들고 이해하기가 어려우면 아무리 좋은 책(글)이라 해도 독자가 공감할 수 없다." (p.245) 이것이 유시민 선생의 영업기밀입니다. 다른 정보가 없어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써야 한다는 것. 따라서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불친절한 글, 나만이 이해하는 글이 되는 것은, 자칫 허영심의 덫에 걸린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난해한 글보다는 읽기 쉬운 글이 훨씬 낫다는 이야기는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지식과 전문성을 내보이려는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것. 따라서 무엇보다도 허영심을 경계하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훌륭한 글의 비결에 대해서 언급할까 합니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p.264) 그러므로 훌륭한 글은 삶을 열심히 살아갈 때,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글 역시 그렇게 책임을 회피하듯이 된다는 지적은 정말이지 날카로웠습니다. 당당하고 자신있는 글은, 자신이 정직하게 노력하며 살아갈 때 그만큼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아래의 이야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입니다.

 

 "자기 자신은 승리의 과실을 맛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인생을 걸고 싸운 사람들이 있었기에 인류는 오늘 이만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p.57) 오늘날의 사회는 생존을 위해서 어떻게든 과실만을 차지하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역사를 살펴보면 그와는 정반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더 멋진 세상을 위해서 패배를 예감하면서도 먼저 일어나 싸우는 희생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참 좋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그들에게 큰 신세를 진 셈입니다. 나에게 좋은 과실을 바라기 보다는 세상을 바꿔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저는 동경심이 있습니다.

 

 세계가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놀라운 시대. 매우 빠르게 정보들이 오고 가고 또한 소비되는 시대. 이제는 좋은 글쓰기로도 세상을 한결 유쾌하고 정의롭게 바꿔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써보며, 시간을 가볍게 낭비하지 않는 것. 나에게 의미 있는 일에 몰두해 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혹평과 악플을 겁내지 말고 계속 글을 써보는 것. 글 비판을 인격 비판으로 여기지 않는 것. 그렇게 매일 노력해 나갈 때, 글을 잘 쓰게 될 것입니다. 지금 말하는 대로 말입니다. 삶을 즐겁게 만드는 글쓰기, 과감하게 도전해 볼만 하지 않나요. / 2015. 06.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