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네덜란드 리뷰

시북(허지수) 2016. 5. 11. 03:17

 

 이 책은 한마디로, 네덜란드와 서유럽사에 대해서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교양서 입니다. 1부는 네덜란드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2부는 네덜란드의 역사를 차례차례 싣고 있고요. 네덜란드가 얼마나 번성했던 나라였는지, 그리고 너무 일찍 앞서나가면서 후에 힘든 시간을 겪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라인게임 대항해시대를 좀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 잠깐씩 보던 참고서였는데, 어느새 끝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 게임은 별로 하지도 못하면서 책은 재밌게 보다니 이상한 모순 같기도 합니다. 하하. 네덜란드식 속담은 이렇습니다. "여자 친구 만나기 전에 일부터 해라!!!" 노동의 전통이 참 부럽습니다. 로또 같은 일확천금보다는 확실하게 일하는 것을 요구받는 네덜란드 사회라니 어쩐지 부러움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결과 네덜란드의 인적 자원 수준이 유럽 1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전 지구를 따지면 4위인데, 캐나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가 각각 4강을 차지하네요) 물론 네덜란드는 유럽! 연 25일의 바캉스를 가는 만큼, 놀 때는 확실히 잘 노는 이들입니다. 아마, 여자 친구를 가까이 하는 나라임에도 분명합니다 (웃음) 노동조합이 온건하고, 칼뱅주의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언급이 약간 조심스럽지만, 기독교 영향이 제법 남아있는 나라로 읽혔는데요. 예컨대 미국은 돈에다가 우리는 신을 믿는다 를 새겨넣는다면, 이 나라 네덜란드는 부지런하게 일하고, 협력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혁명 대신에 온건하고 합리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선호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자 주경철 교수님은 이렇게 해석합니다. "호황기 현상일 수도 있고, 복지국가의 이상이 어느 정도 충족되어 격렬한 투쟁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p.81)" 노사가 선의를 가지고 있고, 사업가들이 존경받는 나라.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기본 철학. 이것이 네덜란드의 눈부신 강점입니다.

 

 저자 : 주경철 / 출판사 : 산처럼

 출간 : 2003년 07월 15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368쪽

 

 

 네덜란드는 유럽 내에서도 파트타임 노동자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잊지 말고 특기할 대목이지요. 이것은 고용불안정과 유연성을 동시에 의미하는 셈인데요. 그래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될 비교적 저학력 혹은 여성들에게 있어서는) 불평등의 요소도 있다는 점, 마냥 이상적인 나라는 아니라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겠네요. 그럼 왜 이렇게 파트타임이 올라갔는가? 네덜란드는 한 번 정식 고용되면 해고가 지극히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파트타임 고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 어쨌든 파트타임이 높긴 해도,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부가 약자를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선진국이라고 느껴지기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복지국가를 구현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돈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을 책을 통해 잘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컨대 우리나라의 증세 없는 복지 같은 것은, 조금은 허황된 구호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더 올바르게 접근한다면, 세금 걷을 것은 제대로 걷어가면서, 또는 그게 안 된다면 사회의 발전속도가 뚜렷한 호황이 될수록, 복지를 구현하기도 쉬워지겠지요. 복지가 잘 되었던 네덜란드도 1980년대 어려운 시기에는 복지 혜택을 줄였다는 것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 예산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되면, 각자도생, 저마다 알아서 자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것은 참 씁쓸한 자본주의의 한 단면입니다. 당연한 대목이기도 하지만, 유럽을 휩쓴 사유화, 민영화 바람은 네덜란드도 피할 수 없었네요. (p.346~347)

 

 13년 전의 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항의와 시위 문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는 신고제로 데모를 하는데, 숱한 인파가 모였어도 강아지를 끌고 나와서 웃으면서 걸어가기도 하는 등, 자신의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데 독특한 행동을 서슴치 않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복면 시위를 할 때, 다양한 코스프레 가면 (심지어 포켓몬스터의 포켓볼이 있었어요) 을 쓰고 데모를 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정부는 데모를 폭력 세력으로 나쁘게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평화적으로 데모를 이끌어 나갈지 고민하는게 좋겠지요. 우리나라도 선진국 같은 데모 문화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최루탄과 물대포 대신에, 평화로운 데모가 될 수 있기를, 항의를 분명하게 하되 평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96~97)

 

 끝으로 해외에서 보는 한국이라는 독특한 시점이 있길래 기록으로 남깁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정신없이 팽팽 돌아가는 사회이고, 사람들이 다소 거칠지만 참 재밌는 사회라는 견해가 많다고 합니다. 저도 우리나라가 참 빠른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빨리 소비되고, 빨리 점화되는 사회가 아닐까 합니다. 2016년에도 시청률 40% 육박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도 하고, 한류라는 힘으로 아시아와 세계를 놀래키기도 하는 그 자부심이 좋습니다. 주경철 교수님은 네덜란드를 두고 "작은 행복의 나라" 라고 묘사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나라의 90퍼센트의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너무 부러운 것은 당연하네요. 악에 받쳐서 사는 사람들이 없고, 원만하고 부드러운 표정의 사람들, 그런 사회가 구성되어 있어서 참 신비로웠습니다. (p.160)

 

 대한민국도 이제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행복한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야 겠지요. 그런 꿈같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고용불안이 무엇보다 해소되어야 겠고, 일한 만큼 사람들이 돈을 모으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소중한 조국,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기를, 우리도 이제는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2016.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