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선생님, 이런 자기만의 주장이 저는 참 좋습니다. "큰 틀에서 보자면 재능이나 성격도 다 운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다들 열씨미 노력해서 성공했다고 우긴다. 도대체 왜들 그럴까? 폼 나기 때문이다. 성공을 노력의 결과로 설명하는 인과론이 산업화 시대에는 아주 폼 나는 내러티브였다. (중략) 노력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충 살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자신의 작은 성공을 열씨미 만으로 설명하지 말자는 거다. 열씨미의 통제강박에 빠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불안하지 않아야 성공한 삶이다. 잠 푹 자고, 많이 웃는 삶이 진짜 성공이다. (p.58)"

 

 아주 멋진 장문을 필사하며 오늘의 리뷰를 시작하게 되었네요. 사실 저정도의 이야기만 질러놓고, 그냥 책 사세요. 라고 깔끔하게 마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이 책은 김정운 선생님의 그림과 이야기, 또 다양한 개념설명이 함께 들어 있는 책입니다. 읽기에 조금 어려운 느낌은 중간중간 있었지만, 그것도 다 지식이 깊어가는 과정으로 본다면, 남는 게 있는 책이겠지요. 제게는 행복론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불안 없이, 잘 자고, 잘 웃기. 요약하니 간단하죠. 덧붙여 의학적으로는 햇살을 쐬고 15시간 이후에 잠이 잘 온다고 하니, 규칙적으로 일어나세요~

 

 저자 : 김정운 /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간 : 2015년 12월 21일 / 가격 : 18,000원 / 페이지 : 344쪽

 

 

 오늘은 늦은 심야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바보같은 폭탄선언을 해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다양한 글이 남겨져 있는 편이 정직하고 좋겠지요. 뭐, 착한 척, 잘난 척 같은 걸 하고 싶지는 않고, 민망하고, 부끄러운 이야기를 밝혀봅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저는 꼭 "게이머"라는 것을 집어넣곤 했습니다. 동호회를 잘 운영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높았던 시절입니다. 지인들에게 다양한 게임을 무료로 계속해서 빌릴 수 있었고, 급기야 과잉이 걸리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무슨 게임하지? 게임기가 이렇게나 많네~ 그러면서 정작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지요. 깊이 고민하는 힘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깊이 고민해서 뺄셈의 생각을 할 줄 알았다면, 중요한 것부터 할 수 있었을텐데, 저는 바쁘다며 시간없다며 망설이면서 이것 저것 손대다가 멈추기를 계속했습니다. 우리 업계 말로는, 일단 오프닝만 보고 봉인하기! 라고 표현합니다. 생각할수록 바보같았죠.

 

 (어머님이 아프신 이후로) 지금은 게임기를 다 처분해서 이제 "게이머" 이기 보다는 "심야의 독서가" 에 가까워 졌습니다. 지난 날의 잘못은 그래도 큰 교훈이 되어서, 요즘은 보고 싶은 책들이 많아도, 하나씩 하나씩만. 천천히 곱씹어가면서 볼거야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김정운 선생님의 책은 재밌고, 쉽게 쓰여져 있고, 세상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공하기 때문에 특히 인상적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고사성어인 우공이산의 예를 들어볼께요.

 

 "우공이산? 쉬지 않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신념. 이 같은 성공 처세서의 배후에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개인주의적 세계관이 숨겨져 있다."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철없는 낙관주의의 폐혜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겁니다. 다시 말해, 노력도 노력이지만, 실은 운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 입니다. 저는 이걸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일찍이 20대 시절에 4만 동호회 수장이었는데, 운이 기막히게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또한, 블로그에 글 남기는 취미를 재밌게 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예전부터 일기를 비롯한 글쓰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거기에 더해서 알맞은 노력을 하면, 훨씬 괜찮은 인생이라 하겠지요. 운이 컸다 라는 겸허함을 배울 수 있습니다. 좋은 운을 만나면 감사하면서 살겠노라는 마음이 어쩐지 드네요. 하하.

 

 창조적 사고의 비결로는 문제로부터 몸과 마음이 일시적으로 떠나 있자 라고 주장합니다. 해결이 안 되는 심각한 문제로부터 잠시 떠나 다른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한 통찰이 불현듯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산책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우울해 하지만 말고, 일단 나가서 걸어보세요. 그런 활동들이 우리의 삶을 보다 힘나게 해준다는 사실.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김정운 선생님 본인 나름의 글쓰는 방식을 재밌게 써놓은 대목도 유익했네요. "전혀 관계없는 내 개인적 서사와 한국 사회의 집단 서사, 혹은 유럽이나 일본의 서사가 내 글을 통해 서로 얽혀 들어간다.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해 보이는 학문적 서사 또한 내 개인사에 얽혀 들어온다. 내 구체적 삶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학문적, 집단적 서사가 내 개인 서사와 맞닿으면서 새로운 해석의 차원이 가능해지는 것이다.(p.108)" 다양하게 많은 이야기를 알 수록, 글을 맛깔나게 쓸 수 있게 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개인적 경험들이 글에 들어가는 것도, 때로는 재밌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요. 그리하여, 저는 이번 리뷰에 제 개인적 서사도 싣게 되었습니다. 요약하면, 운좋은 리뷰어 시북! 이런 식이지요.

 

 "사물의 본질을 스스로 파악할 수 없으니 자신의 존재가 헷갈리는 건 당연하다.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스스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어야 불안하지 않다. 그래야 제대로 사는 거다. (p.147)" 두 눈으로 직접 경험하면서, 내 주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어쩌면 꿈만 같은 목표지만, 이런 근사한 목표를 가지고 멋지게 살아보고 싶은 건강한 욕심도 들었네요. 이렇게 도전적인 마음을 가지게 해주다니! 참 영향력 있는 좋은 책이지 않나요? 하하. 오늘의 리뷰는 여기까지 하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느리게 하루에 한 걸음씩 걷더라도, 운에 감사하며, 성실히 살겠습니다. 딱 그만큼씩 꾸준히 가다보면, 어쩐지 또한 행복도 내 곁으로 다가올 것만 같았습니다. / 2016. 06. 22. 리뷰어 시북.

 

by 시북 2016.06.22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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