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그을린 사랑 (Incendies, 2010)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6. 03:13

 

 영화는 직접 본 사람들의 횟수만큼 계속해서 상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표현을 좋아합니다. 그래야만, 이 작품 그을린 사랑에 대해서도 쓸 수 있을테니까요. 역사상 전례없는 평화의 시대에 축복처럼 살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평화를 실감하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요. 영화 그을린 사랑은, 한 여인의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 입니다. 사람은 어디에 걸어야 하느냐, 비극 속에서도 결국 함께 한다는 희망의 끈에 우리의 삶을 걸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절망하지 않으며 견뎌내기. 그 점에 있어서도 참 좋았습니다.

 

 오늘은 먼저 해외 리뷰어의 인상적 평가를 가져와보겠습니다. 무거운 작품, 내용의 강도와는 또한 반대로 조용한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보고 나서는 과연 어떤 영화였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건지, 좀처럼 정리할 수 없게 됩니다. 오히려 많은 정보 속에 노출되는 일상 속에서, 오래도록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라 귀합니다. 저는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삶이란, 표현할 수 없는 모진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음을... 그 여운이 굉장히 진하게 남습니다. 인간은 참 강인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 스토리를 따라, 본격적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전쟁 중인 중동 지역, 한 아이가 전쟁을 대비하는 매서운 눈빛으로 길러지고 있습니다. 이윽코 이 아이는 유명한 저격수가 되어서, 전쟁광이 됩니다. 그 이유가 너무 비극적입니다. 어머니를 찾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유명해져서 어머니를 만나겠다며, 모든 것을 불사하는 태도로, 지휘관에게 어필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과정은 영화 중에는 생략되어 있습니다. 나중에야 밝혀지는 내용들이지요.

 

 어머니는 더욱 더 비극적입니다. 이념적인 차이로 인해서, 자신의 첫째 친아들과 생이별을 하게 되었고, 아들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버스 학살극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녀는 기지를 발휘해서, 유일하게 살아남았지만, 아들을 만날 수도 없었고, 나중에는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감옥에서 심한 고문을 당하는 모습을 관객은 또 상상해야만 합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늘 조용하게 흘려넘기듯이 섬세하게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어려움 앞에서 노래하는 여인으로서의 그녀 "나왈 마르완"의 존재가 부각될 뿐입니다. 의도적인 희망 배치로 느껴집니다. 어떤 순간을 겪더라도, 사람은 노래할 수 있다 라는 것! 예컨대,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집필한 빅터 프랭클이 언급했듯이 사람은 희망을 선택할 자유를 빼앗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나왈은 노래하며 견뎌냅니다. 거기서 어떤 참혹한 일을 당했는지는 너무 직접적인 누설이기도 하니, 그 점은 영화를 직접 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여기서는 고문 정도로만 언급해도 글을 충분히 써내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내 긴 세월 끝에, 나왈은 새로운 나라에서 새 삶을 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쌍둥이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그녀는 캐나다에서 10년 넘게 엄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하며, 인생을 마친다는 이야기 입니다. 한 사람의 복잡한 인생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는 도중에 친절히 알려줍니다. 공증을 하다보면 3중혼에 아이가 8명이나 되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므로, 인생이라는 것이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어떤 순간이라도 끝까지 가볼 것을 권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끝까지 노력해 본다. 그 점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쌍둥이 중의 여자, 잔느는 중동 여행을 통해서, 흐느끼는 시간, 진실을 알게 되는 시간을 만나지만,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몬 보고 이 곳을 오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해서, 우리 쌍둥이가 진실 앞에 서서 살아가자고 다독입니다. 이럴 때보면, 정말 강한 것은 여자인 것 같습니다. 이제 제발 그만하고 대충 덮자는 철없는 시몬에 비해서, 조용한 잔느는 말없이도 행동으로 먼저 움직이는 모습이 훌륭했습니다. 어머니가 평가가 형편없는 여인임을 확인했음에도, 진실을 향해서 계속 가겠다는 의지. 그런 발걸음에 힘이 느껴집니다.

 

 가장 비중이 큰 인물은 사실 노래하는 어머니, 나왈 입니다. 어머니가 마지막에 남긴 편지가 개봉될 때,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사람은 미워할 필요가 없다 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상황이 이미 벌어졌고, 우리는 그 고통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지만, 그럼에도 운명을 받아들이는 초연함이 나왈에게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쌍둥이 자녀가 마침내 진실을 발견하고, 자신의 묘비를 세워줄 것이라고 희망의 플랜을 조심스럽게 세워놓았던 게 아닐까요?

 

 따뜻하고, 온화하고 완전한 사랑을 받는 편이 좋음을 우리는 누구나가 압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그런 사랑을 받고서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약간은 아쉽거나, 어딘가는 부족하거나... 그래요. 영화 제목처럼 다소 그을린 듯한 사랑을 받고 살아가야만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견뎌나간다면, 정말 좋겠다 싶었습니다. 좋은 일만 생길꺼야! 라는 것이 삶에 대한 어쩌면 욕심이라면, 나는 슬픈 일도 견뎌볼꺼야! 라는 것은 생에 대한 당당한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머니의 평생의 꿈, 자신의 아이를 만나서 사랑하는 것, 어떻게 하면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테지요. 그리고, 편지에 고이 접어서, 여전히 사랑하고, 함께 하겠노라고 말하는 대목. 그 점이 삶이란 무슨 일 앞에서도 "사랑 앞에 용서"되는 구나 라는 숭고한 감정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그래서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리뷰를 마치며 자기반성을 해봅니다. 따지고보면, 저는 잘못한 적이 많은 인생이었습니다. 좀처럼 철없는 인생이었습니다. 여전히 그렇게, 놀듯이 일하고, 언제나 시간부자로 살고 싶어합니다. 그런 철부지 인생이 용서 받고 있는 것도, 전적으로 가족의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왈은 마침내 검은 묘비가 세워지게 되었고, 하늘을 향해서 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믿는 신을 향해,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기를... 그리고, 우리 인생 역시 운명을 사랑할 수 있기를. 아모르 파티 라는 말을 적으며, 리뷰 마칩니다. 영화 그을린 사랑, 살아가면서 꼭 한 번쯤은 보기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 2016. 07. 06.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