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리미트리스 (Limitless, 2011)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7. 04:38

 

 영화 리미트리스는 그 독특한 예고편 때문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 글자도 제대로 작업을 할 수 없었던 작가가, 약을 복용함으로서 두뇌가 100% 가동되며, 생활이 역전된다는 것.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며, 꿈만 같은 일이지요. 실은 글쓰는 사람들 중에 꽤 많은 이들이 글의 서두부터 힘들어 하곤 합니다. 저 역시 이 점은 마찬가지라서, 영화 리뷰가 200편이 넘어가고 있음에도 늘 서론에는 어떤 이야기를 짧막하고, 재밌게 담을지 고심하곤 하니까요.

 

 실은 이 영화는 시간을 좀 두고서, 두 번씩이나 봤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말해서, 반칙 같다는 생각,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 지 정리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좀 용기가 납니다.

 

 그냥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로 과감하게 써보자 라는 "낙관"이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따지고보면, 글이라는 것도 늘 쓰던대로 밀고 나가면, 좀 더 쉽게 쓸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기장 같은 것은 많은 힘이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래 전 읽은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일 감사하고 좋았던 일 3가지씩, 한 달만 일기로 훈련하면, 삶을 바라보는 긍정의 힘이 조금은 늘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자, 이제 리미트리스 리뷰 스타트!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주인공 에디는 무능력한 존재로서, 거리에 나앉게 될 만큼, 구질구질한 인생을 보내고 있었지만, 우연히 입수하게 된 약으로 인해서, 모든 것이 바뀌게 됩니다. 글은 금방 써지고, 수학도 뚝딱, 힘든 외국어는 흘려들어도 습득이 되고, 피아노까지 금방 배워버립니다. 복권 1등 맞은 거와 비슷하지요. 아니, 사실은 그것보다 더 큰 복이지요.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시판되면 한 알 100만원이라도 사람들이 탐낼지도 모릅니다 :)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해서, 영화후기 코멘트 중에서는 "나도 저런 약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재밌는 댓글도 많이 있었네요. 수능 때 써먹거나, 중요한 시험 때, 써먹어서, 뇌를 100% 풀가동, IO 네자리로 삶을 즐기고 싶다는 것이지요.

 

 실은 우리도 약은 아니지만, 다양한 기호식품 등으로 컨디션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가령 저는 오늘 카페인을 어쩌다보니 300mg 가까이 제법 섭취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심야시간까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는데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각성을 일으키는 것이지요. 또한 가까운 미래에는 뇌의 비밀이 좀 더 밝혀져서, 절망적인 병인 치매 등을 이겨낼 가능성도 인류가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아프셔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제법 긴 시간 방문해왔는데, 그럴 때 마다, 뇌가 아픈 사람들에게 좋은 약들이 더 많이 개발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우울증, 조울병, 조현병 등이 잘 고쳐질 수 있는 약들, 그런 신약은 지금도 연구중일테지요.

 

 영화 리미트리스에서 제일 주목해서 봐야할 대목은 같은 약인데도 복용하는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점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책을 쓰게 되지만, 어떤 사람은 악(惡)을 증가시켜서, 더 잔혹한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친절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악당은 이 약을 먹고, 더 많은 악을 키워나가서 조직의 보스처럼 움직이지요. 그런 면에서, 적절하게 복용량을 조절하고자 고민하는 주인공 에디는 훨씬 박수받을만 합니다. 비록 시판되는 약은 아니라서 의사, 약사는 영화에 안 나오지만, 아무튼 저렇게 약을 잘 복용하는 정신은 칭찬하고 싶군요 :)

 

 약을 거부하는 여자친구 린디의 존재감도 좋았습니다. 예쁘고, 능력있는 린디는, 약을 복용한 후에, 이것이 진짜 내가 아니라고 규정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약 없이 살기를 바로 결단하였지요.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들이 이 영화에 담겨 있습니다. 이제 이쯤에서 초점을 주인공 에디에게 맞춰보고 싶네요.

 

 저는 이렇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삶이 많이 힘들기 때문에, 약을 처방받아 먹는다는 것, 꼭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싶네요. 예컨대, 밤에 수면 조절이 자꾸만 실패해서, 너무 피곤하게만 인생이 느껴진다면, 수면을 조절해 주는 약을 처방받아 삶의 질을 좀 더 높이는 방식도 이제 얼마든지 가능한 대안이 되었습니다. (실은 어머니가 저녁마다 약을 드시고 잘 주무시는 것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쓰기에 앞서서, 컨디션이 떨어져 있으면 적극적으로 커피를 찾거나, 몬스터드링크 류를 음미해 보기도 합니다. 이처럼 삶의 주인, 시간의 주인인 내가 행복한 게 참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이 점을 에디는 잘 알고 있어서, 금융계의 거물 칼 밴 룬에게 끌려다니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내가 주인되는 자유로운 인생,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안전하고 보수적인 길 보다는, 위험하더라도 내가 원하던 방식으로 살아보는 용기, 그것도 참 좋지 않을까 합니다.

 

 끝으로 여담인데요, 칼 밴 룬이 "자네는 TV같은 것은 보지 않을텐데?" 라고 거론했던 한 장면이, 참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바꿔말하면, TV에서 나오는 정보들이 어쩌면 많은 경우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TV말고도, 얼마든지 정보는 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오늘날은 인터넷 같은 혁명이 있어서, 더 빠르고, 더 손쉽게, 적극적인 맞춤정보를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령, 제 은사님 댁에도 책만 있고, TV가 없더라고요. 즉, 간단히 말해 TV없어도 삶은 괜찮다는 것.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 시간을 알차게 라는 것은, 쓰는 행위를 통해서 생각을 점검해보고, 반성해 보고. 또 보는 행위를 통해서 상상해보고, 꿈꿔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슨 말을 들을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욕심을 내자면, 다양한 사람의 고견을 들어보는 여유를 가지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며, 일년을 보내며, 시간을 잘 채워나갈 때, 사람은 계속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부디 한 번 뿐인 인생,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며, 우리 열심히 살아가기를! / 2016. 07. 0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