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56 필립 코쿠 - 만능선수의 대명사

시북(허지수) 2020. 5. 8. 12:38

사진출처 : http://phosphoros.tistory.com/

 

 이 글은 2008년 발행되어, 2020년 동영상을 덧붙였음을 밝혀둡니다. 필립 코쿠. 언젠가 써볼테다! 하던 선수였는데, 이번에 애독하시는 분의 요청으로 코쿠의 이야기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코퀴로 표기되고 있는데 예전부터 불리던 이름인 코쿠가 더 어감이 좋아서 이 쪽으로 표기합니다.

 

 프로필

 

 이름 : 풀네임 Phillip John William Cocu (필립 코퀴)
 생년월일 : 1970년 10월 29일
 신장/체중 : 180cm / 77kg
 포지션 : FW, MF, DF 만능
 국적 : 네덜란드
 국가대표 : 101시합 10득점

 

 만능선수의 대명사, 필립 코쿠의 이야기.

 

 현역선수는 그다지 쓰지 않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예외입니다. 뭐 코쿠는 이제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기도 하고요. 여담으로 1970년은 네덜란드 축구팀에게는 특별한 해인 것 같습니다. 2008년 기준 네덜란드에서 A매치 100경기를 넘게 출장한 선수는 코쿠를 포함해서 딱 3명 있는데, 모두 70년생입니다. 게다가 현재 대표 최다출장기록을 가지고 있는 반데사르 골키퍼와 필립코쿠 선수는 생년월일까지 똑같습니다. 허허. 우째 이런 일이 다 있을까 싶네요.

 

 필립 코쿠하면 역시 멀티 플레이어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만능이지요. 골키퍼 외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입니다. 기술, 체력, 정신력, 모두 그 수준이 높기 때문에 혹자는 약점이 없는 선수라고 아주 높은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토탈 풋볼 스타일의 네덜란드 축구가 낳은 보물같은 선수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코쿠는 공격수이자, 지휘관이자, 수비수였으니까요. 전술적인 눈이 굉장히 훌륭한 것으로도 명성이 높습니다. 그라운드의 감독이라는 평가도 받으며, 발군의 리더십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신비롭게도(?) 나이가 들어서도 실력이 줄지 않네요. 30대 중반이 넘어서도 팀의 핵심선수로 활약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지요.

 

 필립 코쿠는 당시 2부리그였던 AZ알크마르 팀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합니다. 요즘이야 AZ가 네덜란드리그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지만, 90년대만 해도 AZ팀은 2부리그에 주로 있었습니다. 입단 당시에는 미드필더로 선수생활을 시작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FW와 DF를 넘나들면서 활약을 펼쳐나갔습니다. 휘테세팀을 거쳐서, 1995년에는 PSV아인트호벤으로 이적하게 되었습니다. 코쿠는 아인트호벤 출신이었는데, PSV는 그의 고향팀이었지요. 여담으로 어린 시절에는 아약스의 팬이었다고 합니다 :)

 

 여하튼 명문 아인트호벤에서도 그는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더욱이 이 무렵부터 국가대표로도 발탁되었습니다. 대표데뷔가 25살, 늦다면 늦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그의 활약은 정말 멋졌습니다. 1998년 월드컵에서 코쿠가 보여준 모습은 정말 깜짝 놀랄만한 것이었지요. 세계가 놀랐던 코쿠의 모습 살펴볼까요.

 

 98년 월드컵, 네덜란드 국가대표였던 코쿠는 시합 마다 다른 포지션으로 등장합니다. 이럴수가! 올라운더가 어떤 것인지 정말 잘 보여주었습니다. 공격수로 등장할 때는 골까지 넣어버리면서 네덜란드를 이끌어 갑니다. 필립 코쿠는 이 때의 멋진 활약으로 단숨에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각광받습니다.

 

 인테르밀란의 오퍼를 뿌리치고, 그는 FC바르셀로나로 이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바르샤로 옮긴 네덜란드 감독인 루이스 반 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당시 바르샤는 네덜란드 팀인지 스페인 팀인지 분간이 안 될만큼 많은 네덜란드 선수가 오게 되었는데, 팬들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 선수들의 활약은 별로 눈에 띄지 못했고, 성적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엘 드림팀이라고 불리던 바르샤 였으니까요.

 

 하지만 유일하게 찬사를 받은 네덜란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필립 코쿠였습니다. 코쿠는 바르샤의 주전으로 꾸준하게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205시합 출장은 역대 FC바르셀로나 외국인 최다출장기록이기도 했습니다. 팬들도 필립 코쿠만은 참으로 좋아했습니다. 공격도, 수비도 잘하는 명선수였습니다. 바르샤에서는 과르디올라와 더불어 다른 팀으로 이적 했음에도 인기가 있던 선수였습니다.

 

 2004년 필립 코쿠는 PSV아인트호벤으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PSV는 정말 잘 나갔습니다. 04-05시즌에 리그우승을 달성합니다. 워낙 멤버가 좋았지만, 코쿠의 복귀가 팀에게도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의 맹활약도 유명합니다. 8강전 리옹과의 경기에서는 원정에서 귀중한 골을 넣으면서 팀을 4강으로 견인합니다.

 

 4강전 AC밀란의 경기는 많은 팬들이 잊을 수 없는 경기일 것입니다. 원정에서 0-2로 졌던, 아인트호벤은 홈에서 최소 2골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지요. 아인트호벤의 홈구장에서 운명의 경기는 시작됩니다. 전반 9분, 그렇습니다. 박지성의 골이 터집니다!!! 후반전에는 코쿠의 추가골이 터집니다. 이제 승부는 알 수 없게 되었지요. 그러나... AC밀란은 후반 추가시간에 암브로시니의 골이 터지면서 승부의 균형을 깹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PSV는 종료직전 코쿠의 멋진 발리 슛으로 끝까지 따라붙으면서 3-1 스코어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안타깝게 되고 말았습니다. 3-3 무승부. 그러나 PSV는 원정에서 골을 넣지 못했으므로 AC밀란이 결승에 진출하게 됩니다. 정말 통한의 결과였지요. 박지성은 결국 이 때도, 2008년에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장할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PSV에 복귀한 3년 동안 필립 코쿠는 나이를 잊은 채 맹활약을 펼쳐나갔고, 팀도 리그 우승, 또 우승, 또 우승...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선수 생활 후반기에는 주로 수비적인 포지션을 많이 맡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쿠의 득점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습니다. 독일월드컵 예선에서는 4득점이나 올리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사실 코쿠는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발표했었습니다. 2006년을 끝으로 국가대표로는 은퇴했습니다만, 클럽팀에서는 PSV가 은퇴를 적극적으로 만류했고, 코쿠는 클럽팀에서는 조금 더 뛰기로 합니다 :) 그의 국가대표 101시합 출장은 네덜란드 역대 3위의 기록입니다. (덧붙여, 2020년 현재는 역대 8위 입니다!) 오랜 세월 정말 좋은 활약을 펼쳐주었습니다.

 

 한편 2006-07시즌에는, 리그 마지막까지 가서야 PSV가 우승을 차지합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넣은 선수도 바로 필립 코쿠였습니다. 진짜 잡기를 잘 했네요. 30대 후반에 접어드는데도 어쩜 이렇게 잘 차는지. 허허. 이 시즌 종료 후에는 UAE의 알자지라팀에서 1시즌을 보내고 현역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합니다. 현역 은퇴 후에는 네덜란드 대표팀 코치를 맡는 것이 발표되었다고 합니다. 지도자 라이센스도 취득 예정이라고 하니, 이제 우리는 앞으로 필립 코쿠를 그라운드의 감독이 아닌, 실제 팀의 코치와 감독으로서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잘 해나갈 것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실력도 흠잡을데 없이 좋았던 선수이자, 전술적으로도 뛰어났던 명선수 였으니까요.

 

 현역 마지막까지 열정을 불태우던 그의 아름다운 모습. 글을 마치면서, 최근에 올라온 유튜브 영상을 덧붙입니다. 코쿠도 은퇴하고, 반데사르도 은퇴하며 한 시대가 저물었네요. 그렇지만, 네덜란드도 이제 새로운 멤버들로 멋진 시대를 만들어 나가겠지요. 애독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8. 06. 05. 초안작성.

 2020. 05. 08. 가독성 보완 및 동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