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컨저링 (The Conjuring, 2013) 리뷰

시북(허지수) 2016. 8. 18. 23:52

 

 애써 잔인하거나 끔찍하지 않은, 잘 만든 공포 영화 라길래, 마음을 먹고 공포영화 시청에 도전했습니다. 상당히 유명한 작품인 컨저링 입니다. TV에서 여름특집으로 심야에 방영해 주었는데, 저도 놀람러가 되기로 했습니다. 비명소리는 못 질렀어도 이미 충분히 후덜덜, 재미도 있고, 흥미도 있고, 남는 것도 있는 수작 영화 였습니다. 세상에는 분명한 악과 저주가 존재한다는 느낌이 제법 오래 가더라고요. 그러므로 우리가 선하게 살아서, 그 영향력을 남기는 것이 훨씬 아름다운 삶임을 미리 결론지을 수 있겠네요.

 

 영화 컨저링의 스토리는 매우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골의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고, 여기서 악령이 가득한 현상을 목격하고 경험하게 됩니다. 어쩐지 다양한 악령들이 나오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놀이를 좋아하는 악령도 있고, 증오에 가득찬 아주 지독한 악령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화면 그 자체만으로도 무서움을 자아내게 만드는 카메라 연출과 두근거림이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짧은 박수 소리만으로도 완전히 소름 돋게 만드는 겁니다! 아휴... 무서워라!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지나가는 뉴스에서 봤는데, 여름에 공포영화를 보면, 실제로 체온이 약간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몸이 긴장해서 일까요, 저도 열대야를 잊을 수 있을만큼, 무척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가족사랑에 대해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매우 놀라운 명장면이 들어가 있는데, 행복이 무엇인가를 매우 세심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악령에 씌었어도 이길 수 있는 힘은, 행복했던 기억이라는 것, 그게 너무 놀라웠습니다. 에드와 로레인 부부가 헌신적으로 타인의 가족을 돕는 풍경도 매우 근사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로레인은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런 고통을 감수해서라도 타인을 구해내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끔찍한 일이 있어도, 결국 선한 사람을 통해서 구원받을 수 있다는 그 결말이 참 맑은 감정의 공포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로는 정중한 공포 영화 같다는 느낌입니다. 조금 말이 모순적이지만, 그렇게 공포와 정면으로 승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놀랍게도 이 영화 컨저링은 실화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녹음기에 문제가 생기는 씬, 카메라에 악령이 찍히는 씬들이 그대로 영화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간섭한다고 하면 되겠지요. 언젠가 장경동 목사님이 이렇게 설교한 적을 방송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네 옛 사람들은 묘자리를 갈 때, 기가 약한 여인을 데려가지 않으려고 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직감적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 존재의 간섭을 이해한다면, 다음의 짧은 창작문을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이 음산한 곳에서 빠져 나와서 밝은 곳에서 즐겁게 지내기를!"

 

 저는 로레인이 가족사진에 손을 대면서, 이것이 매우 행복했던 기억임을 읽어내는 대목이 너무 눈부셨습니다. 그 순간에는 이 영화가 순간 공포영화임을 잊을 정도였습니다. 캐를린 부인과 다섯 딸, 그리고 그의 남편 로저는, 그래서 마침내 지독한 증오를 이겨내고, "사랑해" 라는 선한 말들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언젠가 들었던 아래와 같은 표현도 제가 정말 선명하게 기억하는 말입니다. "우리 사랑해 라는 말만 해요"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묻어있는 눈부신 말들 입니다. 그래서 캐를린 부인이 딸에게 사랑해, 사랑해를 연발하는 대목에서 순간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그래, 참 다행이다...

 

 아, 참 지금 공포영화 리뷰 써야 하는데... 이게 무슨 창피인가요! 공포는 불안에서 온다고 합니다. 게다가 악령이 실제한다면, 그것은 저주의 형태로도 우리를 옭아매고 괴롭힐 수 있다는 거지요. 만약 영화 같은 실화가 우리에게 펼쳐진다면 어떨까? 잠시 상상해 보았는데요. 억울하고, 힘들고, 가혹할 것 같습니다. 싼 집을 덜컥 샀다고 후회하고 자책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곱 식구가 간신히 살아야 하는데 너무 무섭잖아요.

 

 여기서 지옥과 천국을 가르는 기준을 세울 수 있을겁니다. 서로를 해치는 공간이 있다면, 그 곳이 바로 지옥일 수 있습니다. 차라리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 같은 독한 말들을 서로 주고 받는 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그러면 천국은 어떠할까요. 그것은 함께 뛰어노는 영화 속 그 사진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 바로 해결됩니다. 그 눈부신 하루는, 어쩌면 천국보다 더 아름다운, 영원히 잊지 못할 한 순간일 것입니다. 함께 뛰어논다 이 말이 저는 참 좋네요.

 

 이 영화는 그러므로 가족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귀신과 싸워나가는 가족 영화, 그리고 부부가 서로 힘을 합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아름답게 보이고 있습니다. 신이 우리를 부부로 하게 해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것은 힘들 때, 함께 있으라고 한 이유가 아닐까요? 라고 묻고 있습니다. 이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무서워하면서 봤으면서도, 리뷰는 이상하리만큼 무척 밝게 남기고 말았습니다. 저는 희망을 담는 리뷰어가 되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좋은 말을 해가며, 세상을 살아가려 합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즐거운 하루를 만들어가면 그걸로 충분하겠지요.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특별함으로 채워져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라 믿습니다. 오늘 하루를 고마워 할 수 있기를. / 2016. 08. 1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