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매트릭스 (The Matrix, 1999) 리뷰

시북(허지수) 2016. 9. 7. 01:07

 

 드디어 저도 봤습니다! 왜 이런 명작을 이제서야 봤냐고요? 아껴두고, 아껴두면서, 리스트에 올려두었는데, 드디어 방송 시간대가 딱 들어맞았네요. 재밌음을 넘어서, 완전히 전율을 느꼈습니다. 2199년 디스토피아를 보는 것, 인간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사육되고 있는 장면은 정말 압도적 한 컷과 같았습니다. 걸작 영화 매트릭스는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 입니다. 파란약을 먹고 노예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갈 것인가? 빨간약을 먹고 현실을 제대로 보고, 현실과 맞서볼 것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많은 경우 행복을 위해서 라고 합니다. 돈을 벌어서 꿈꿔왔던 바를 하나 둘 장만해 가는 것만큼 소박하고 커다란 행복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 소소한 발걸음이 참 귀중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저는 늘 이런 못된 호기심이 따라붙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 행복, 정말로 내가 원했던 것인가? 어쩌면, 나에게 필요했던 것이 아닐지도 몰라... 사람은 때때로 매우 심각한 착각에 빠집니다. 스스로가 신이 된 것과도 같은 기분에 사로 잡혀서,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환상을 가지지요. 실은 그것이 노예임을 증명하는 가장 큰 징조인지도 모릅니다. 많은 것을 가질 수록, 거기에 속박당해 버리는 인간은 참 복잡한 존재임은 분명합니다. 이 점을 제일 먼저 인정해야 하는 지도 모릅니다. "나 사실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르겠어... 사는게 뭘까"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영화에서 제일 매력적인 대사는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를 속박하는 매트릭스는 어디에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유롭게 지내기 보다는, 무엇인가에 갇혀서 노예화 되기가 쉽다는 것을 꼭꼭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저는 이제 방문자수가 390만을 돌파한 이 개인 블로그를 아끼지만, 그럴수록 이 블로그는 나를 옭아매는 공간일 수 있습니다. 영화나 책을 보면 거의 반사적으로 블로그와 연동하려고 합니다.

 

 헐, 어느새 우선순위에 높은 부분에 올라와 버린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삶은 피곤해지면서, 블로그질로 안일한 자기만족을 해보려 합니다. 실은 정말로 아무 볼품 없는 사람인데도, 온라인에서 이만큼 열심히 지내면 괜찮겠지 하면서 합리화 하는 거지요. 즉, 현실에 눈 뜨는 빨간 약 먹기를 두려워 합니다. 우리는 어느덧 익숙한 현실에 지독히 안주하기를 좋아하는게 아닐까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사람 개개인이 자신의 세계에서 각성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자신이 갖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 자신을 더 멋진 존재로 바라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테지요. 그러나 계속 훈련하게 되면, 편안한 자기 합리화 보다는, 한 걸음 더 노력하는 인생으로 바뀔 수도 있는게 아닐까요? 매트릭스는 그런 가능성의 영화는 아니었을까요?

 

 주인공 네오는 주짓수(유도)를 비롯해서 각종 격투 무술을 배우고, 엄청난 점프에도 도전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히 숙련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겠지요. 하지만 끝내 자신을 믿었고, 그토록 강한 절대적인 스미스 요원과의 승부에서도 지지 않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 지점. 자신의 한계를 제대로 보고, 거기에서 끝까지 노력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해줍니다. 어쩌면 영화 매트릭스는 수십권의 자기계발서 보다도 더 파괴력 넘치는 작품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런데 왜 가만히만 있는거니... 우리는 너를 믿어!

 

 영화는 매우 매혹적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길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른 것이라는 점. 인간은 상상력이라는 대단한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직접 현실 세계에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또 하나의 네오가 될 수 있으며, 더 원, 특별한 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오늘날은 1999년에 비해서 인공지능이 월등히 발달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무인으로 자동차가 움직이고, 바둑이라는 세계까지 파고들어 왔으며, 인간의 편리와 기술의 발달으로 인해서, 많은 일자리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지인은 지금부터 10년만 더 지나면 더욱 일자리가 줄어들고, 열악해 질 것 같다며 현실을 더욱 디스토피아로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뉴스에 의하면 정규 직장이 드물어 졌으므로,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났다고 하니, 알바 천국이 아니라 알바 지옥처럼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또 다른 혁명을 꿈꿔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조해낸다면 가장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소중히 여긴다면 그것도 또 하나의 귀중한 의식적 혁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사람은 일하는 시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테니까,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더 멋져질까를 상상해 봤습니다.

 

 고된 살아남기는 그렇다면 어디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을까요? 사람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람과도 사랑에 빠질 수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가 태어난 이 세계에 영화라는 아름다운 것이 있기에, 마음껏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맘껏 누릴 수 있어서 참 근사하고 즐겁습니다.

 

 자기만족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겠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습니다. 또 넘어지더라도, 계속해서 걷는 연습을 할 것입니다. 그렇게 이 세계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즐거운 흔적을 남기고 갈 수 있다면, 그런 삶을 향해서 도전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결론입니다. 그러므로 산다는 것은 희망이며, 즐거움입니다. 오늘을 아끼며 살기! / 2016. 09. 0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