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그랑블루 (The Big Blue, 1988) 리뷰

시북(허지수) 2016. 9. 10. 01:13

 

 바다가 얼마나 아름답고 다양한 색인지를 환상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돌고래들의 미소 짓는 표정도 참 귀엽고 재치 있었네요. 영화 그랑블루를 통해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생각하기에 좋았습니다. 보통은 이 질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가 단골로 나오곤 하지요.

 

 하지만 얼마든지 다른 대답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오던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존재! 그것과 함께 나이듦이라면, 사람은 환하게 미소지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자크가 돌고래 한 마리와 함께 밤새 바다에서 뛰어노는 장면에서, 저는 그 책 어린 왕자를 떠올려 봅니다. 한 송이의 장미로도 인간은 행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 마리의 돌고래가 우리를 행복으로 안내할 수 있다는 것이 실로 경이롭습니다. 사랑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바로 이거구나! 싶은 겁니다. 저도 실은 요즘 그럴 때 있습니다.

 

 책 한 권을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얻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구절들이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슬픈 일은, 그 마지막에 도달했을 때 후회하며 돌아보는 것이다. 그때 가서 당신이 더 많은 것을 하고, 더 많은 것을 갖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아봐야 소용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굉장합니다. 후회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젊은 시절, 오로지 목숨까지 걸어가며 최선을 다해서 심해로 다이빙을 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이 듬뿍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영혼의 비타민, 영양제 같습니다. 과연 우리는 매일 매일 열심히 도전하고 있나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인물을 소개해 봅니다. 두 주연, 자크와 엔조는 어린 시절을 함께 지낸 소중한 친구입니다. 엔조는 다이빙 전문가이자, 이미 열 번 넘게 우승을 거머쥐고 있는 당당한 챔피언 입니다.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 솜씨에는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자크에 비한다면 인생의 선배 쯤 되기도 합니다. 자크를 참 아끼지요. 그리고 엔조는 드디어 다이빙 세계 선수권 대회에, 자크를 초대하지요. 너도 한 번 다이빙 세계에서 실력을 보여줘! 넌 해낼 수 있을꺼야!

 

 물이라면 마치 물고기가 된 마냥 자유롭게 심해 다이빙을 해내는 자크는 대단한 실력을 발휘합니다. 백미터도 넘게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지요. 심지어 매우 철학적인 대사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심해에 있으면, 다시 올라와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게 힘들어! 자기 스스로는 바다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평온일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전설의 머메이드들과 함께 안식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자크는 초현실을 사는 듯 했습니다. 분명 현실에서 예쁜 처자 조안나를 만나고 잠자리를 하게 되었음에도, 자크는 늘 바다를 안식의 대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숭고한 곳, 성스러운 곳이 바다라고 해야할까요. 이 점도 참 굉장한 영화 입니다. 전혀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말이에요.

 

 정말로 사랑하는 대상이 생긴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어디보자 - 작가의 글쓰기, 화가의 그림그리기, 독서가의 책읽기, 영화광의 영화보기, 수영선수의 수영하기, 아름답고 환상적인 피겨연기!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서 흠뻑 빠져드는 것이 있다면, 그런 하루 하루는 즐거움으로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되묻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즐거움과 함께 영원히 잠드는 것. 아 여기부터는 제 글의 위험지대, 경고입니다. 제법 아찔하고 위험한 이야기 입니다. 저는 결코 자살에 대해서만큼은 긍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크의 선택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납득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그가 지상에서의 삶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구나를 되짚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점이 다만 슬펐습니다.

 

 둘 도 없는 귀중한 우정도 있었고, 또 귀엽기만 한 사랑도 있었던 자크. 그러나 그에게 제일 편안함을 주는 곳으로 끝내 돌아갔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겠네요. 저도 실은 그런 환상의 도피처를 몇 군데 알고 있습니다. 목숨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삶이 너무 무겁거나 힘겨울 때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버티는 힘을 기릅니다. 답이 당장은 나오지 않더라도 고민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책은 이런 답을 건네줍니다.

 

 "동식물에게는 지금 여기 라는 순간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도 미래도 없이 지금 여기 라는 한순간만을 온 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반짝이는 것입니다." (강상중 저, 구원의 미술관) 그랑블루의 또 하나의 주인공 돌고래는 마음껏 소리치고, 점프하며, 온 힘을 다해서 오직 오늘을 살아갑니다. 그런 태도야 말로 인간이 오히려 배워야 하는 삶의 경지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의 자크도, 엔조도, 비명을 지르면서 나와 함께 해달라고 외치는 조안나도, 최선을 다해서 지금을 만끽하려는 모습들이 참 좋았습니다. 운동화와 정장을 함께 신고 파티를 즐기는 장면, 풍선을 한가득 안고 돌고래가 있는 풀장에 풍덩 빠지는 장면, 모두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귀중하게 여기는 멋쟁이들입니다. 파티를 열 수 있을 때, 열고, 오늘 이 시간에 취하는 모습은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결국, 주어진 환경에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모습이 참 빛납니다. 자크는 가족사진으로 돌고래 사진을 꼭 지갑에 넣어다녔습니다. 우리도 얼마든지 그와 비슷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사진, 아니면 가방에 꼭 읽고 싶었던 책 한 권, 아니면 주말에 함께 보게 될 새로운 영화 티켓, 살아가기란, 그리고 살아남기란 늘 고된 일이지만, 우리에게도 안식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실은 그런 안식처를 찾고, 또 방황하며, 다만 오늘을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이 구절을 끝으로 리뷰 마칩니다.

 

 "무엇인가를 보고 감동할 수 있다면 그에게 살아갈 힘이 되살아났다는 뜻이다." 감동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함께 하기를 다만 소망합니다. / 2016. 09. 1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