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괴물 (The Host, 2006) 리뷰

시북(허지수) 2016. 9. 14. 05:42

 

 처음에는 사람이 만든 괴물이었습니다. 그렇게 한강에 출몰한 괴물은 평화롭던 가족의 일상을 집어삼켜 버렸습니다. 천만 관객의 명품 영화 괴물을 EBS에서 특선으로 해주길래,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정말 재밌고 흥미롭고 마음 아픕니다. 분명 극장에서 봤을 때는 영화 후반부 거대한 괴물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명장면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TV로 보니까, 강두(송강호 역)가 정신분열병으로 판정 받는 장면이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이 전두엽에 바이러스가 있어야만 해! 그렇게 정보는 왜곡되고, 사람들을 떨게 만듭니다.

 

 기침 하나에 주변 사람들을 불신하고 경계하는 현대사회, 그리고 통제되는 뉴스, 그 맞은 편에서 강두를 풀어주라고 항의하는 멋진 사람들. 영화는 참 많은 것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 당신 어느 편에 설 것인가요? 당신 무엇이 보이나요? - 라는 거대한 질문 같았습니다. 미디어에 의해서 세뇌당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자, 여기서 저는 감히 조지 오웰의 이 이야기를 덧붙이려 합니다.

 

 "사람들이 즐기는 피쉬 앤드 칩스, 인조견 스타킹, 연어 통조림, 저렴한 초콜릿, 영화, 라디오, 진한 홍차와 축구 도박이 혁명을 막았다. 영국에는 불온한 분위기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정혜윤 저, 런던을 속삭여 줄께, 에필로그 중에서 발췌)" 그래서 이 영화 괴물이 각별히 좋았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이 사회의 불온세력이고, 깨어난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공권력이 정의며, 표준이 되는 사회에, 아니오! 우리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처럼 훌쩍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제일 황당한 것은 우선 경찰의 태도일 것입니다. 딸 현서양에게 분명히 전화가 왔고, 통화기록이 있음에도 이것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헛소리이자 귀찮은 일로 넘겨버립니다. 경찰의 이른바 행정편의주의는 보는 이의 분노를 자극합니다. 물론, 영화니까 그렇지요. 저는 개인적 일화로 경찰을 공개적으로 일단 칭찬부터 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머님이 심한 조울증 증상으로 한 때 정신적으로 매우 아프셔서 시도 때도 없이 112를 누르는 어머니의 매우 처참한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봤다고 경찰에게 하소연을 했을 때, 어느 친절한 경찰관의 선의를 잊지 못합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으로 기억하는데, 설사 부모에게 심각한 정신병이 있다고 하더라도 입원치료를 시도하도록 해서, 마지막까지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부모님을 쉽게 포기해 버리지 마라고 독려하던, 중년의 경찰관을 또렷히 기억합니다. 참 감사하고, 자기 소명에 충실한 경찰 분이셨지요. 나의 최선과 사회의 최선이 다를 수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는 것을 기억합니다.

 

 영화로 다시 돌아와, 이 영화에서의 빌어먹을 밉상 경찰 때문에, 모든 일이 슬슬 꼬이기 시작합니다. 한 번, 두 번, 강두를 이른바 NP(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낙인찍어 버리자, 그 뒤로 강두의 말에는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되었습니다. 딸이 살아있다고 간절하게 이야기 하는 섬세한 주장은, 어느새 조현병과 자기망상으로 완벽하게 처리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뇌를 정밀하게 검사하려고 시도하는 모습은 정말로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무서운 곳이 세상인지도 모릅니다. 아버지는 비극적으로 사망하고, 강두는 의료진에 잡혀서 철저한 실험대상이 되었습니다.

 

 현서의 삼촌 남일 역시 자신 나름의 방법으로 통신사에 근무하는 아는 지인을 통해서, 현서의 생사를 확인해 보려고 하는데, 알고보니 이 지인이 현상금에 눈 먼 지인이었다는 것! 실은, 대단히 충격적인 전개입니다. 영화 괴물 속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별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매우 흥미롭게도, 괴물의 머리 위에 기름을 호기롭게 부어대던 사람은 남일과 같이 생활을 잠깐 했었던 노숙자 였다는 것! TV도 없이, 남들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고, 세뇌되지 않았다고 표현하면 딱 좋겠지요. 그는 괴물을 두려워 하기 보다는, 한 판 제대로 붙어보자 라는 드문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족이 뭉쳐서 괴물을 처치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숨은 영웅이 이 과감한 노숙자라는 것은 우리를 매우 뜨끔하게 만듭니다. 노숙자는 일갈하면서 남일에게 한 수 가르치지요. 인마! 세상은 돈이면 다 되는게 아니야!

 

 남주의 불화살은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 이니 많이들 기억하실테지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자신의 재능으로 할 수 있는데까지 가는 게 참 좋습니다. 그래서 동메달리스트인 그녀가 사랑스럽고, 거칠게 넘어져도 오뚜기처럼 일어나서 할 수 있는데까지 하는 모습이 참 멋있습니다. 영화 후반 불화살 한 방, 더하기 강두의 끝내기 한 판으로 괴물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서와는 끝내 이 세계에서 작별하게 되었지만, 또 다른 가족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은 강두에게 사과했을까요? 정보가 잘못되었다며 변명할 뿐이었지요. 어쩌면, 영화 괴물을 보면서, 혹자는 강두네 가족이 트럭을 얻어서 한강 지역으로 접어들 때,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공무원의 씁쓸한 장면을 선명히 잘 기억할 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는 세상을 이 영화 보다는 훨씬 더 긍정적인 곳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완전히 틀린 판단을 내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기꾼들 천지고,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간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세계는 빠르게 움직이며,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뭐라도 그럴싸한 것을 가지라고 끝없이 유혹하고 속삭일 테지요. 그래서, 저는 강두 같은 바보스러움이 너무 좋았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아닐지라도, 묵묵히 거두어서 함께 따뜻한 밥을 먹이는 태도. 그리고 마침내 그 아이가 주옥같은 명대사를 날리는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텔레비젼 뉴스 재미 없어요, 밥 먹을 때는 밥에 집중할래요." 인생은 그렇게 사는 것이 어쩌면 진짜인지도 모릅니다. 평소와 다르게, 조금은 독특하게 써보았던 영화 괴물 리뷰는 이만 마칩니다. 덧붙이자면, 저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럼에도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현상금? 세상의 낙인과는 분명 전혀 다른 방향의 삶을 우리는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10년 후에 다시 봐도 그 때도 아마 더욱 배우고 느낄 것이 많을 겁니다. 한국영화에도 이렇게 멋진 작품이 짠~하고 있습니다. / 2016. 09. 1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