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 여섯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곧 서른 여섯이 됩니다만... 우선 슬플 것 같았고, 둘째로 우울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기력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암을 맞이한다는 것은 그토록 무섭고 괴로운 일이 아닐까요? 그런데 저자 폴 칼라티니 의사는 다른 방식으로도 생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그 삶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비록 암일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복귀해 보겠어, 진통제를 먹어가면서라도! 그 강인한 영혼의 힘이 많이 부러웠고, 참 배울 게 많은 사람이구나를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서 매우 인상적인 대목을 하나 꼽는다면, 언어 기능이 파괴된 환자를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인사를 건네자, 그는 "사 육 일 팔 십구!" 라고 숫자로만 대답하게 되었습니다. 숫자로는 두려움과 분노밖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뇌는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상적인 뇌는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손상된 뇌는 삶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구나를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놀랍고 가슴 아픈 장면도 있습니다. 제프라는 의사가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 담당 환자가 사망했고, 그에 따른 책임감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음을 짐작케 할 뿐이었네요. 엄청난 죄책감이 따르는 직업, 그래서 의사라는 직업은 (비록 먹고 살 걱정은 없을지라도) 힘든 직업이자, 사명감을 가지고 마주한다는 말이 참 실감나게 느껴졌던 책이었습니다. 의사로서의 비기가 나옵니다. 우리의 판단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환자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 완벽에 도달할 수 없을지라도,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는 말에서는 자부심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 : 폴 칼라니티 / 역자 : 이종인 / 출판사 : 흐름출판

 출간 : 2016년 08월 19일 / 가격 : 14,000원 / 페이지 : 284쪽

 

 

 그토록 열심히 살아가던 폴 칼라니티 의사, 책은 제 2부로 들어서며, 그의 투병기를 다룹니다. 죽음이 올 때까지 멈추지 마라는 것인데, 이 짧은 말은 정말로 멋진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언제, 어떻게나 대입할 수 있을테니까요. 예컨대, 죽음이 올 때까지 (사랑하기를) 멈추지 마라, 죽음이 올 때 까지 (따스하기를) 멈추지 마라! 입니다. 죽음은 사실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닐테지요. 다만, 언제 죽음이 다가올 지 그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죽음을 표현합니다.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p.161)" 죽음에 대해서 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되,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열심히 찾아본다는 것에 이 책이 가지는 묵직한 힘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에게 안내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힘든 현실을 맞이하더라도, 불안 속에서 영혼이 절망하게 놔두지 말아요, 그 대신 할 수 잇는 방법들을 끝까지 찾아보자고요.

 

 칼라티니 부부는 아기를 가지기로 결심합니다. 이 장면도 무척 감동스러운 투병의 현장입니다. 함께 읽어본다면 좋겠습니다. "아기와 헤어져야 한다면 죽음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 "그렇다 해도 아기는 멋진 선물 아니겠어?" 루시와 나는 고통을 피하는 것만이 삶은 아니라고 느꼈다. (p.173) 부부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 현실에서 고통을 맞서며 최선의 결정을 함께 내려가는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삶의 태도 자체가 이토록 감동스럽다니, 참 놀라웠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투병기를 버둥거리면서 혼돈 속에 괴로워 했다고 써놓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를 하나씩 제대로 마주하는 정신에는 놀라움을 자주 느꼈습니다.

 

 저자의 꿈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내 영혼의 대장간에서 아직 창조되지 않은 인류의 양심을 벼리고 싶다." 하지만, 정작 아프고 나서는 자신의 양심조차 벼리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모습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내 스스로의 모습을 다듬고 달구어서 날카롭게 만들고, 자신의 대장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또 하나의 소중한 삶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들은 외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니 만큼, 더욱 귀중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자는 이 무렵 생존 통계 그래프 대신에 다시 문학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죽음에 관한 글이라면 뭐든 읽었다는 그 모습, 그 간절함, 그 열정에 경의를 표할 뿐입니다. (p.178~179)

 

 너무나 불확실한 미래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 때, 문학이 그 삶을 구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매우 매력적으로 들렸습니다. 도저히 지나갈 수 없을 것 같던 불안감의 바다가 갈라지던 순간이 있다는 것. 그것이 문학의 힘이라니, 글의 힘이라니, 정말로 놀랍지 않습니까, 이 말이 결국 이 책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꺼야" 이 구절을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불안감의 바다를 갈라놓는 것, 인생은 결국 그렇게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 삶의 귀중한 지혜로구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의사도 희망이 필요한 존재였다. (p.228) 라는 말을 바꿔써본다면, 우리 모두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할 때,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는 알지 못하겠지만요.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욕심일 수 있더라도, 우리는 10년? 5년? 아니 1년 뒤의 일도 예측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늘을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분명히 서서히 꿈을 향해 닮아간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러나 점심 식사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는 건 시간 낭비다.(p.232)" 마지막까지 현실에 집중하면서 살아가는 그 모습이 얼마나 눈부셨나요. 저도 오늘에 집중하는 힘을 배우고, 어떤 일을 만나든지 더 굳세게 받아들여야 함을 훌륭한 의사선생님을 통해 시공간을 넘어서 전해듣게 되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메시지. 사랑하는 이가 존재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삶을 만족하고, 더 이상 삶에 바랄 게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 마지막 까지 그는 참 아름다운 글을 선물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글을 열심히 읽고, 써서, 조금은 유익한 리뷰를 남겨야 하는데... 아직 까마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래도 저 역시 계속 나아가야 함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해외 아마존에 리뷰만 수천건이 올라와 있는 베스트 셀러입니다. 좋은 책을 차분히 읽게 되어서 행복한 한 주였습니다. / 2016. 09. 18. 리뷰어 시북.

 

by 시북 2016.09.1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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