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암살 (Assassination, 2015) 리뷰

시북(허지수) 2016. 10. 4. 00:39

 

 1933년 일제강점기 한복판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다양한 인간상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친일파를 보고 있자니, 그 기회주의적이고 비굴한 모습에 황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극은 시작부터 친일파 강인국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가족을 등져버리는 잔혹한 모습으로 막을 엽니다. 강인국에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한 명은 소중스럽게 길러서 일본 이름을 가진 미츠코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딸은 그대로 실종. 훗날 독립군이 되어서 나타나지요.

 

 그리하여, 1930년대 부잣집 딸로 귀하게 커온 미츠코는 일본군 장교와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의 현실에 대하여, 친일파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에 이릅니다. 비록 영화 전체에 비한다면 참 짧은 장면이었지만, 사람은 어떻게 커오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친일을 하던 인간들은 이 대사를 꼭 써먹었습니다. "설마 조선이 독립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깐!" 그리고 영화 암살은 그 시대의 중요한 하나의 진실들을 잊지말라고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지금 이 시대는 말이지, 일본군들이 와서 조선사람들을 학살해 버리는거야! 카와구치 장교는 손가락 3개를 보여줍니다. 저도 처음에 3명 정도를 죽였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순진한 착각이었습니다. 300명의 사람들을 죽였다는 카와구치는 경성에서도 자신을 밀쳤다는 이유만으로 순박한 조선인을 총으로 곧바로 쏴버립니다. 일본인들이 마음대로 조선인을 짓밟으면서 살아가는 세계. 우리는 이 세계가 잘못되었고,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임시정부에서 일본군 사령관의 사살, 악랄한 친일파의 사살을 위하여, 알려지지 않은 정예 멤버가 암살대로 파견되었습니다. 이들을 응원하면서 긴장감 있게 영화를 보는 것이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가령, 동포끼리 돕고 살자면서, 이름도 모르는 조선인 두 사람은 카페에서 부부로 급히 위장하여 신분을 감추려고 합니다. 인연도 있고, 악연도 있습니다. 세상은 참 좁은 탓인지,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은 안옥윤(전지현 분)을 여러 번 마주치기도 합니다.

 

 하와이 피스톨의 정체가 참 특이하고, 굉장한데, 이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돈을 받고 자율적으로 움직입니다. 용병 같지요. 돈 많이 벌어서 영감 이라는 파트너와 함께 하와이에 가서 노는 것이 꿈인지도 모릅니다. 독립군과 직접적으로 얽히는 것을 피하면서도, 위기의 순간에는 독립군을 당차게 도와줍니다. 뭣이 중헌디! 돈보다는 정의에 편에 서는 용병이라니! 영화의 숨은 주인공 이지요. 비록 그 꿈을 마지막까지 이루지 못했지만 말이에요.

 

 미모의 저격수 안옥윤은 하얀 드레스를 입고서도, 결혼식장에서 자신의 임무를 끝까지 해내려 합니다. 그리고 도도하게 자신은 미츠코다 라면서 쌍둥이 신분을 이용해서 살아남는데 성공하지요. 이런 장면들은 우리 선조들의 독립운동의 한 장면을 그려보게 합니다. 예컨대,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폭탄을 여러 개 준비했다고 합니다. 한 발은 적진에 던지기 위하여, 그리고 나머지 한 발은 자신이 붙잡히기 전에 자폭하기 위하여... 분명 살아돌아올 수 없는 위험한 행위인 것을 각오하고, 그렇게 자신들의 삶을 걸었다는 것입니다. 희망을 가지고, 앞서가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심. 그런 선조들이 있음을 감사합니다.

 

 친일파들은 특유의 비정함으로 살아남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특히 염석진 대장은 일본 측의 밀정이자, 친일파로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죄다 끌어서 소탕하기에 이릅니다. 그래놓고서는 광복 후에는 경찰로 신분을 세탁하는데 성공하지요. 반민특위가 당시에도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실제로 경찰 세력이 반민특위를 습격하기도 했답니다.) 못했던 우리네 아픈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동훈 감독은 그런 역사를 영화다운 멋진 마무리로 화답합니다. 이 나쁜 자식아! 인생 그렇게 살지마! 그리고, 조국의 이름으로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염석진! 이로써, 암살작전은 승리를 거두었다고 봐야겠지요. 비록 많은 숭고한 희생이 있었지만 말이에요.

 

 염석진 대장은 총탄을 여러 번 맞았다면서, 역사적 현장에 있었다고 소리 높여 항변했습니다. 사람은 그렇게 자신의 무용담으로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 하면서, 비겁한 선택을 하고, 신분을 세탁할 수 있음을 끝으로 생각해 보려 합니다. 염석진 처럼 살지 않으려면?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며, 자신의 뜻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참 멋있구나 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네 삶도 타인에게 따뜻한 - 사랑이 깊은 사람들이기를. 그래서 작고 소박한 소원들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님,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 2016. 10.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