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Attila Marcel, 2013) 리뷰

시북(허지수) 2016. 10. 6. 02:52

 

 한 편의 멋진 뮤지컬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영화 속 피아노 음색이 참 명료한데다가, 각종 악기의 등장이 영화를 한껏 풍요롭게 뒷받침 해줍니다. 개구리들의 연주는 아주 유쾌한 명장면!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어린 시절 충격으로 인해 말을 잃어버린 남자가 자신의 기억을 되찾아 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우 섬세하게도 이 영화가 주는 멋진 위로, 뭉클한 감동이 있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아픈 것도 있고, 좋은 것도 있기 마련, 기억 으로 인해서 펑펑 눈물 흘린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삶은 괜찮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행복한 기억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행복한 기억을 이만큼이나 만들어서, 괴로웠던 기억을 덮어보라고 우리에게 따스하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담담해서 좋습니다. 억지로 감동을 연출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이 작품을 든든히 보고나니, 그럼 그렇지! 행복으로 인생을 채워가기에도, 우리네 인생이 짧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 이제 본편으로 떠나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서른 세살의 폴은 댄스교습소에서 다양한 음악을 연주해 주는 것으로 오늘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주대회에도 나가보지만, 대상 처럼 그럴싸하게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요. 이모들이 여전히 폴을 키워오고 있는데, 이모들의 말을 따라가본다면, 여기 프랑스에도 중국인들이 너무 많이 살고 있는데다가, 이들이 각종 대회에서 상을 싹쓸이 한다면서 열을 올립니다. 그래놓고, 정작 중국인 첼리스트가 등장해 폴과 연애감정이 싹트다니요. 유쾌하고 재밌는 장면이었습니다 :)

 

 그랬던 순수하고 맑은 눈동자의 폴은, 우연히도 마담 프루스트의 집에 들어가게 되면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이 곳에서 제공하는 특수한 차를 마시면, 과거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떠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가격은 무려 50유로! 폴은 처음에는 망설이지만, 이내 단골 손님이 되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이 시간만을 고대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와의 좋은 기억을 회상하지만, 여러 번의 기억 재생을 거쳐서, 아빠와의 기억도 함께 소중하게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한 장에 같이 담겨 있었던 엄마와 아빠의 싹둑 잘라놓았던 사진을, 다시 한 장면으로 소중히 테이프로 봉합하는 소소한 장면은 폴의 마음가짐을 잘 알게 해줍니다. 아! 행복했던 우리 가족들이었구나... 내가 참 사랑받는 사람이구나...

 

 참! 프루스트가 공원에서 자신의 가정사를 밝히는 대목에서는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가 있었습니다. 내 동생은 좋은 가정에서 커오질 못했지, 그래서 웃는 방법을 배울 수 없었어! 프루스트는 동생에게 우스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려고 했지만, 그것도 잘 되지 못했다는 것. 웃음도 결국 전염되어 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밀 하나, 작고 소소한 것에도 잘 웃는 사람은, 그만큼 사랑받고 자랐음을 드디어 알게 되었네요.

 

 영화는 엔딩 직전, 마침내 폴이 부모님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피아노 치기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굉장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 직후, 작고한 프루스트의 무덤을 다녀와서는 우쿨렐레 연주를 시도해보면서 자신의 삶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게 됩니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결정하게끔 하자는 폴 엄마의 유언도 생각이 났습니다. 우쿨렐레를 연주할 정도가 되었으니, 다시 재능을 살려 피아니스트를 해도 좋을 것 같고요. 어느 쪽이 되었던, 이제 선택지가 두 가지로 열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표현으로 쓴다면, 비록 한 쪽 문이 닫히게 되더라도, 다른 쪽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닫힌 불행만 바라보고 있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저도 생각해보니, 글을 쓰면서, 행복했던 기억들을 참 많이 되살려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좋았고, 영화나 책 등의 매체를 빌려, 조금씩 용기 내어 쓰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는 삶을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며 멋있게 살았던 제 이상형 선생님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 맑은 눈동자의 선생님을 알게 된지 약 1년쯤 되는 날이네요.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몹시도 궁금하지만 - 이 영화의 표현을 가져온다면, 오히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기에 환한 기억 그 자체로 감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영화에서 폴의 부모님이 링 위에서 한 판의 멋진 승부를 펼친 것이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듯이, 저도 좋은 선생님을 만난 기억이 있어서 삶에서 큰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저도 당신처럼 지금 주어진 일들을 잘 해보려고 발버둥이라도 치고 있답니다. 라고 말이에요 :)

 

 오늘의 결론은 쳇바퀴도는 삶을 적극적으로 피하라는 것입니다. 일탈도 나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간접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그 일탈의 대표적인 무기로, 책이나 영화를 손꼽겠습니다. 마음껏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또 느끼며, 깊숙히 사색에 잠겨들어가는 하루. 시간이라는 가장 중요한 것을, 이렇게 열심히 보내는 것이 제 청춘의 소원이 되었습니다. 일하느라, 먹고사느라, 비록 힘이 들지라도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서 삶을 축제처럼 살아내기를! / 2016. 10. 06.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