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2005) 리뷰

시북(허지수) 2016. 10. 18. 00:50

 

 [오늘의 서론 - 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곤 합니다. 연애, 결혼, 출산 등을 일찍이 포기한 이른바 삼포세대 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적게 벌어 적게 쓰는 방식으로, 1인분의 삶을 해내는 것을 목표로 살아갑니다. 다시 써본다면, 시간부자가 되어서 많은 경험을 누리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세 배씩 돈을 버는 정규직 친구가 전혀 부럽지 않았지요. 나는 그 대신 세 배의 시간을 쓸 수 있잖아. 나만의 삶을 그려나가도 된다고 용기를 내어갑니다. 삶을 용기 내어 다른 트랙에서 살아보기, 할 수 있는 일들은 꼭 도전해보기. 그렇게 삶을 생각하고 정리해 나갑니다. 정말 보잘 것 없는 추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아주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SF영화입니다. 지구는 사라져 있고, 최신형 우주선을 타고, 은하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이야기 입니다. 매우 풍자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주대통령이라는 자포드는,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이 없다보니까 아무나 대통령이 뽑힐 수 있음을 재밌게 지적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실은 이 자포드의 무신경한 승인 아래, 지구라는 별이 사라졌으니,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우리가 사는 곳을 날려버리는구나! 라고 콕 집어 알려주는 것 아니겠어요? 자, 이들의 우주여행으로 떠나가 볼께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트릴리언이라는 미모의 지구인, 아! 어디선가 분명 낯이 익다 싶었는데, 500일의 썸머에 나왔었던 그 아가씨 (=조이 데샤넬) 였네요. 이번 영화에서도 히로인으로써, 매력 넘치는 활약을 이어나갑니다. 왜 지구인 아서 대신에, 우주인 자포드를 선택했는가 하니, 우주선이 매력적이라고 당돌한 발언을 합니다! 우주선이 없으면 억울해서 연애하겠냐! 싶어요. 그런데 이 최신 설비의 우주선은 정말 뛰어난지라, 원하는 것을 알아서 내어줍니다. 홍차가 먹고 싶다고 하면, 따뜻한 홍차맛 음료가 딱 하고 나오는 식이죠. 식빵을 자를 때는, 최신도구를 이용해서 썰기만 해도 즉석에서 맛있는 토스트로 구워집니다. 상상력이 참 뛰어나지요.

 

 영화에서 정말로 재밌었던 녀석이 있는데, 우울증에 걸린 로봇 마빈입니다. 자신의 우수한 지성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허드렛일만 하다보니까, 사는 게 낙이 없고, 우울하다는 것이지요.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도시화가 되고, 사람들이 똑똑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신과의사의 숫자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었고, 정신과가 각광받는 추세라는 겁니다. (우연찮게도) 저는 어머니가 조울증을 앓고 있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매달 방문하는데, 놀랄 정도로 사람이 많답니다. 예약을 해도 때로는 30분~1시간씩 기다려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여하튼! 그래서 마빈은 극의 막판에 대활약을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적을 향해서 발사하는 데요! 마빈의 엄청난 우울증 공격을 얻어맞은 적들은 몽땅 쓰러지면서, 살아서 뭐 해! 라면서 드러눕고, 아무 것도 하지 않게 되지요. 그야말로 압권인 블랙코미디 였습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자, 우리 너무 똑똑하지 않아도 좋아요. 자신을 아끼고, 시간을 소중히 여겨가며, 즐겁게 사는게 훨~씬 더 중요하니까요. 우울하게 살지 맙시다!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이 영화는 돌고래들의 노래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돌고래들은 일찌감치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인간을 피해서 (물고기는 그래도 고맙군요!), 혹은 인간들에게 지구를 이렇게 다루면 안 된다고 경고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지구는 아프다는거에요. 최근 100년 사이에 진도 9.0이 넘는 칠레지진, 동일본지진 등이 일어났음을 생각해 본다면, 저는 결코 영화 이야기가 가볍게만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러다가 진도 10 쯤 발생하는 지진이 일어나면, 로그값으로 계산되니까, 지구는 반쯤 혹은 거의 멸망 직전의 단계로 갈 수도 있는거 아니겠어요. 인간은 너무 똑똑한 척 하는데, 극에 의하면 실제로는 지구상의 생물 순위로는 지능이 3번째라고 합니다. 조금은 겸손해집시다!!!

 

 다행히 영화에서는 지구를 되살릴 방법을 찾아서, 지구가 아름답게 재현되는 멋진 장면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지구를 다시 만드는 별 제작자들에 의한다면 지구라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별은 양산형 별이 아니고요. 특별히 커스터마이징 되었다고 합니다. 노르웨이의 섬세한 피오르드 같이 구불구불한 능선을 만들어 냈고, 실은 매우 아름다운 별이라는 것. 히말라야도 다시 재건되고, 바닷물도 콸콸콸 채워집니다. 아서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세! 지구인들은 다시 관심도 없이 일상을 살아갈테지만 말이에요. 하하.

 

 이 영화에서 마음에 남았던 대목은, 총이라도 맞아야 비로소 여성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구간이었네요. 타인의 입장을 생각해 보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려고 노력해야만, 우리는 그 사람의 마음에, 배려가 담겨 있는 응원을 할 수 있을 꺼라 생각합니다. 좋은 말, 아름다운 말을 잘 담아서 서로 사이 사이에 사랑하는 마음들이 은은하게 흐를 수 있기를. / 2016. 10. 1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