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2016) 리뷰

시북(허지수) 2016. 11. 20. 01:04

 

 이번 영화 이야기는 신비한 동물사전. 영화관의 대형스크린과 박력있는 사운드로 잘 만든 블록버스터를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네요. 가볍게 즐긴다면 가족끼리 화려하고 동화같은 마법세계와 생물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겠고, 다소 무겁게 바라본다면, 비극은 어디서 탄생하는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콕 집어 이야기 하거든요, 세상에서 제일 악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인간들의 세계이다! 왜 우리 마법사들은 인간들을 위해서 양보만 하고, 쥐죽은듯이 살아야만 하는가! 냉정하게 되묻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요. 음... 어쩌면, 생각과 행동이 많이 다른 사람도, 알고보면 똑같은 사람이다 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 어떤 사람은 차이점에 자꾸 주목하면서 서로 간의 이간질을 통해서, 싸움을 만들려고 합니다. 극중의 그레이브스가 그러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화합과 조화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한 팀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영화는 마법사와 사람 사이가 완전히 칼로 선을 딱 자르듯 경계로 나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전해줍니다. 빵집을 꿈꾸던 코왈스키 같은 사람은 이 마법세계에서 한 팀을 이루고 함께 하거든요. 나도 노력하는 사람, 즉 선한 사람을 대표합니다. 그래, 사실은 사람 중에서도 좋은 이들이 얼마든지 있잖아,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지요. 다시 말해, 세상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마법사, 그리고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검은 존재가 있음을 영화는 시작부터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테러를 일으키며 사회를 혼란으로 빠뜨립니다. 뉴욕도 이제 안전한 곳이 되지 않습니다. 어느새 미국 마법사 의회도 비상사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검은 존재로 인해서 촉망 받는 상원의원이 살해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 대목과 교차점을 파고들면 꽤 흥미습니다. 모데스티라는 어느 꼬마 여자 아이가, 그것도 버려지고 상처 입은 아이가, 마녀들이 죽는 다는 저주 섞인 동요를 끊임없이 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쓸쓸하고 강력한 어둠의 힘은 마법의회 소속 그레이브스에게 까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가진 막대한 힘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스토리가 참 대단하지요.

 

 예컨대 거대한 힘에 이끌리어,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고요. 또한 권력을 가진채로 결국 사람들을 아래로 만만하게 보게 만든다는 점 말입니다. 요즘 대한민국이 한참 시국선언 중인데, 저는 영화 보면서 꼭 최순실 (혹은 박근혜) 게이트 같은 대사건이 떠오르는 대목이었습니다. 하여간 정신줄 놓은 사람들이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제멋대로 착각하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나중에 마법의회 대통령까지 아래로 보는 그레이브스의 태도란!)

 

 이야기로 어서 돌아와서... 그레이브스는 크레덴스라는 불쌍한 소년을 이용만 하는 비정함도 함께 보여줍니다. 그렇게 크레덴스 마저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전개가 매우 슬프지요. 주인공 마법사 스캐맨더와 참 예쁜 마음씨 티나양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크레덴스는 어둠 속에서 비참하게 사라져 갑니다. 진지하게 접근한다면, "아동학대, 버려짐"이 가져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행복하게 살아갈 순간순간을 빼앗기면 사람은 얼마나 힘든 존재가 되는지 깊숙하게 와닿았습니다. 저도 앞으로 살아가는 시간을 더 소중하고 알차게, 그리고 행복하게 채워가야 한다고 느낀 것은 덤으로 참 좋았고요.

 

 스캐맨더는 참 선한 동물애호가 입니다. 신비한 동물을 너무나 사랑해서, 동물에게 자유를 되찾아 주기 위해서 미국으로 오게 되었지요. 조금 과장한다면, 신비한 동물들의 수호천사 같은 느낌입니다. 그의 가방은 대단히 커서 어쩌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을 다 넣을 수도 있겠지만, 특별히 신비한 동물들만 골라서 참 많아요. 작은 녀석 하나라도 아끼고 대화를 나눠주고 살아있는 생명체를 소중히 대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 다정함은 영화 마지막에서 정말 울컥했는데, 티나양과 헤어지는 장면이 가슴 먹먹히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너무 맑고 깨끗해서 정말정말 좋았습니다. 꼭 신비한 동물사전이라는 좋은 책을 쓰겠다는 다짐, 그리고 그 책은 반드시 직접 전해주겠다는 애정 듬뿍 담긴 고백까지... 그래서 티나양이 완전 기뻐하는 모습은, 사람의 관계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내가 사랑하는 목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한 걸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순수한 기쁨,

 그리고 용기 내어 마음을 전하는 참 수줍은 아름다움.

 

 마지막으로 진행될수록 비록 (크레덴스 같은) 아픔도 있었지만, 참 잘 만든 좋은 영화였습니다. 위로를 받았거든요. 빵집 아저씨가 되는 코왈스키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 이라고 자신을 정직히 고백합니다. 그리고, 동생 퀴니 골드스틴양은 아니에요, 당신은 세상에서 하나 뿐이었던 남자라고 이야기 하지요. 그렇게 코왈스키의 기억은 지워지지만, 두 사람은 어느새 다시 사랑이라는 마법에 빠질 것만 같습니다. 무일푼에 은행에서 담보도 없다고 퇴짜 받던 인생은, 기적 처럼 어느 날 꿈을 이룰 수도 있다는 것, 그러므로 내일을 우리가 함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늘 다만 열심히 꼬박꼬박 노력해야 한다는 것. 또한 꼭 덧붙여서,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 그 꿈이 지금 당장은 비록 이룰 수 없을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이에요.

 

 자신을 비하하는 말들과 생각들을 완전히 털어내기. 혹여 지금껏 내가 잘못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이제 그런 인생을 돌아보며 "이젠 어제의 내가 아닙니다" 라고 용기내어 힘껏 고백할 수 있기를.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너무 착한 스캐맨더 실은 마법학교에서 적응도 제대로 못 했었던 사람이라고. 당신 퇴학이었다고. 아무렴 어때요. 우리 꼭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만은 매일 용기 있게 그 과정을 걸어가 보아요. 그렇게 쌓이고 쌓인 날들이 우리를 빛나게 만들어 줄겁니다. 이 이야기를 끝으로 전합니다. 다이아몬드는 못생긴 탄소덩어리가 긴 시간 아주 높은 열과 압력을 견딜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인생이 힘들 때 있습니다. 실망하고 지칠 때 물론 많습니다. 그러나 꿋꿋이 (strongly) 견뎌나갑시다. 오늘 다시 한 번 힘을 낸다면 참 좋겠습니다. / 2016. 11. 2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