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니키타 (Nikita, 1990) 리뷰

시북(허지수) 2017. 1. 22. 23:57

 

 인생을 제대로 사는 방법을 전혀 배우지 못한 채, 경찰에게 붙잡힌 그녀 니키타. 그녀는 경찰을 살해한 중범죄자로 기소되었고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됩니다. 재판장에서도 난동을 부리며, 모두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녀의 죄는 무거울 뿐이며, 한 번 뿐인 인생은 그렇게 어둠 속에서 막을 내리는 듯 싶었습니다.

 

 장면이 바뀌며 주사를 맞는 니키타양, 그녀는 이대로 쥐도 새도 모르게 처형되는 걸까요? 네, 그렇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세상에 니키타 라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녀는 공식적으로 죽은 것으로 처리되었고, 장례도 치르게 되었습니다. 니키타는 하얗고 자그만한 감옥 같은 방에서 다시금 눈을 뜹니다. 그리고, 어떤 남자가 앉아와 말을 건네지요. 니키타는 이제 없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를 주겠노라고.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니키타는 묻습니다. 여기는 천국인가요? 밥 이라는 이름의 정보요원은 놀라운 대답을 합니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당신이 노력한다면 말이야! 살아가는 어떤 공간이든 우리가 노력한다면 천국으로 맞이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매우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니키타는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 하니, 밥의 총을 무력으로 빼앗아서 밥을 위협하질 않나, 자살소동을 벌이지 않나 여전히 예측불허의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탕!" 마침내 총소리가 들리며 니키타의 무릎 위로 총탄이 스쳐 지나갑니다. 밥은 니키타를 제대로 가르치기로 결심한 것이지요. 아무것도 진지하게 신경쓰지 않으며, 사람을 함부로 대하며, 예의라고는 배워본 적이 없는 니키타에게 이 곳 정부 비밀 기관은 하나 하나 공을 들이기 시작합니다. 총을 정확하게 과녁에 맞추는 연습은 그녀에게 너무 간단한 일이었고, 유도 연습을 하는 장면은 관객을 즐겁게 해줍니다. 동작을 따라하다 말고 사범을 막 괴롭히거든요.

 

 "너는 자신을 꾸밀줄 모르는구나" 니키타는 이 말을 듣고서 강한 충격을 받습니다. 내가 인생을 그동안 막 살았구나 라는 반성이었을까요. 이 무렵부터 그녀는 단 한 번도 정부 비밀 기관의 이야기들을 거절하지 않고, 복종하기를 택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거울 앞에서 니키타가 웃는 연습을 하는 대목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지요. 입꼬리를 올리도록 노력하는 것. 어쩌면 우리 삶에서도 필요한 것이 이 대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 역시 안 그래도 힘든 일 많은데, 계속 의기소침 하지 말고, 기운 내고 웃도록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다정하게 웃으며 상대방을 환하게 맞이하는 기술을 배운 니키타는 이 방법으로 훗날 연인을 얻게 됩니다. 조금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나, 매력적으로 웃으며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얼마든지 "필살기"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니키타의 본격적인 임무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생일을 맞이해서 적국의 VIP를 암살하는 매우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된 것입니다. 밥의 지시대로 움직이는데 아뿔싸! 레스토랑 에서 막다른 곳에 막혀 버렸습니다. 꼼짝없이 위기에 몰렸으나,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살아남아 돌아오는 니키타. 이것으로 그녀는 비밀 정예 요원으로 합격한 것이라 합니다. 그 수법이 잔인해 보이기도 하고... 니키타 본인의 언어를 빌리자면 좀 가학적이지요. 그녀가 생일날 받고 싶어했던 것은 탄창 가득한 차가운 총이 아닌 따스하고 애정어린 케이크였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그녀는 조세핀이라는 간호원이 되어 두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날들을 살아가게 되는데, 재밌는 것은 마트에서 무엇을 사야할지 망설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습니다. 결국 남들을 뒤좇아서 이것저것 한무더기 고르다가, 카운터에서 계산원과 연인이 되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그녀의 두 번째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게다가 임무들도 예전보다 훨씬 간단해 보입니다. 가끔 전화로 조세핀을 찾으면, 호출한 곳으로 가서 작전 수행을 냉정하게 하고 돌아오면 그만입니다. 돌아오면 자기를 아껴주는 연인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아 이제 사는 게 즐겁다!

 

 영화의 첫 장면과 대비해 볼 때, 너무나 밝아지고 활기 있는 니키타. 이래서 사람은 미소 지으며 살아야 하고, 직업을 가져야 하고, 안정적인 사람과 함께 교류할 때 인간미가 발산되는 것이네요.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비밀 요원이라는 이 극한의 직업은 결국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입니다. 계속되는 VIP 암살 및 비밀 정보 캐기는 그녀의 마음을 무너뜨려 나갔고, 영화의 마지막 니키타는 슬프게도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나를 국가를 위해 이용만 한 것이 아닌가요 라는 무거운 질문에 밥은 정확한 논리로 반박합니다. 그녀 역시 사람을 죽였다는 죄를 지울 수는 없었다고, 그러므로 처음부터 우리가 올바른 삶을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오늘을 새로운 마음으로 맑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소녀시절의 니키타에게 있었다면 이러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누군가의 행복을 빼앗았다면 그 대가는 언젠가 치르게 된다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영화 니키타를 보고 며칠간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토록 자신을 아껴주는 연인도 있고, 비밀요원 밥 도 있었으나 왜 사라져야만 했는가, 그녀는 이제 대가가 무엇인지 혹독하게 배운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날테니, 이제 그만 나를 놓아주세요 라는 것. 다시 말해, 이제부터는 킬러로 살고 싶지 않아요 입니다. 저도 니키타를 그리워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삶은 오늘 이 순간부터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삶이 너무 힘들고 지친다면 때로는 어제와 결별하는 다른 선택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 2017. 01. 2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