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더 킹 (The King, 2016) 리뷰

시북(허지수) 2017. 2. 4. 03:35

 

 지난 1월에 영화관에서 관람했던 영화 더 킹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리뷰 계속 미루다보니 벌써 2월이 되고 말았네요. 영화 자체는 상당히 자극적이고 강렬했습니다. 정치 이야기 이고, 범죄 이야기 라서 보기에 마냥 편한 작품도 아니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장면들이 컷으로 들어가 있었는데, 그 중에는 그리운 분도 계시고요. 하하. 영화는 마치 줄타기를 잘 해서 권력 서열 상승을 해야 펜트하우스에서 성공하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극의 재미는 있지만 그 점이 저로써는 다소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예컨대 서울대 나와 검사 하고, 부장까지 하고 그래야만 꼭 왕되는 인생인 건 전혀 아니니까요 :) 저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모여서 얼마든지 세상에 멋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쪽이거든요. 조금 느리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을 깊이 해서, 투표 잘 함으로써 세상은 얼마든지 뒤집어 지는거니까요. 영화는 매우 친절하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써먹는 수법을 알려줍니다. 이기는 방법을 서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불리할 때는 기사를 팡 하고 터뜨려서 역전극을 만들어 버려, 우리가 질 수 없는 게임을 하는거야! 그래서 극중 한강식 검사가 잘 안 되기를 열심히 눈여겨 보았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영화 초반 등장인물들은 차 안에서 하회탈 이야기를 농담으로 던집니다. 그 지역에 삼베가 유명한데 이것이 대마로 만든다는 거에요. 그래서 하회탈이 다 웃고 있는 모습이, 사실 대마로 인한 웃음, 일종의 마약적 유희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사람들이 다들 어디에 취해 있기 때문에 진실을 제대로 못 보고 웃으면서 속고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탈을 벗고 제대로 된 사람을 가려내고 찍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가면 속에 있는 사람이 악당일 수 있으니까요. 정치는 그래서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잘못 찍으면 몇 년씩 고생하니까 말이에요.

 

 루소가 경고했듯이 투표할 때만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라면 그것은 참 비극적입니다. 게다가 오늘날은 정치가 위기인 시대라고 합니다. 미국마저도 한 때 분열을 부추겼던 트럼프 같은 사람이 뽑히는 것을 본다면,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서 아무나 라도 상관없다 내 자리만 지켜달라고 말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세계 어느 곳이나 절박한 세상이 되었나 봅니다. AI 기계가 심지어 버스도 운행한다는데 아휴... 인공지능의 시대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닐테지요. 나부터 나부터를 외치는 세상!

 

 여기까지가 대강 리뷰 서론쯤 되겠고, 더 킹에서 인상적인 것은 태수가 서울대 - 검사 라는 그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도 정의 대신에 불의에 발을 담구는 유혹에 덜컥 넘어가는 컷입니다. 성폭행 사건을 눈감고 대신에 더욱 화려한 세상의 1%, 즉 유명한 한강식 검사 라인을 타는 것이지요. 유명한 옛말이 있습니다. 돈과 권력을 다 가지려고 하면 망한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태수는 이제 화려한 세계라는 유혹 앞에 자신이 정의롭고 올바르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을 걷어차는 것입니다. 성폭행범과 화해하려는 씬은 정말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장면입니다.

 

 물론 두일이라는 친구가 나와서 나쁜놈을 대신해서 처벌해 버리기는 하네요. 이제 더러운 손은 자신이 대신 처리 해준다는 두일. 그래서 두일과 태수는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점점 높은 곳으로 갈 때는 태수가, 악역은 두일이 맡기로 해서 두 사람은 승승장구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도로 통제가 되어 쌩쌩 달리는 도로 위에서는 정말이지 금세 왕이 될 것처럼 소리치고 환호합니다. 이렇게 이 젊은 친구들은 세상을 가지게 된 것인걸까요?

 

 그러나 비정함이 계속해서 드러납니다. 검사 강식은 두일 같은 개는 잘 관리해야 한다며 태수에게 조언합니다. 쓰다가 버려야 한다는 것으로 읽을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착한 마음이 남아 있었던지 태수는 두일에게 독하게 대하지 못하지요. 태수와 두일은 남자끼리의 진한 우정으로 얽혀 있는 사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두 사람이 누가 더 싸움을 잘하느냐면서 옥신각신 거리는 장면은 그래도 참 밝은 베스트 컷 중에 하나였으니까요.

 

 태수가 삶의 위기에 처하자, 두일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태수를 구해주고 자신은 사라지는 인생을 선택합니다. 좋은 친구를 둔 것은 태수 쪽이었고, 정말로 나쁜 영역을 살아가고 있던 것은 강식임이 밝혀집니다. 강식에게는 조폭도 친구, 안 되면 무당에게 찾아가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개 취급하고, 이거이거 스펙만 높은 바보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다만 그가 했던 말 하나는 참 뼈아픈 진실이 있습니다. 정치라는 것은 복수가 담겨 있다는 것. 현대사가 몇 번이나 그래왔으니까요. 우리도 이제 줄타기 정치 말고, 복수 대신에 나라가 성장하고 안정되는 정치가 새롭게 그려지면 정말정말 좋겠네요.

 

 마치며 - 태수는 정치인으로 변신하며, 검사 내부의 비리를 폭로하며 강식과 정면승부를 선택했고, 마침내 강식을 감옥으로 밀어넣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사실 99% 의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말로 왕이고, 주인공이었다고 감독의(?) 숨은 메시지를 꼭꼭 당부로 전하지요. 꼭 펜트하우스 꼭대기에서 화려하게 놀아야 부장검사가 되는 것은 아니란 말씀. 당연한 이야기지만, 열심히 자신의 일을 묵묵하게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세계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보석같은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투표는 잊지 말고 꼭 합시다! / 2017. 02.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