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히말라야 (The Himalayas, 2015) 리뷰

시북(허지수) 2017. 2. 16. 03:32

 

 세월 참 금방이구나 싶었습니다. 1년이 훌쩍 지나갔고, 영화 히말라야를 벌써 TV에서 해주다니... 절친 녀석에게 대뜸 물었습니다. 그래 히말라야 재밌더냐? 친구는 주저 없이 일단 권하고 봅니다. 자기는 재밌게 봤으니, 너도 재밌을꺼야 라는 겁니다. 감동 영화, 혹은 신파 영화 라는 평이 붙어 있지만은... 일단 감상하기로 결정! 집중도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억나는 대목들을 떠올려볼께요.

 

 음식을 만들고 있는 엄홍길 대장, 사람들이 저마다 와서 맛을 의심합니다. 이거 먹을 수 있는걸까? 그러자 비장의 무기 필살 라면스프를 요리에 탈탈 섞어넣는 우리 대장님... 아 이거 반칙이군요. 덕분에 훈훈하게 산악 식구들이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네요. 그런데 이렇게 평화로운 날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해발 8천미터가 넘어가는 지역, 데스존이라고 불리는 죽음의 영역이 펼쳐져 있는 고산지대. 사람이 죽어간다며 구조신호가 급히 들려오고, 그 소식에 엄 대장과 일행들은 한국 회사와의 중요한 인터뷰도 마다한 채, 산 속으로 뛰어들어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어린 친구들 박무택 일행, 이렇게 박무택군과 엄홍길 대장과의 소중한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엄홍길은 간신히 박무택 친구를 구해낼 수 있었는데, 박군이 깨어나자 마자 호통을 칩니다. 너희들 앞으로 다시는 산에 올라올 생각을 하지마!

 

 영화를 보면서 엄홍길 대장 특유의 판단력과 냉정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따뜻한 사람이었으나, 한편으로는 가정에 소홀한 사람이었고, 생과 사를 넘나드는 순간에는 돌아설 줄도 아는 모습이 대단히 놀라웠습니다. 탱크처럼 앞으로만 간다고는 하는데, 뒤로도 갈 줄 아는 전천 후 탱크? 아무튼 베테랑 산악인의 능숙함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세상이 참 좁았던지 박무택 대원과는 다시 인연이 닿게 되었고, 어느새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동료가 되었습니다. 형과 동생처럼 서로 약속도 해가면서 높은 고산들을 하나씩 올라서며 태극기를 휘날리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동안의 고생이 많았기 때문일까요. 엄 대장의 다리는 이제 한 쪽을 제대로 쓰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진통제 주사 장면도 번번이 등장하고요. 대장님은 결국 결단합니다. 이제 산행을 접자, 다음 세대에게 맡기자.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이다. 그리고 책을 내고, 싸인회 장면으로 나아가지요. 이제 영화의 하이라이트. 뉴스 속보가 뜹니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던 차세대 대장 박무택군이 사망했다는 비보가 들려옵니다. 저는 여기서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삶이란 대체 무엇일까. 저 산에는 사실 아무 것도 없다고 하는데. 결국 사람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향해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아, 박무택군. 사랑했던 동생의 죽음이 담긴 사진 한 장. 그리고 엄 대장은 결심을 합니다. 그래 내가 가서 시신이라도 찾아오겠다고 말이에요. 그렇게 새로운 원정팀이 꾸려집니다. 이들은 엄 대장의 설득 앞에서 마음을 다잡아서 험한 길을 함께 하는데 그 과정도 참 훌륭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끼리 통하는 것일까요. 이리하여 사상 초유의 도전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결론은 매우 현실적이었습니다. 엄 대장 일행은 박무택님의 시신을 찾는데 성공했지만, 너무나 무거웠고, 운반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판단이 들자, 박무택님 아내의 바람에 따라, 따뜻한 볕이 드는 산에 다시 두고 내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엄 대장의 어려운 결정으로 시작했지만, 정작 아무 것도 해내지 못했기에 이 프로젝트는 실패였을까요? 물론, 아니겠지요. 분명 도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도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래서 엄홍길 대장은 훗날 16좌 완등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기는 산악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마음에 담고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약속, 사람과의 관계, 이런 것들이 정말 중요함을 저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네요.

 

 그렇게 우리는 꿈을 꾸는 만큼 걸어갈 수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특별한 사람들과의 귀중한 약속을 해나가는 만큼,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며, 마음에 마치 소명처럼 소중하게 담아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겠지요. 좀 더 힘을 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매일 한 걸음씩 걸어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의 힘으로 온전히 힘내어 살아갈 때, 자신의 귀중한 삶과 시간을 아끼며, 있어야 할 곳을 향해 다가가 비로소 닿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영화 히말라야 이야기 였습니다. / 2017. 02. 16.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