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2015) 리뷰

시북(허지수) 2017. 4. 2. 23:02

 

 핵전쟁으로 지구가 사막덩어리가 되었고, 아름다운 초록과 푸르름이 좀처럼 보이지가 않습니다. 희소한 자원이 되어버린, 물과 기름은 이것을 차지하는 자가 권력이 되었고,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부당한 독재권력에 적응해 가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캐치 프레이즈(?)가 제법 마음에 드는데, 미친놈에 의해 세상이 다르게 움직여져 간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아, 제가 미친놈 옹호자는 아니고요. (웃음) 이를테면 매드맥스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 생각의 탁월한 전환, 불가능에 대한 용기 있는 도전,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기. 영화는 이와 같이 멋진 관점들이 액션 도처에 깊숙히 들어가 있습니다.

 

 독재자 임모탄은 사람들에게 가끔씩 물을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진 않겠지만, 아마도 꼭 살아남을 만큼만 주겠죠?) 사용하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을 신격화 해나갑니다. 이 곳의 사람들을 어릴 적부터 세뇌시켜 나갑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임모탄에게 잘 보이고, 충성을 다 바치며, 죽음까지도 겁내지 않는 친위부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작의 주인공 맥스는 등장한 지, 얼마 안 되어 이들 임모탄 부대에게 노예로 납치되어 끌려왔습니다. 이 영화는 쉬지 않고 달린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시작부터 클라이막스인 듯, 맥스는 멋지게 도주를 시도하는데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적들의 숫자에서 압도 당하며, 맥스는 양질의 피 제공자로 낙인 찍히고 말았습니다. 눅스라는 녀석의 피 제공자로 함께 사막을 달리게 되었지요. 이 틀에 박힌 독재적 권력구조를 바꾸고 싶어하던 멋지고 대담한 여자 사령관이 있었으니, 바로 퓨리오사 입니다. 말수가 별로 없다보니 대사를 통한 구체적 생각까지는 읽어낼 수 없지만, 이 곳에서는 임모탄이 여자를 아이 낳는 도구로 취급하고, 모유 짜는 기계로 다루는 행위에 대한 불쾌함과 반발심이 있지 않았겠어요? 특히 자신이 어릴 적에 자랐던 아름다운 초록의 땅에 대한 열망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어서, 기회가 닿는 대로 도주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가자, 생명의 땅으로!

 

 전투차량을 운전하게 되자, 임모탈의 여인 여럿을 함께 데리고, 명령 위반을 보여줍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입니다. 높은 곳 저 멀리서 망원경으로 관찰하던 임모탈 일행은, 대규모의 친위부대를 이끌고 추격전을 펼칩니다. 사막에서 펼쳐지는 숨막히고 손에 땀나는 연속적인 자동차 전투씬들은 화려하고 장렬합니다. 배신자가 나타나자, 이웃 지역에서도 호기롭게 달려듭니다. 전투차량에는 대량의 기름 등 자원이 가득했거든요.

 

 싸움은 난투전입니다. 길다란 봉으로 넓게 움직여 가면서 화염 무기를 던지기도 하고, 당황스럽지만 임모탄 친위부대에는 북과 기타로 흥을 돋구기까지 합니다. 임모탈은 여자와 아기 말고야, 그다지 재미도 없는(?) 독재생활에 자꾸만 반기를 드는 퓨리오사를 어쩌면 만만하게 보고, 우스워 했을지도 모릅니다. 나중에는 뭐, 정말로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사령관 퓨리오사를 없애버리라고 적극적으로 명령하지만요.

 

 운 좋게도, 이번 도주 계획은 사막의 모래 폭풍을 만나면서 대성공을 거둡니다. 임모탈 부대를 다 따돌리거든요. 맥스는 퓨리오사와 합류하게 되어서 운전도 하고, 총도 쏘면서, 계속 생명의 땅을 향해 가기로 합니다. 도중에 따라붙는 적들을 향해 퓨리오사가 정확히 저격하는 씬이 있는데, 그녀의 카리스마가 장난 아닙니다. 한편, 집요한 적의 추격으로 인해, 임모탈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던 스플렌디드양이 아이와 함께 동반 사망하는 비극도 일어납니다. 이 때, 냉정하게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계속 가야 함을 주장하는 맥스와 퓨리오사가 참 강인한 인상을 줍니다.

 

 맥스, 퓨리오사, 그리고 정신을 제법 차린 눅스에, 새로운 여성들의 합류, 이러한 관계의 합이야말로, 이 황량하고 잃어버린 세계에서 희망을 싹틔울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나이든 여성들은 젊은 이들에게 씨앗을 보여주며, 아직까지도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선명히 보여줍니다.

 

 그런데 영화는 후반부에, 퓨리오사의 말없는 절규를 느리게 포착해 냅니다. 정작 고향 생명의 땅까지 왔는데, 이 곳 역시 이미 오염되고 황량한 사막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다시 기약도 없는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가다보면 새로운 생명의 땅이 나오겠지 라는 희망고문에 가능성을 걸려 합니다. 그리고 이 장면을 가로 막아버리는 맥스의 대담한 결단. 이미 물이 있고, 기름이 있는 곳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임모탄이 있던 그 곳으로 먼저 귀환해서 우리가 새로운 지도자가 되자는 것입니다.

 

 자, 두 갈래 길입니다. 첫째, 확실히 보아서 가능한 - 이미 알고 있는 길, 그리고 둘째, 아마도 있을 꺼라 희망 고문이 담긴 - 해보지 않아 모르는 길. 흔히들 삶의 근사한 낭만이나 비전은, 모르는 길을 향해서 나아갈 때라고 여기기 쉬운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때로는 영화의 이 날카로운 대목처럼, 냉정하게 현실을 살피며,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바로 자기 발 밑에 훌륭한 가능성이 얼마든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 지금이라는 시간은 그래서 귀중하고 특별한 것입니다. 선택하고, 검토하고, 결단할 수 있기에. 자 다시 한 번 더, 용기 내자, 물이 있는 그 곳으로!

 

 어차피 각오했던 바, 최후의 굉장한 전투는 이판사판이 되었습니다. 임모탄 친위대와의 대혈투가 펼쳐지는데, 주인공쪽 진영에서도 목숨을 잃는 이들이 나오고 희생이 큽니다. 심지어 퓨리오사는 죽음의 위기까지 맞이합니다. 그래도 맥스의 혈액형이 O형인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마침내 독재 권력을 폐하고, 물이 흐르는 새 땅의 지도자로 올라서는 퓨리오사, 맥스는 그녀를 뒤로 하고, 자유의 몸이 된다는 이야기로 마치게 되네요. 끝까지 사람을 구해내려는 멋진 (전직) 경찰관 맥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 2017. 04.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