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마음의 사생활 리뷰

시북(허지수) 2017. 5. 3. 04:01

 

 도서관에서 방황(?)하다가 뜻밖에 좋은 책을 만나면 고맙고 즐겁고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이 책 마음의 사생활을 접하게 되자, 망설임 없이 금세 다 읽어내려가고, 공감하고, 도움을 받습니다. 시작부터 거침없이 공감한 대목들을 힘껏 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 완벽의 환상에서 벗어나라는 대목은 제게 위로를 주었습니다. "완벽주의자가 되겠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미워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완벽해지겠다는 것은 삶을 즐기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p.162)"

 

 그러므로 선택은 명료해집니다. 완전한 삶이 아닌, 평범해도 편하게 노력하는 삶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 소소한 블로그 생활에 거대한 용기가 됩니다. (이제는 10년차에 달하기 때문에) 오래된 블로그가 때로는 볼품 없게 느껴져도 즐겁게 계속 써나간다면, 때로는 아픈 비판을 받더라도 그냥 그것도 쓰기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인다면, 꾸준한 노력의 동력이 꺼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완전하지 않은 인생도 품고 가는 것이 진짜 삶이라는 이야기에 저는 가슴 뭉클했습니다.

 

 저자 : 김병수 / 출판사 : 인물과사상사

 출간 : 2016년 01월 29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336쪽

 

 

 역사는 마니아가 만든다는 관점은, (어머님이 1형 조울병인 관계로) 정신의학에 관심이 많은 제게 놀라운 통찰을 전해주었습니다. 정신장애가 있더라도, 이것을 창조적으로 이겨낸 사람들에 의해서 미국이 세워졌다는 주장은 매우 독특하면서도, (조울병에 관한 책들을 읽어왔던 덕분에) 약간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 되어 보이는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열정으로 굳건히 무장하고, 때로는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면서, 자신의 계획 속으로 치열하게 파고 들어가는 정치가, 예술가 들의 세계가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의문점이 또한 좋았습니다.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그들의 창조성에는 이점이 되지 않았을까?(p.175)" 기분이 불안정하고, 때로는 조증삽화로 몹시 흥분되고, 사고의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다는, 간단히 말해 일상적 생활이 망가질 수 있는 안타까운 약점은, 누군가에게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을 작곡하는 등) 창조성이 증가하는 기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다만 주의할 것은 조울병(양극성 장애)은 심할 경우 자살가능성도 있는 질환이므로, 오늘날에는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는 편이 좋겠습니다.

 

 심플한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다중인격자가 돼라는 챕터는 깊이 있게 생각할 꺼리가 있어서 함께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심플의 이점, 장자의 말이 멋있습니다. "너무 많이 가지면 자기를 잃어버리지만, 적게 가지면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말이 쉽죠, 지름신 참아내기란 진짜 너무 많이 힘이 듭니다. 솔직히, 저만 해도 콘솔게임 정리하고 끊은지 몇 년이나 지났음에도, 지인이 게임 좀 해보라고 게임기 득템 구매 찬스! 를 꺼낼 때면, 많은 잡념이 복잡하게 머리를 헤치고 지나갑니다. 다행입니다. 저처럼 게임을 좋아하면서도 (사정상) 가까이 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드는 것, 사실은 정상이라고 합니다.

 

 자, 그럼 이제 저자 김병수 선생님의 과감한 주장, 정체성이 복잡할 수록 좋다는 이야기 입니다. 저는 여기에 딱 꽂혀서 큰 공감을 했습니다. 자기 개념이 1개, 2개만 있으면 안 좋다는 거에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죠. 어떤 여성이 다양한 개념을 탑재해서, 좋은 엄마에, 다른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재주, 피아노를 칠 줄 알고, 성당 구역 모임에도 참여하고, 남편보다 산 까지 더 잘 탄다며,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마음 건강을 훌륭히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왜 이 대목이 좋았는가 하니, 저는 어머니가 (조울병으로) 정신 장애 판정을 받자, 삶이 매우 끔찍하게 변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어머님에게 그동안 제대로 효도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10년 가까이 활동했던 동호회 운영위원도 일선에서 거의 물러났고, 가진 콘솔게임기도 죄다 지인들에게 처분하고, 즐거움을 가급적 자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저에게는 적신호 였습니다. 어머님이 아픈 것이 내 잘못만이 아님을 빨리 깨닫고, 자신의 생활을 튼튼히 지키는 것도 중요함을 뒤늦게 알았지요. 그래서 이후에는 책과 영화로 취미활동을 적극적으로 갈아타게 되었습니다. 삶이 불운하게 느껴지지만, 때때로 영화 보고, 여가 시간에 글 쓸 수 있으니, 최악은 아니잖아.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시간을 아끼며 열심히 살아가야지. 라고 위로하게 된 것입니다. 비록 게이머 라는 정체성은 무너졌지만, 영화 리뷰어, 독서가로서의 자존심이 있어서 저는 오늘 이 순간,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삶은 복잡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가 없어졌어도, 다른 내가 살아 숨쉬기에,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움 속에서 감동을 발견하기도 하는 것이며, 끝내는 경이로운 것 같습니다.

 

 행복에 대하여, 저자의 빛나는 명구절을 필사하며 오늘의 리뷰는 이만 마칩니다. 저도, 그리고 이 리뷰를 읽게 될 누군가도, 움직이고, 행동하는 멋진 사람이 되기를 응원하면서 말이에요.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곳을 향해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나는 지금 우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 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행복은 우울하지 않을 때 오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모든 악조건을 뚫고서 찾아오는 법이다.(p.307)" / 2017. 05. 0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