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리뷰

시북(허지수) 2017. 5. 5. 16:19

 

 개성이 강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이 다시 우주에서 활약을 펼쳐나간다는 소식에 기뻤습니다. 개봉하자 마자, 곧 공휴일이고 해서, 신나게 영화관으로 달려갑니다. 처음 시작은 지구에서의 자동차 장면과 끝내주는 음악 한 곡이 들려옵니다. 알고보니, 리더 스타로드의 아버지, 어머니의 사연이었습니다. 스타로드는 혼혈이지요. 아빠는 외계인, 엄마는 지구인. 이번 작품에서는 출생의 비밀이 큰 화두가 될 것을 처음부터 알려주고 있습니다. 괜한 사족을 덧붙이자면, 쿠키 영상이 5개나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영화가 완전히 끝날 때 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십시오!

 

 이제 화면은 아름답고 광활한 우주로 펼쳐집니다. 거대한 우주 괴물 녀석과 한 바탕 싸우고 있는 가오갤팀, 처음부터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레이저를 아무리 쏴대도 괴물의 튼튼한 피부에게는 통하지도 않네요. 급기야 드랙스는 저 녀석을 안쪽 내부에서 공격해야 한다며 일부러 잡아먹히는 황당 전략을 세우고, 가모라가 정확한 칼질을 도와줌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나 임무 완료! 아주 고가에 거래되는 희귀 배터리를 입수해 냅니다. 이제 행성으로 가서, 여사제 아이샤를 만나 배터리를 전해주고, 냉큼 보수를 받으면 되는데...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아니, 그런데, 여사제를 만나 보수를 받고, 배터리까지 몰래 챙기는 먹튀를 자행하는 가오갤팀. 너구리 로켓은 그냥 훔쳤다면서 너스레를 떨고 있습니다. 이제 우주선은, 아이샤의 대부대에게 손에 진땀나게 쫓기게 되고, 간신히 적을 따돌리며 조용한 행성에 가까스로 불시착 합니다. 초반부터 조금도 쉴새 없이 달리는군요. 그리고, 황당하게도 나타나는 에고 라는 한 남자. 그는 막장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대사를 던지는데요. "아들아, 내가 니 아비다!"

 

 스타로드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감정이 들 수가 없을 테고, 마음이 심란하기만 합니다. 자신을 버린 것도 열불나지만! 자기는 외계인이라면서, 어머니까지 머나먼 지구에 외로이 두고, 자신만 편하자고 했던 이기적인 아버지를 어떻게 다정하게 대할 수 있을까요. 하필, 지금 선택지가 없다는게 문제였습니다. 우주선이 망가졌거든요. 스타로드와 가모라, 드랙스는 일단 의문의 남자 에고를 따라가 보기로 어렵게 결정했습니다. 로켓과 그루트는 망가진 우주선을 지키고, 덫까지 준비하느라 바쁘군요.

 

 자, 먼 곳에 있던 에고의 행성은 놀라웠습니다. 긴 세월 동안 창조하였다고 하는데, 하늘에는 오로라가 떠 있고, 물방울이 공중에 살짝 맺혀 있는가 하면, 분수대에서는 물고기들이 떼 지어 곡예까지 합니다. 행성 주인이 확실히 창조놀이(?)에 일가견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리하여, 에고는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스타로드에게 이 곳에 남아 함께 둘이서 우주의 지배자(!)가 되어보자고 강하게 유혹합니다. 게다가 스타로드는 정말로 생각을 집중하니 빛나는 공모양을 창조할 수 있었습니다. 신의 영역으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이 때다 싶어 에고는 아들의 이마를 손대면서, 아들을 자신의 하수인으로 만드는데 일시적으로 성공합니다.

 

 자모라까지도 갑자기 비행선 타고 들이닥친, 여동생 네뷸라 때문에 죽을 위기에서 겨우 살아났습니다. 기계화된 네뷸라와의 싸움에서도 지고 말았네요. 가족 중 형제, 자매가 있다면 혹자에 따라 공감할 대목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장남, 장녀들은 관심도 더 받고, 상대적으로 혜택까지 더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부모 마음이야 자녀들에게 평등하게 대우하려고 노력합니다만,) 네뷸라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아버지를 결코 용서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나를 매번 밟아주는 가혹한 언니가 아니라, 나를 힘든 순간 감싸 안아주는 - 싸움에서 넓은 마음으로 양보해주는 언니가 필요했다고 속마음을 드러냅니다.

 

 나중에 냉정한(?) 성격의 자모라가, 동생 네뷸라를 꼬-옥 안아주는 대목은 참 뭉클합니다. 네뷸라를 볼 때면, 저는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모진 성격이 형성되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사람은 상처투성이의 마음인데, 밝게 사랑하며 살아가라고만 도덕적으로 강요한다면 모순적 이야기가 될 수 있을테죠. 가오갤은 쓸데없이 충고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허위적인 세상에서는, 해골 같은 삶이 기다리고 있음을 직시하게 만드는 멋짐이 숨어 있습니다. 때로는 힘이 들어도, 버거워도, 내가 밀어붙이고 싶은 삶을 버티며 살아간다는 것, 그 대목이 참 좋았습니다.

 

 그 정점으로는 이번 작품의 숨은 영웅, 욘두가 있었습니다. 욘두는 우주선 탈환극 부터 시작해서 혼자 올킬 하는 무쌍 활약을 선보이더니, 막판에 가서는, 내가 이렇게라도 한 번쯤은 괜찮은 인생을 살다가 죽겠노라고 결단을 내립니다. 그러므로, 진짜 가족은 자신을 낳아준 사람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소중한 순간들을 보내는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그루트는 힘주어(!) 말합니다. 가오갤 식구들이야 말로, 한 가족과 같다고. 욘두도 이제 그 가족이라고.

 

 사람은 절대로 타인이라는 관계 없이는 즐겁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에고가 그 긴 세월동안 넓고 넓은 우주에서 다른 존재를 애타게 찾아다녔다는 것은 긴 시간을 혼자 살아봐야 쓸데없이 다 헛짓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비록 짧은 시간을 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삶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함께 소소하게 웃고, 식사를 나누며, 감사하면서, 이 순간들을 채워나가면, 그 속에 행복이 깃들어 있다고 믿습니다.

 

 추신. 그루트! 버튼 제대로 눌러줘서 고마워! 덕분에 이길 수 있었거든! 나도 남의 이야기 꼭꼭 잘 들을께! / 2017. 05.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