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블록버스터가 개봉해서 행복합니다. 이번에는 2017년 신작 영화 원더우먼 이야기 입니다. 그녀의 탄생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초반부에는 아무래도 다소 설명하는 구간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원더우먼의 존재감과 활약상은 실로 엄청난데, 인간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아름다운 이상"을 내걸고 돌진하는 모습이 짜릿하고 대단한 느낌을 선물해 줍니다. 그 압도적으로 박력 넘치는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절대로 굴하지 않는 진짜 여성 히어로가 우리에게 나타났다!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의 다이애나 공주는 꼬마 시절부터 "전사의 피"를 타고난 듯 보였습니다. 훈련하는 장면을 열심히 따라하고, 왕성한 체력으로 왕국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전사로 자라나면서 그녀의 힘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더욱 혹독한 훈련도 견뎌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운명은 다가옵니다. 데미스키라 왕국으로 비행기 한 대가 불시착 하고, 남자 조종사 트레버 대위를 구출해 냈기 때문입니다. 바깥 세상은 전혀 평온하지 않았습니다. 1차 세계 대전, 그 참혹한 전쟁 중에 여자와 아이까지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진실 앞에 단호한 결단을 내릴 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낙원 같은 곳에서 공주로 지내기에는 자신의 사명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제가 매우 즐겨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편안한 영역에서 벗어날 때, 진짜 삶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다이애나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목적지를 분명하게 정한 것입니다. 이름 한 번 멋진 갓킬러 라는 검과 튼튼한 방패를 소중히 챙기고, 트레버 대위와 함께 미지의 곳으로 떠나게 됩니다. 배는 무사히 영국에 도착, 복장부터 범상치 않은 이 못말리는 공주 때문에 트레버 대위가 당황하는 것도 초반의 작은 재미 입니다. 다이애나는 적당한 옷을 골라본답시고 200벌이 넘는 옷을 입어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아휴~ 오늘도 어쩐지 입을 옷이 없네!

 

 이제 트레버 대위는 죽을 각오를 하고 동료들을 모아서 전쟁의 한복판으로 진격해 나갑니다. 다이애나는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온몸으로 체감하게 됩니다. 완전히 죽어가는 사람,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사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 그리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사명을 확실히 깨닫게 됩니다. 내가 전쟁의 신 아레스를 없애서, 이 전쟁을 종결시키고, 인류를 타락에서 구하겠다는 순수하고 눈부신 이상을 향해 맹렬하게 뛰어갑니다. 그녀를 순수하다고 해야할지, 순진하다고 해야할지...

 

 총탄이 쏟아지는 전장 속에서 다이애나 공주는 단단히 마음 먹고 돌격을 해나가며 전장의 흐름을 단숨에 뒤바꿔 버립니다. 총알 따위는 팔목으로 다 튕겨내고, 머신건이 불을 뿜어도 방패로 든든히 막아냅니다. 이 때다! 트레버 일행의 용기 있는 전진도 훌륭합니다. 계속되는 전진으로 마침내 마을까지 구해내는 다이애나! 말그대로 원더 우먼의 화려한 탄생 입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고마워 하고, 자신의 이상을 쫓는 삶에 다이애나는 충분히 뿌듯해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트레버 대위와 춤을 추고, 입맞춤을 나누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지요.

 

 이 친구들은 휴식도 없습니다. 다음 날, 독일군에서 파티가 열린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적의 사령관을 향해 계속 앞으로 돌진해 나갑니다. 독일군 루덴도르프 장군은 전쟁이 계속되어야 하며, 그 속에서 인간은 신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헛소리를 해대고 있습니다. 다이애나는 이 녀석이 악의 화신임을 눈치 채고, 마침내 정의의 이름으로(!) 루덴도르프 장군을 무찌르게 됩니다. 이제 전쟁은 끝이며, 전쟁의 신 아레스는 사망한 것일까요?

 

 이 때부터 영화는 액션 영화 12세 관람가에서 적어도, 생각 면에서는 훨씬 더 확장되어 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세계는 결코 이분법으로 쉽게 나눠지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점. 다시 말해, 전쟁이 일어난 것을 아레스 탓, 루덴도르프 탓으로 돌리고 싶지만, 이들이 제거되어도, 인간들은 악하고 나약한 모습이 있어서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는 것을 멈출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 트레버는 자신의 귀중한 목숨을 걸고, 우선 독가스 장치부터 모두 없앰으로써, 자신이 조금이나마 세상을 선하게 바꾸는데 마음과 행동을 다하고 있습니다.

 

 트레버의 마지막 이야기, 우리에게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굉장히 영감 넘치는 대사였습니다. 좋은 사람들에게 나쁜 세계가 있어서 시간이 갈기갈기 찢기고 빼앗기고 있다면, 그런 전쟁 같은 세상은 변화되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애정의 출발 역시도 식사를 함께 하고, 시간을 같이 보냄에서 출발하는 것일테죠. 그 점에서 본다면 원더우먼은 한편으로는 슬픈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호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멘탈이 완전히 흔들렸던 다이애나 공주는 인간은 선한 모습도 분명하게 있다며, 자신의 온힘을 다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거대한 악의 신을 향해 승부를 겁니다. 갓킬러는 사실 검에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갓킬러 그 자체 였던 것입니다. 전쟁은 많은 희생 위에 마침내 종결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추억이 담긴 흑백 사진입니다. 마을을 구하던 시절의 사진, 그리고 트레버 대위가 비행기와 함께 찍은 사진이 유산으로 남아 있네요.

 

 그래요. 어쩌면, 세상은 그렇게 이상한 곳일지 모릅니다. 독가스를 개발했던 악당을 굳이 다이애나는 살려줍니다. 트레버는 그 선의가 무척이나 아깝고 슬프게도 다른 세상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세계가 흘러가는 비밀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나쁜 인간은 무시하렴, 나쁜 삶에 동조되지 말고, 자신의 신념을 좇아 살아가렴. 원더 우먼의 다음 활약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 2017. 06. 06. 리뷰어 시북

 

by 시북 2017.06.0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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