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사막에서 연어낚시 (Salmon Fishing In The Yemen, 2011) 리뷰

시북(허지수) 2017. 6. 14. 04:12

 

 말이 안 되는 일이 마음을 사로 잡을 때가 있습니다. 영화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제목 그대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미담을 담은 영화입니다. 베스트셀러 원작을 하고 있어서,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재밌습니다. 어느 아마존 리뷰어는 수년 동안 본 영화 중에, 손가락에 꼽힐 만큼 마음에 남는 좋은 작품이었다고 극찬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 역시 다 보고 나서 개운한 기분이 들어서 무척 신기했습니다. 사막을 초록으로 뒤덮는다는 무모한 도전에 나선 "멋진 사람들의 연대"가 훌륭했습니다.

 

 중동의 오일왕자는 천문학적인 돈을 가지고 있지만, 이 돈을 남들과 다르게 쓰고 싶어합니다. 취미는 낚시! 그래서 자신이 살고 있는 예멘 땅에서 연어낚시를 하고자 하는 "비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 비전이 현실적으로 검토 되기 위해서, 영국 해양수산부의 어류학자 존스 박사에게 연락이 닿은 것입니다. 영화는 한통의 환상을 담은 이메일에서 출발합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꿈이란 참 놀라운 것 같아요. 저는 은사님에게 들은 암시를 지금까지 기억합니다. "사람이 어떤 결심을 마음에 품게 된다면, 그것을 이룰 가능성, 힘 역시 이미 가지고 있는 것!" 이제 영화 이야기로 출발합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존스 박사는 사막에서 낚시 하자는 이 황당 프로젝트에 단호하게 아니오 라고 회신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참 알 수 없게 흘러가는 법인터라, 영국 총리실에서 이 건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중동지역과 영국이 앞으로 잘 지내기 위해서 뭔가 (정치적으로) 좋은 건수가 필요했던 게지요. 상사가 시키니까, 해수부 공무원 존스 박사는 거절하기가 힘듭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사표쓰고 싶지만, 은행 대출금 갚아야 하고, 차 할부금에... 이런!

 

 그래서 미모의 투자 컨설던트 해리엇 양을 만나서 일단 이야기 해보기로 결정합니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서론부가 되겠네요. 존스 박사는 전문가답게 화이트보드에 매우 간단히 설명하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5000만 파운드, 우리돈으로 한 700억쯤 최소 있으면 해볼만 하다는 거예요. 아, 중동 왕자님 돈이 얼마나 많으시면! 그런데 극중의 아랍 왕자는 대단히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왕자님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질투하고,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또 두려워 하는 현실에 대해서 안타까워 합니다. 그래서 낚시가 좋다고 해요. 낚시에는 국적이 필요없고, 인종이 필요없으며, 함께 인내하며, 겸손해 질 수 있다고 낚시인의 마음가짐을 표현합니다. 아, 저는 오해했습니다. 심심풀이 프로젝트가 결코 아니었네요. 700억으로 작은 기적을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려는 성품이 굉장합니다.

 

 감동한 존스 박사는 영국에서 연어를 구하려고 노력하지만, 막강한 반대에 부딪힙니다. 일만 마리나 되는 연어가 포획되어 중동으로 간다는데, 많은 영국 낚시인들이 대규모로 항의하네요. 낚시인은 200만명이나 된다고 하니, 총리실의 태도가 정말 블랙 유머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낚시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서, 200만표의 지지를 얻어보자는 것. 따라서, 양식된 연어를 쓰자고 왕자님을 회유해 보는데, 아랍 왕자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NO!

 

 이 작품은 물흐르듯이 쉽게만 전개되지 않는 "극복의 훌륭함"이 담겨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길이 막히면, 또 다른 길을 찾고, 마음의 벽에 부딪히면, 그 벽이 열릴 때 까지 두드려 보는, 끈기 있는 태도가 참 인상적이고, 좋았습니다. 존스 박사의 명대사가 실현되는 모습은 눈부신 압권입니다. "저는 양식 연어도 본능이 있어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멋진 교훈이네요. 양식 연어조차 이렇게 아름다운데, 우리네 사람 역시 자신이 있어야 할 곳, 꿈꾸는 곳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폴짝폴짝 뛰어갈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아랍 왕자는 몇 번의 살해 위협을 받았음에도, 복수를 쉽게 선택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멈출 줄 모르는 용기 있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입니다. 존스 박사는 집을 떠나, 예멘을 두 번째 직장으로 선택합니다. 연금까지 탈 수 있는,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선망의 직장 대신에, 자신이 좋아하며 - 세상을 바꿔가는 일을 선택하는 모습은 마지막까지 영화를 눈부시게 만듭니다. 해리엇 양도 이 모습에 반하게 되었지 않나 싶어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만 깊어진다면, 잠시 생각을 멈춰도 좋겠지요. 이 영화에 따르면, 때가 되면 선택을 위한 영감이 찾아오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므로 살아가기란, 때로는 버겁고, 때로는 버티는 것이라도 힘내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날은 반드시 있다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발견되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습니다. / 2017. 06. 1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