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작가님의 팬으로, 역시 놓칠 수 없는 산문집! 스페인 야간비행 입니다. 글의 전개 방식이 독특해서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잠깐씩 책을 놓았다가 생각에 잠기게 해주는 대목이 좋습니다. 덕분에 아껴가면서 읽었습니다. 이런 대목은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사람은 반드시 해야하는 것과 반드시 되어야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다는 말이라고해.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는 해야만 하는 것을 거부하는 일.(p.37)" 그렇다면 사람은 되어야 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가는 것이 아닐까요. 가고자 하는 곳, 이르고자 하는 곳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순진하기 짝이 없는 질문은 인생에서 뜻밖에 참 유효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원하는가요?"

 

 독서가 저자의 빛나는 구절들은 계속됩니다. 비트겐슈타인의 표현이 등장합니다. "당신이 어떻게 찾는지를 말해보아라. 그러면 당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말해주겠다.(p.59)" 그러므로, 시간 안에 주어진 정답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죽음을 향해가는 우리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과정을 헤쳐나가고 있느냐가 내 인생을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 내게 어쩐지 의미 있는 일, 혹은 가끔 보람 있는 일을 찾게 된다면 그것이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 : 정혜윤 / 출판사 : 북노마드

 출간 : 2015년 07월 31일 / 가격 : 13,800원 / 페이지 : 304쪽

 

 

 "인생의 매 시기가 성공이라는 정점을 향해서 직선으로 달려간다는 실용주의적 시각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비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도 인간의 매 시기도 각각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매 시기가 각각의 중요성을 가진다 해도 혹시 그 안에는 인생의 방향을 바꿀 만한 결정적 순간이란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p.72)" 이 질문은 무척 다정하게 들립니다. 비록 사회는 냉정하여 성취해야만 인정받는 사회이지만, 인생은 꼭 성취라는 외부적 잣대에 비교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취가 당장에는 없다 하더라도, 자신이 꿈꿔봤던 길을 향해 살아본다면, 거기에는 삶의 "결정적 순간"이 깃들어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더 예민해져야 할 거야. 자기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기꺼이 겪어낼 것을 기대하게 돼. 복잡하고 애매하지만 '아니오'인 것만이 확실할 뿐이야. (중략) 한번 잘못 살아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고 스스로 고통 속으로 들어가고,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하고, 스스로 골치아픈 말썽꾸러기가 되고, 스스로 책임지고 스스로 미래를 좀더 열고 불가능한 꿈이라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별에 닿을 수 없어도 별을 향해 손을 뻗고, 자기만의 고유한 죽음을 꿈꾸듯 고유한 삶을 만들어가고, 고통과 희망의 연금술사가 되고, 미래를 위한 시가 되고, 모든 일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되어가고. 인생의 어떤 시기는 확실히 다른 시기보다 중요할 수 있어. 사라마구는 아니요 라고 말하는 그 때를 그 출발로 생각했어.(p.83)"

 

 아니오에 대한 고찰로 볼 수 있는 이 대목은 너무 좋았습니다. 동호회에 소개도 했을 정도입니다. 저는 잘못 살아봤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 때를 용기 내어 회상할 때면, 괴로움이 몰려옵니다. 잘못된 선택들, 용기 없는 나날들, 이도저도 아닌 시간이 길었습니다. 저 역시 지난 날에 대한 "아니오"에 의지해 오늘을 살아낼 힘을 얻습니다. 비록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쉽게 안주하지 않고, 저 멀리 나아갈 위로를 얻습니다.

 

 예컨대 조지 오웰은 인생의 휴지 기간을 거쳐서 놀라운 답을 가지게 됩니다. "나는 내가 어디 서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전체주의와 싸우고 불의에 눈을 감지 않는 것과 관련을 가지게 됩니다. 즉, 조지 오웰은 내가 어디 서 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마술 같은 시간 속에서 다시 살 수 있게 된다는 것!(p.116)" 저는 이와 같이 정혜윤 작가님이 언급하는, 삶을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매력적이고 강한 끌림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갈 길을 알지 못해서, 힘들어 하고, 어리석은 결정을 하다가도, 그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내가 있을 곳에 대하여 각성하여,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모습은 참 근사하지 않나 생각하니까요.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꿈꾸어야 한다.(p.132) 사랑에 의지해서 날아가며 말이에요!" 날개가 무거워진다 할지라도 한쪽 눈으로라도, 한쪽 날개의 힘이라도, 우리는 꿈꾸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좋습니다. 좋지 못한 일에 좌절하지 말고,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을 믿으며, 여전히 현실을 꿈의 세계로 바꾸어가며 살고 싶습니다. / 2017. 06. 21. 리뷰어 시북

 

by 시북 2017.06.2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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