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유스 (Youth, 2015) 리뷰

시북(허지수) 2017. 7. 25. 02:51

 

 영화 유스는 유럽 작품이고, 느린 호흡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사가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고 아주 높은 평점을 주었던 평론가분도 계십니다. 저는 습관처럼 아마존 리뷰를 살펴보는데, 노년의 삶에 대하여 우리가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노년의 삶에 대해서는 저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무겁고 어두운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들이를 나온 노부부는 지하철 역에서 급하게 용무를 해결하는데, 오래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매우 힘들어 해서 배우자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힘겹게 일어서는 장면이 머릿 속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제 70줄에 다가가고 계신 부모님은 치아가 말썽이고, 어머니는 양극성 장애를 앓으시고, 노년의 삶은 과연 좋은 것이 있는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한 리뷰어는 영화에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인생! 80세를 지나더라도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가르쳐 준다는 것!" 그러고보니 며칠 전, 90대가 된 여의사 선생님이 여전히 자신의 직업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아픈 사람들을 힘써 진료한다는 것을 기사로 보았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발견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은퇴를 선언한 세계적인 지휘자 프레드. 그는 노년의 삶을 소소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산책을 하고, 마사지를 받고, 건강체크를 합니다. 매력적인 제안이 찾아옵니다. 그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심플 송을 연주해달라고 영국 여왕이 특별 요청을 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프레드는 제안을 거절하고, 또 거절합니다. 간곡하게 부탁하는 왕실관계자가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사연은 나중에야 밝혀집니다. 사랑하고 있을 때, 만든 곡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사랑하는 아내가 곁에 없기 때문에, 심플 송은 연주될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프레드의 친구인 영화감독 믹도 지금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한 때는, 스타들을 발굴해 내고 멋진 작품들을 찍어왔지만, 노년기에 찍은 작품이 3개 연속 미끄러지면서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믹은 또 도전을 합니다. 이번 작품이야 말로 빛나는 내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노력할 수 있는 "과정" 그 자체를 찬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휘자 프레드는 딸 레나와의 관계가 화목하지 못했습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늘 음악만 신경쓰고 살아왔지 않느냐고 면박을 받습니다. 그리고 딸 레나는 이혼이라는 큰 사건을 겪게 되지요. 프레드는 마지막까지 레나양을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로 살아가려 합니다. 잠든 척 하는 딸에게 다가가, 처음으로 쓰담쓰담을 해주네요. 그래요. 삶은 행복한 순간만 있는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저는 오늘도 책을 열심히 읽어내려가다가 베토벤의 좌우명을 발견합니다. "고난을 헤치고 환희로". 우리는 너무 쉽고 빠르게 기쁨만을 추구하는 태도를 오히려 경계해야 합니다. 삶은 힘든 순간을 버텨야 하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영화 유스는 그 점을 잘 보여줍니다.

 

 이제 병들어서 함께 하지 못하는 아내를 찾아가는 프레드. 그리고 음악가 부부가 함께 잠들어 있는 묘지를 산책하는 프레드. 이 대사 없는 장면들은 "노년의 결단"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우리도 함께 잠들게 되겠지요. 그리고, 이제 당신을 위해 만들었던 아름다운 심플 송을, 다른 사람과 공연하게 되었으니 그 점을 이해해달라고. 그렇게 프레드는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 영국 여왕 앞에서 특별 공연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영화의 엔딩이 올라갑니다.

 

 마지막으로 조연들 이야기. 젊은 배우 지니에 대해서 언급해야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단 하나의 이미지로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 틀에 맞춰서 살아가기를 거부하고, 지니는 연기 변신을 꾀합니다. 나치의 히틀러 역을 맡는 거지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삶. 한 번 뿐인 삶에서, 고심 끝에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은 일품입니다. 오래도록 수행을 한 승려가, 마침내 공중부양에 성공하는 놀라운 장면은 무엇을 알려주는 것일까요. 삶은 경지에 이를 때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비웃음에도 지지 않아야 합니다.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영화 유스에 대한 소소한 리뷰였습니다. / 2017. 07. 2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