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님의 도움으로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을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정말 70년대 작품이 맞는지, 참 즐거웠으며, 99분이 훌쩍 지나고 말았습니다. 알기 쉽게 권선징악이 분명한 이야기 구조, 또한 주인공 루팡의 행복한 도둑 인생관이 마음에 쏙 남게 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루팡은 자신이 도둑임을 애써 갈등하지 않습니다. 단지 오늘은 어떤 모험을 해볼까를 고민합니다. 하루를 즐겁게 맞이하다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맹렬하게 질주합니다. 그 유쾌함이 영화를 신나게 해줍니다.

 

 어쩌면 어리석게도 나는 쓸데없는 고민들 속에서 이것도, 저것도 선택하지 못하면서 살았던 게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루팡은 운명적으로 웨딩드레스 차림의 여인을 구해보려 하는데, 이로써 복잡한 사건에 휘말려 들어갑니다. 1도 망설이지 않고, 여인 편에 서는 루팡! 그러나 순백의 여인은 거대한 칼리오스트로 성으로 잡혀 들어가고, 이제 루팡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큰 위험을 감수하는데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성 내부는 복잡하고, 적들은 참 나쁩니다. 성의 주인이 되는 백작은 여인을 납치해서 결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여인의 반지를 빼앗아서, 자신의 반지와 합친 후, 수백 년 동안 숨겨진 보물을 차지하려는 거에요. 이미 백작은 높은 명예와 풍요로운 재물을 누리고 있습니다만... 정말이지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군요. 가져도, 누려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백작 같은 사람인데요. 그에 비한다면 루팡은 아무 가진 것 없이 재밌고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참 신비하게 대비되고 있습니다.

 

 성에 감금되어 버린 공주님은 의욕을 잃어버리고, 루팡을 좀처럼 믿지 못합니다. 자신의 탈출 시도가 물거품이 되었고, 백작이 얼마나 잔인하고, 나쁜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어서 현실에 절망해 버린 것입니다. 함정에 빠져버린 루팡이 미궁으로 추락할 때, 공주의 마음은 덜컥 내려 앉았을 테지요. 그럼에도 루팡은 대단한 결의를 보여줍니다. "나는 아직 잘 살아 있으니, 내 걱정은 말아주세요. 반드시 당신을 구해낼꺼에요." 심금을 울리는 대사들입니다. 자신의 실제 처지는 어쩌면 시궁창에 빠져있을지 모르나, 당황하거나 좌절하기 보다는, 오직 희망에 자신을 거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제 마음을 맑게 다잡아 주었습니다. 루팡, 너무 근사하잖아!

 

 국제형사 제니가타 역시 함정에 빠졌는지 길을 잃고, 미궁에서 루팡을 만나는데, 두 사람은 여기서 의기 투합을 해버립니다. 쉽사리 나갈 수 있는 길은 당장 보이지 않으니, 잠깐 동안은 때를 기다리자고! 그래서 한숨 잠을 청하는 여유는 굉장한 명장면이었습니다. 왠지 공감이 되었습니다. 답도 보이지 않는데 무작정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중요한 열쇠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다면! 어차피 적들은 욕심을 가지고 다가온다는 설정은 마치 삶의 주도권 이야기 같았습니다. 루팡은 이 반지를 끝까지 잘 보관하다가 마지막에야 백작에게 던져줍니다.

 

 마지막 반전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두 개의 반지가 하나로 합해지고, 숨겨진 보물이 드러나는데, 이 때, 백작의 거대한 성은 그대로 물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맙니다. 수 백년간 전해내려온 전설은 전혀 엉뚱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결코 황금 같은, 값지고, 대단한 것이 들어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인류의 유산인 고대도시가 호수에서 떠오르게 되지요. 극의 마지막도 잊지 못할 겁니다. 공주님은 이제 루팡에게 의지하려 하지만, 루팡은 단호히 그녀의 마음을 거절합니다. 저는 당신에게 자유를 선물해 주었으니까 된 거 잖아요. 공주님은 이제 주어진 인생을 마음 껏 누리면서 살아가세요. 얼마나 멋있는 태도인지 모릅니다. 루팡은 이 모험담에서 여인의 마음을 훔친 도둑으로 그려지며 길었던 이야기는 끝! 이 리뷰도 여기서 끝! 그래요. 그렇다면! 행복함은 자신의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요? / 2017. 08. 02. 리뷰어 시북

 

 "내적 보상을 추구하는 집단의 행복도가 훨씬 높았다. 덧없는 외적 보상을 멀리하고 스스로 행복을 좌우하고 재생할 수 있다. 더 바랄 것이 없다.(하지현 교수님 저서 중)"

 

by 시북 2017.08.02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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