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게임

#2 [PSP] 여신전생 페르소나 3 PORTABLE (2010) 리뷰

시북(허지수) 2017. 8. 17. 02:12

 개요 : PSP / 2010.02.12 / 한국어 (자막) / 1.1GB / 아틀라스 / RPG / 43,200원

 

 1. 서론

 

 1회차 노멀클리어를 목표로 했습니다. 플레이타임은 97시간을 찍었네요. 이른바 올커뮤니티는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아니 정말 많이 즐거웠고, 뿌듯함을 안겨준 굉장한 작품이었습니다. 기억에 강하게 남는 것이 세 가지 정도 됩니다.

 

 첫째는 음악이 참 훌륭합니다. 통상전투, 보스전, 그리고 대망의 최종보스전까지. 아! 오프닝과 엔딩이 좋은 것은 물론입니다. 둘째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요. 합체를 통해서, 새로운 페르소나를 연구해보고, 실전에서 알뜰살뜰 써먹는 기쁨이 소소하지만 귀중했습니다.

 

 셋째로, 스토리가 눈물샘을 자극할만큼 풍부합니다. 우정이 담겨 있고, 사랑이 담겨 있으며, 인생의 교훈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자, 요약하면 너무 잘 만든 RPG 입니다. 세월이 가도 명작으로 오래도록 칭찬받아 마땅한 작품입니다. 게이머 복귀 후, 두 달 넘게 P3P에 매달려 왔는데요. 이 리뷰를 끝으로 이제는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간직될 것입니다.

 

 2. 본론

 

 아틀라스 게임들이 전반적으로 좀 어려운 편에 속합니다. 다행인 것은 이 작품은 시작할 때,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게이머인데 쉽게 깰 수는 없지 라고 생각했다가, 실은 몇 번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타르타로스라는 미궁을 무려 255층 넘게 올라가야 하는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여기에 나오는 일개 마물에게 즉사 마법 당해서 비명횡사하면 멘붕이 올 때가 있어요. 공략집이 있었음에도, 강력한 중간 보스들의 각종 정신이상 공격을 받으니까, 적을 회복하고, 팀킬에... 역시 쉽지 않구나를 느낍니다. 오히려 초중반보다는, 연구와 경험을 통해 좋은 페르소나를 많이 얻게되는 중후반 구간들이 더 헤쳐나가기 쉽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선제공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만에 하나 기습이라도 적에게 당하면 아악 한 번만 살려줘~ 라고 저절로 외치게 되었어요. 뭐, 아군도 점점 강해져서, 전체 약점 공격으로 적을 단숨에 공략하는 방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투의 긴장감이 초반부터 후반까지 (지루할 틈 없이)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레벨은 후반부에는 거의 80까지 올라갈 만큼 성장하게 되었고, 놀랍게도 거기에 걸맞는 궁극의 페르소나들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노력에 노력을 더해, 99까지 올리고, 숨겨진 보스를 잡는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저는 코어 게이머의 길을 어느덧 벗어나게 되었네요.)

 

 플레이타임의 절반은 던전에서, 플레이타임의 절반은 커뮤니티를 올리는데 소요되는데요. 선택의 연속입니다. 누구를 만날지, 어떤 대화를 선택할지, 대부분의 커뮤니티를 10단계까지 올릴 수 있었는데, 대화들 속에 명장면들이 많습니다. 주인공의 친구가 다가와 "네가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게 나는 싫으니, 장래를 생각했으면 한다" 라는 것은 매우 의미있고, 뼈아픈 대목이 아닐까요.

 

 양호선생님의 이 말은 인생의 교훈으로 삼을만 합니다. "조금 바보같은 목표를 가지는 젊은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본다는 거죠." 이렇듯 놀라운 통찰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저는 플레이타임이 더욱 길어졌는지도 모릅니다. 게임을 하다 말고, 괜히 멈추어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간접경험이라 할 수 있는, 말하자면 멋진 독서 같은 느낌이랄까요. 유학생의 편지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어쩌면 단 한 사람과의 우정일 수도 있음을 속삭입니다. "매일 즐거움이었습니다. 매일 많이 즐거움이었습니다."

 

 3. 결론

 

 연인 커뮤니티로 나오는 인기걸 유카리는, 게임의 시작부터 아픈 곳을 찌릅니다. "너도 외톨이지?", 그리고 게임이 진행되어 가면서 눈물을 글썽입니다. "하하, 현실은 잔인한 거야..." 심지어 기계로 등장하는 아이기스 로봇마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는 괴로운 일 투성이에요" 라고 추측하게 됩니다. 이 중요한 대사들은 우리를 현실로 안내합니다. 이 쓰라린 인생을 바라보면서 얻을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일까.

 

 최종보스는 강렬한 BGM과 함께 등장해, 이렇게 해답을 알려줍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가능성을, 꿈을 부여잡고 살아가고 싶다면, 강한 의지와 노력만이 우리를 꿈의 세계로 안내할 것임을 전해줍니다. 쉽게 엔딩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100시간이면, 영화 50편을 볼 수 있고, 많은 리뷰를 써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생 끝에 얻은 답은 정말 걸작이었습니다. "어떤 고난에 시달리더라도 견뎌내는 힘이 필요하다" 이것은 베토벤의 좌우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고난을 헤치고 나면,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환희 라는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여행에, 뜻밖의 상처들이 자국나 있다는 것을, 그러므로 슬퍼만 하고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견디고 살아갈 지금 이 순간이 있으니까요.

 

 4. 추신

 

 저는 잘못 판단해서, 잘못 행동해서, 사람들한테 상처를 주었던 일이 제법 있습니다. 게임 중에서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되는 카미키군의 어머니는 인생에 대해 이렇게 차분히 조언합니다. "아무 것도 안 해도 좋아. 훌륭한 업적 같은 건 필요 없어." 이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성직자의 마음이 아닐까 저는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사실은 사람은 존재 그 자체로 "언젠가 죽음에도 순간순간 빛나는 즐거움"을 간직한 존재이고, 그래서 로봇 아이기스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것일테지요. "저는 하루가 힘들어도, 그래도, 매일 많이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되기 위해서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결심합니다. 비록 잘못하는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소중한 사람을, 소중한 순간을, 소중한 세월을, 값지게 귀중하게 여기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인생은 모든 것이 무너진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서 작은 별을 발견해, 거기에 의지해 일어날 수 있다라는 그 기적같은 아름다운 말을 저는 잊지 않으렵니다. / 2017. 08. 17. 즐거운 게이머이자,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