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맥베스 (Macbeth, 2015) 리뷰

시북(허지수) 2017. 9. 9. 23:50

 

 맥베스 2015년 작품은, 매우 소설과 근접해 있는 영화입니다. 화려함이나 웅장함 같은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에 대사 하나 하나를 또박또박 내뱉고 있고, 한 번의 진행 앞에서도 갈등하고, 힘들어하는 인간 내면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충심으로 가득한 전사마저도, 그 마음 속에 바람이 들어가면, 조금씩 악의 길로 걷게 된다는 이야기. 사람의 마음은 순수하기 보다는 간교할 때가 많아서, 마음에 이기심의 폭풍이 불어닥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맥베스의 이야기는 좋은 교훈이 될 것 입니다.

 

 음, 솔직히 말하면, 기존의 우리가 많이 접해왔던 속도감 있는 영화와는 전혀 전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책을 영화라는 매체로 한 편 읽는다고 보면 적절합니다. 그러므로 여유로움이 있으면 좋겠네요. 이제 영화 이야기로 출발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용맹한 전사 맥베스는 반란을 제압하고 왕위를 잘 지켜내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돌아오는 길에 세 마녀로부터 이제 맥베스가 장차 왕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언을 듣고 맙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내가 왕이 될 수 있다니." 이 마음이 맥베스의 충심을 흔들었고, 게다가 그의 아내마저도 사내답게 거사를 행해서 왕좌를 차지하라고 거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예언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 다음 왕은 맥베스를 거쳐, 다른 사람에게 간다는 거에요. 어쨌든 그건 먼 훗날에 일어날 일이니 제쳐놓고, 우선 왕을 시해해야 겠네요. 인자한 왕은 맥베스의 집에 초정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아무것도 모른채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찬스!

 

 아직은 사람다운 마음이 많이 남아 있어서 일까요. 맥베스는 초반부에 꽤 많은 시간을 고심합니다. 단검으로, 왕을 단칼에 치지 못합니다. 이럴 때 보면 마음은 독약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번 독해지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면, 그 때 부터는 세상이 우스워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살벌한 마음은 부메랑이 되어서 자신을 해치기도 하지요. 살아남기 위해서, 라고 정당화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독해지는 것은 조심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세상은 더 이상 왕이 되는 맥베스를 칭송하지 않습니다. 다만 두려워서 따르고 있을 뿐이지요.

 

 맥베스는 마침내 왕을 없애버리고, 그 끔찍한 죄를 옆에서 시종 들던 두 사람에게, 간단하게 뒤집어 씌우고 맙니다. 오래도록 충성한 높은 명성은 헛되지 않았고, 맥베스는 이 시해 사건에서 죄를 전혀 의심 받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왕의 뒤를 이을 사람이 없자, 스코틀랜드의 새 국왕으로 맥베스가 추대됩니다. 놀라울 만큼, 예언대로 이루어 졌습니다. 그것도 그 어떤 고난의 과정도 없이, 쉽게 말입니다.

 

 맥베스는 연회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왕이 된 기쁨이 없었습니다. 그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예언은 무엇이었던가, 내 왕위가 넘어가고, 다른 사람의 자식에게 왕 자리가 이어져 나간다는 거에요. 여기까지 생각이 올라오자, 도무지 견딜 수가 없습니다. 사람을 풀어서 예언이 빗나가도록, 왕위를 이을 어린 꼬마까지 죽여버리라고 광기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운명의 가혹한 장난이었을까요, 인생은 뜻대로 풀리지가 않았습니다. (또한 맥베스의 가족은 아이가 없기도 하였고요.)

 

 귀족 맥더프는 맥베스에게 반기를 들고, 잉글랜드로 가버렸습니다. 이에 맥베스는 맥더프의 가족들을 몰살하는 잔혹한 폭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난 날의 멋진 마음들은 이제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귀족 맥더프의 아내는, 살인자가 여기 왔다며 절규합니다.

 

 최고로 높다는, 왕의 자리를 얻으면 뭐할까요, 존경과 사랑 대신, 인간성이 붕괴되어가는 모습에서는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습니다. 맥베스는 그의 아내가 죽었음에도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뿐입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사실은 비인간적인 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많은 경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합니다만, 억지로 자리를 빼앗고, 그 자리에서 권한을 남용하게 되면, 초심을 잃어버리고 인간이 괴물로 변해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 2017. 09. 0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