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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도, 선생님도, 아무것도 못 하여, 나는 걷지 못하네.

시북(허지수) 2018. 12. 5. 00:58

 

 2018. 12. 05. 블로그에 그냥 쓰는 나의 일기장.

 

 그렇게나 손자를 아끼시던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

 그러나 손자는 참 자주 아팠고, 끝내 걷지도 못하여, 학교도 나오지 못하고...

 그런데, 물건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그 누가 손자를 버릴 수 있으리.

 새벽마다 기도해주시던 할머니. 그렇게 90대 중반까지 버텨가시는 할머니.

 

 할머니는 그 앞길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 나를 위해, 목사님이 되라 기도하셨네.

 그리고, 나는 너무도 잘 아네. 대학교도 나오지 못한 내가 무슨 목사님이 된단 말인가.

 돌아가신 옥한흠 목사님이 일찍이 경고했듯이 성직자가 많은 나라는 망할 뿐인데...

 

 참 이상한 일이 계속 생기네. 내가 알 수 없는 일을 전해 듣네.

 누리 교회 권사님이 목사님을 해보라고 하네.

 비기독교인인 그러나 참 사람 좋고 인자하신 가게 사장님 마저,

 나를 보며 차라리 목사님을 하라고 하네.

 

 .

 

 하지만 나는 할머니께 고백했습니다.

 나는 할머니의 기도처럼, 목사님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한 선생님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일들은 마치 눈 덮인 길을 한 걸음씩 앞서 가는 매우 소중한 직업이므로,

 나의 어리석은 발걸음으로, 많은 사람을 어렵게 만든다면, 그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요.

 

 나는 간신히 다시 걷게 되었지만, 절뚝 절뚝 걷게 되었지만,

 나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하루 하루를 소중히, 기적처럼, 열심히 보내야만 한다는 것을.

 인생이라는 것은 비겁함과 용기, 그 중에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을.

 

 2019년에는 영어공부를 하기로 결심해 놓고, 나는 단 한 걸음도 못 걷고 있는데...

 남들이 손가락질 할까봐, 영어실력이 그게 뭐냐고 욕할까봐, 소심하게 떨고 있는데...

 그렇게 겁쟁이인 나를 향해 계속해서 들리는 내 마음 속의 작은 이야기들.

 그래도 계속 가라. keep going 하라는 이야기. 빛을 발견하는 그 날까지. 또 도전하라는 이야기.

 

 그렇게, 어쩌면 나는, 몇 년 후, 마흔이 넘어서는, 이제 밥벌이할 직장조차 없어서,

 매일 매일 하나님께 의지해야만 하는 가련한 삶이 될 지도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다시 쓰고, 다시 노력하고, 다시 전진해 볼 것이에요.

 

 몇 번 이고 일어나서, 성결하게 살도록 노력하고, 반성하고, 회개할 것이에요.

 몇 번 이고 일어나서, 교만하지 않도록,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며 살도록 회개할 것이에요.

 몇 번 이고 일어나서, 나는 무식해도, 너는 할 수 있다고 응원하며 살도록 회개할 것이에요.

 

 절대로 죄악된 세상에서, 죄악된 길에 머물러서, 자신을 자학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을 꺼에요.

 내가 그렇게나 예수님을 못 박는 어리석은 일을 하고, 예수님을 부인하는 어리석은 삶을 살아도,

 그 죄악된 마음을 반드시 돌이켜서, 삶의 한 절이라도,

 인생의 그 조금이라도 예수님의 선하신 마음을 닮아보려고 노력할 꺼에요.

 

 사랑하는 예수님, 저를 불쌍히 여겨주시고, 나의 주어진 1년. 그 시간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주세요.

 마지막까지 예수님의 편에 서도록, 할 수만 있다면 그 하루 하루를 마지막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하루를 특별하게 살아가도록. 내게 주어진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나는... 어리석은 나를 믿지 않습니다. 나는... 변함없으신 주님을 믿으며 살아갑니다.

 부디 이 신앙고백이 나의 삶 속에 실천되어, 정직한 길로 다니게 저를 도와주세요.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