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이탈리아 볼란치의 전설 타르델리

시북(허지수) 2008. 12. 30. 19:48

Marco Tardelli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선수였던 마르코 타르델리. 그는 1982년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자, 항상 근성과 투지가 넘치는 모습으로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던 이탈리아의 전설이었습니다. 오늘은 독자님의 요청으로 타르델리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프로필

 이름 : Marco Tardelli
 생년월일 : 1954년 9월 24일
 신장/체중 : 178cm / 70kg
 포지션 : MF, DF
 국적 : 이탈리아
 국가대표 : 81시합 6득점

 잊을 수 없는 명장면! 타르델리의 강렬한 포효!

 경기장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니면서 팀에 큰 보탬을 해내는 선수는 사랑받기 마련입니다. 이탈리아가 낳은 명선수 타르델리는 지치는 법이 없었습니다. 엄청난 운동량을 자랑했으며, 볼을 빼앗는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였습니다. 그는 전설적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평가받지만, 시작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세리에C 에 속해있는 피사에서 측면수비수로 커리어를 시작한 타르델리였지요. 그후 코모를 거쳐서 유벤투스에 가입하게 됩니다. 사실 명문 유벤투스 입장에서는 하나의 모험에 가까웠습니다. 정말 이름없는 한 선수를 그 투지와 근성을 보고서 거금을 들여서 데려온 것이니까요. 그런데 유벤투스의 이 투자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게 됩니다! 20대 초반의 타르델리는 유벤투스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선수로 성장하게 되며, 이후 10년간 든든하게 활약하며 핵심스타로 우뚝 섭니다.

 워낙 활동량이 좋아서 중원에서 필드를 누비게 되는 타르델리였는데, 힘이 넘치는 압박과 태클로 공을 뺏어서 전방에 정확하게 패스를 연결해 주는 모습이 일품이었습니다. 일부러 거친 악역을 자처해서 카드도 많이 받았지만, 역설적으로 수비에 다재다능하게 공헌하는 그가 얼마나 큰 버팀목이었는지요! 동료를 격려하고 고무하는 모습은 중원의 리더이기도 한 타르델리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어느 포지션에 놓아도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멀티성도 타르델리를 더욱 높이 사는 것이지요. 혹자는 현대 축구의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최고수준으로 보여주었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극찬하기도 합니다.

 유벤투스에서 활약하면서 세리에 A 챔피언 5회, UEFA컵, UEFA위너스컵, UEFA챔피언스컵(현 챔피언스리그) 까지 타이틀을 따냈습니다. 1977년 UEFA컵에서 타르델리는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는 등 귀중한 순간에 해결사 역할을 해내기도 했고, 한 마디로 유벤투스 황금기의 중심선수 중 한 명이었지요. 시간이 흘러서도 유벤투스는 플라티니, 보니에크, 타르델리 등 호화 드림팀을 자랑했었고, 마침내 1985년에는 대망의 챔피언스컵 까지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타르델리 처럼 이렇게 클럽팀의 주요 트로피를 싹쓸이 했던 선수는 당대에도 거의 없었습니다.

 국가대표로서의 활약도 눈부심 그 자체입니다. 월드컵을 3회나 출장했으며, 1978년 처음으로 월드컵에 참가했을 때부터 매경기 출장하며 실력을 멋지게 발휘하고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이탈리아는 4강에 들었지요. 그로부터 4년 후, 1982년 월드컵이 열립니다. 이탈리아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국내 분위기도 영 아니었습니다. 비록 그렇다고는 해도 이탈리아에는 매경기 집중에 투혼을 발휘하는 타르델리 같은 선수들이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월드컵에서 만난 아르헨티나와의 승부는 정말 어려운 고비였지요. 이탈리아의 거친 수비수 젠틸레는 미친듯이 마라도나를 물고 늘어졌고, 타르델리는 선제골을 작렬시키며 이탈리아를 상승 분위기로 반전시키기 시작합니다. 예상을 뒤엎고 이탈리아가 아르헨티나를 꺾어버립니다! 이후 이탈리아는 당대 최강의 우승후보이자 황금의 미드필더진을 자랑하던, 전설 지코가 이끄는 브라질마저 물리치는 일대 파란을 일으킵니다!

 그렇게 1982년 월드컵 결승전까지 진출한 이탈리아. 큰 무대에서 어김없이 타르델리의 진가가 펼쳐집니다. 결승전에서 타르델리는 너무나도 귀중한 골을 멋지게 터뜨렸고, 온몸으로 그 환희를 표현합니다.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은 승자의 포효. 양손을 꽉 쥐고 몇 번이나 환희에 차서 손을 흔들어대는 그 모습과 표정은 월드컵 최고의 골세레모니 중 하나로 손꼽힐 것입니다. 이탈리아는 무서운 기세로 결승전 후반에만 세 골이나 넣었고, 서독을 3-1 로 대파하면서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손에 넣었습니다. 타르델리는 공격적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아닌터라 국가대표로 6골 밖에 넣지 않았지만, 그 중에 두 골은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넣은 값진 골이었지요. 유벤투스 황금기의 주역이자, 월드컵 우승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타르델리였기에 감히 이탈리아의 전설적 볼란치 라는 높은 평가가 아깝지 않은 것입니다.

 이후에는 인테르 등을 거쳐서 1988년 현역에서 은퇴합니다. 은퇴 하자마자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이탈리아 U-21 대표팀 감독도 맡았고, 인테르 밀란의 감독을 잠깐 맡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아일랜드 국가대표팀의 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8년 현재, 아일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이 트라파토니인데 아마도 그래서 이 쪽으로 가 있는가 봅니다. (트라파토니는 유벤투스 황금기를 이끌기도 했던 명장으로서, 타르델리의 선수시절 두 사람은 유벤투스에서 한솥밥을 먹었습니다.)

 이제 슬슬 글을 마쳐야 겠습니다. 필드를 누비는 선수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레이카르트도 얼마나 대단했던 선수였는지! 그러고보면 박지성 선수도 초창기 제이리그 시절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활약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필드를 부지런히 누비면서 압박도 훌륭히 해내곤 하지요. 여하튼 전설의 1982년 월드컵 결승전 골 장면과 그의 세레모니를 유튜브에서 발췌해서 덧붙입니다. 아마 그 때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타르델리의 영상이 소중한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애독해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인생에 집중력과 투지를 잃지 말고 힘차게 전진하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